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5월 30일에 시민언론 더탐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극우 목사 전광훈과 그가 이끌던 국민혁명당 대선후보에게 장관직 6자리를 약속하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는 등 후보 매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대한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9일에 열렸던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득표율 0.73%p, 득표 수 24만 7,077표 차로 승부가 갈린 선거로 역대 최소 득표율 차 선거이자 역대 두 번째로 득표 수 차이가 적었던 선거였다. 참고로 역대 최소 표 차 선거는 15만 6,026표 차가 났던 제5대 대통령 선거였고 해당 선거의 득표율 차는 1.55%p였다. 이렇듯 한 표 한 표가 아쉽게 느껴졌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극우 목사 전광훈을 비롯해 국민혁명당 대선후보에게 장관직 6개를 약속하며 매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 매수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특히 후보자 매수를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엄격히 금지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중이지만, 극우 목사 전광훈을 비롯해 지난 대선 당시 전 씨가 대표로 있던 국민혁명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윤석열 측의 후보 매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전광훈과의 갑작스러운 결별 이후 국민혁명당 대선 후보까지 사퇴했던 김경재 전 총재도 "(전광훈이) 일방적으로 나를 버린 것"이라며 "(윤석열 측으로부터) 세 사람의 밀사가 와서 '우리한테 양보해 주시라 그러면 예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경재 전 총재는 전광훈과의 갈등으로 국민혁명당 대선 후보를 사퇴, 탈당한 후 2022년 2월 8일에 신자유민주연합(현 충청의미래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전 씨 역시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와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지난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당시 후보로부터 '선거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3차례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경재 전 총재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석열 측이 장관직 6자리를 약속하며 후보 사퇴를 종용하자 김 전 총재는 '박근혜 탄핵'에 대한 사죄와 3번의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도 보수 분열 방지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명목으로 김 전 총재에게 "(윤석열) 그쪽에서 장관직을 6개 준다는데 총재님(김경재) 그냥 양보하십시다"고 제안했지만 김 전 총재가 이를 거부하자 전 씨는 대선후보 캠프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윤석열 측에서 보낸 3명의 밀사를 만난 당시 상황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도 했다. 3명의 밀사가 찾아온 시기는 2021년 12월 15일 경으로 김 전 총재가 국민혁명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 3개월여 지난 시점이다. 김 전 총재는 "변호사 하나하고, 하나는 안보 관계 보좌관인데 육군 투스타가 됐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돈이 좀 있는 사람으로 물주였던 것 같았다"고 했다.

김 전 총재는 지난 대선 기간 당시 윤석열 후보로부터 '선거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3차례 연락을 받았다는 전광훈 씨의 주장에 대해 "(전광훈이) 세 번하고 간단히 했다고 어쩌고 했는데 윤석열이 (전화를) 했을 가능성은 많다. 왜냐하면 한 표가 어려우니까 당연히 한다"고 전 씨의 주장이 맞을 거라는 사실에 무게를 뒸다.
'0.73% 차로 승부가 갈렸기 때문에 국민혁명당 후보를 사퇴시킨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나'라는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진의 질문에도 "이쪽 (전광훈) 지지자들이 절대 적지 않다"며 "지난 4.15총선 때도 75만 표가 나왔잖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혁명당 후보 사퇴가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쳤는지 문제보다는 윤석열 당시 후보 측이 장관 자리를 무려 6개나 걸고 상대 후보를 매수하려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당시 국민의힘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물론이고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의도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들만 부각시키며 마치 윤석열 후보가 최소 5~10%p 차로 앞서는 것처럼 떠들었다.
하지만 김총재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들도 속으로는 불안했던 것 같다. 여론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숨은 민주당 표. 속칭 ‘샤이 이재명’의 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을 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 달리 1%p 미만의 초박빙 접전이었다. 민주연구원 측의 예측이 더 정확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보 매수 시도가 사실이라면 명백히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당선 무효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는 탄핵으로 임기 중 파면된 박근혜 씨보다도 더 굴욕적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씨가 비록 임기 중에 파면되긴 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그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은 아니므로 그래도 대통령 계보에 ‘제18대 대통령’이란 이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선 무효는 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다시 제20대 대선을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