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미성년자 연예인 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컬쳐 인사이드] 미성년자 연예인 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06.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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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들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미성년 연예인 노동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 갈등은 케이 팝 모델의 근원적인 정체성과 특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점을 헤아릴 때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2023년 들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미성년 연예인 노동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 갈등은 케이 팝 모델의 근원적인 정체성과 특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점을 헤아릴 때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23년 들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미성년 연예인 노동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 갈등은 케이 팝 모델의 근원적인 정체성과 특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점을 헤아릴 때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대개 케이 팝의 전 세계적인 흥행과 팬덤 형성의 배경을 노래와 춤 그리고 이를 좌우하는 세계관 나아가 각 구성원들의 매력 등에서 분석한다. 물론 그러한 면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특히 앞선 서구나 미국 심지어 일본에서 그러한 방식을 잘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10대를 중심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행태와 법적 사각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 출발은 SM 스타일이었다. 한국형 아이돌의 원형이 그것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류 현상을 일으킨 'H.O.T‘ 그리고 여성 걸그룹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S.E.S'는 아이돌 스타였지만, 한국형 아이돌 1세대라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은 기획 콘셉트에 따라 멤버를 구성하는 조합형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보아였다. 1998년 이수만에게 발탁된 보아는 해외 진출을 위해 처음부터 트레이닝 되었다. 초등학생 6학년 시절부터 SM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생활했다던 보아는, 2년 뒤인 2000년에 1집 앨범 'ID;Peace B'로 데뷔했는데 알려진 투자액만 30억 원이었다. 당시는 1997년 IMF 외환 관리체제였기 때문에 구할 수 없는 지경의 금액이었다.

그런데도 과감한 투자로 보아가 성공하면서 아이돌 그룹 시스템에 자신을 가진 이수만의 SM은 자신들이 트레이닝 시킨 연습생 가운데 몇 명을 뽑아 새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다. 바로 동방신기(東方神起, TVXQ)다.

2003년 12월 26일 데뷔한 동방신기는 한자 이름 그대로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을 갖고, 멤버들의 이름을 최강창민처럼 4자로 한 것은 중국 진출을 위한 고려였다. 이수만이 밝힌 바에 따르면, 동방신기의 멤버들은 당시 SM의 남자 연습생 TOP 5에 속했다. 연습생 시간을 SM 소속에서 보내고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받아야 했다. 그 기간은 이전에 멤버들을 몇 개월 훈련하는 것과 달리 상당했다.

예들 들어 보면 보아는 연습생 기간이 3년이었는데, 그 뒤에는 천차만별이었다. 최장 짧게는 몇 개월도 있지만 대개 3~4년이 기본이었고 5~6년을 거쳐 7년까지 있었다.

동방신기 믹키유천 연습생 기간이 1.5년, 영웅재중은 연습생 기간이 2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연습생 기간이 3년, 시아준수는 6년이었다. 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9인조로 2005년 11월 6일 데뷔했는데 대표적으로 슈퍼주니어 시원이 연습생 기간이 2년으로 비교적 짧고, 희철은 3년, 이특은 6년이었다.

슈퍼주니어 신동(연습생 기간 8개월), 규현(연습생 기간 3개월)은 예외적이었다. 2007년 8월 5일,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의 태연은 연습생 기간이 3년, 윤아는 5.5년, 효연은 7년을 보냈다.

다만 엑소의 멤버들은 대개 3년 정도의 연습생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SM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크게 성공을 하면서 다른 기획사에 보편화된 방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른바 기획형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었다. 좋게 말하면 아직 몸이 굳지 않은 유연한 몸의 10대들을 조기 육성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이들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10대 시절을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합숙 훈련을 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들에게 노동권이나 학습권, 진로 보장은 생각할 수 없었다. 인동초같이 그날만을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 당연했다. 오로지 본인의 의지이거나 보호자의 승낙만 있으면 가능했다. 다행히 멤버 구성 뒤에 데뷔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영미 서구에서는 10대들이 연예인 활동을 할 경우 엄격하게 관리 규정한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학습권은 물론 건강권과 수면권도 보장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보호자와 본인, 고용주가 노동 담당 기관에 심사를 받아야 하며 건강권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학교장의 허락은 물론 현장에 보호자는 물론이고 교사, 간호사도 대동해야 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10대 학습권, 노동권, 건강권 관념이 미약했을 때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에 따라 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 연습생으로 학습 생활이 전부여도 말이다.

따라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비교우위의 시스템이 되었다. 이런 시스템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기본기를 다지고 기획에 따른 조합이 소속사의 전략에 따라 쉽게 적용될 수 있다.

이후에 수익모델을 경영 전략에 맞게 다변화하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 부당한 노예 계약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다만 초기 비용을 소속사가 전담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었고, 이후 수익을 위해 꼭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형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점을 갖게 된다. 2010년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중소 아이돌을 해외 시장을 돌파구로 삼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소나 대형 기획사를 막론하고 10대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은 같다. 따라서, 2023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음악산업계는 반발했다. 5월 16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5개 단체가 “연령을 세분화해 청소년 연예인의 용역제공 시간을 제한하는 이번 개정안은 현실을 외면한 ‘대중문화산업 발전 저해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는 미성년 연예인들의 ‘노동 시간 상한’이 정해져 있었고, 15세 미만은 주 35시간, 15세 이상은 주 40시간이었다. 다만 15세 이상은 당사자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지적에 따라 이것이 바뀌었다. 개정안에서는 미성년 연예인 활동시간을 두고, 12세 미만은 하루 6시간 주 25시간, 12∼15세는 하루 7시간 주 30시간, 15세 이상은 하루 7시간 주 35시간으로 수정 변경했다.

이렇게 규정을 하게 되자 15세 이상의 청소년 연예인이나 15세 미만 청소년 연예인의 노동 시간이 모두 줄어들게 되었다. 더구나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줄어든 셈이었다. 이는 해당 청소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관련 산업계 운영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었다.

음악 관련 업계가 드라마나 영화계보다 더 반발한 것은 아이돌 음악이라는 산업적 특징 탓이다. 초등학생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게 하는 기획형 아이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학생의 신분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음악산업과 달리 드라마와 영화는 전적으로 기획 제작사가 오랫동안 트레이닝 시킬 필요가 없다.

그에 따르는 비용도 책임질 필요가 없으므로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산업은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여기에 이익까지 덧붙여 산출하려 한다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의 개입은 반드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개정 명분인 청소년의 인권 보호라는 면에서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원론적이지만 케이 팝의 모델은 인권적인 측면에서 다시금 자리매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청소년 인권 공백기에 성장한 케이 팝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전 세계에 걸쳐 10대들을 대변하는 이들을 기획전략 차원에서 양성할 수 있는 것은 한국밖에 없다. 그러려면 인권적인 장애물을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면 그 케이 팝 브랜드가치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행복을 대변하는 10대 중심의 케이 팝이 공정하지 못하게 만들어지고 영위된다면 언제든지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연하지 않은 소속 연습생 중심이 아니라 상대적인 자율적 기획형 아이돌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SMP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한지 생각했을 때 이는 긴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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