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백반이 마약이었나?
언제부터 백반이 마약이었나?
'마약'이란 두 글자에 홀린 듯한 윤석열 정부와 언론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6.1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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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에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 기사로 강화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의 시신에 친절하게 다리에 마약이 매어 있었고 그 마약이 '필로폰'이라고 친절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물질은 마약이 아닌 백반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사는 아직도 정정보도가 없다.(출처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5월 27일에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 기사로 강화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의 시신에 친절하게 다리에 마약이 매어 있었고 그 마약이 '필로폰'이라고 친절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물질은 마약이 아닌 백반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사는 아직도 정정보도가 없다.(출처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5월 27일에 동아일보 단독 보도 기사로 〈[단독]강화도서 다리에 마약 매단 北남성 시신 발견〉이란 기사가 보도된 바 있었다.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지난 5월 26일에 복수의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해당일로부터 1주일 전에 강화도 일대 해상에서 어로 활동 중이던 어민이 해상에 떠오른 남성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 이 시신은 반바지를 입은 상태로 몸에 스티로폼을 매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물통 등을 몸에 부착한 채 헤엄쳐 탈북한 사례가 과거 다수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이 남성이 이런 방식으로 탈북을 시도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단다.

또 당국이 이 남성 시신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엔 단순히 스티로폼을 매달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후 조사 결과 다리에 매달린 필로폰 추정 마약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해당 물질은 약 70g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마약을 휴대한 북한 주민 시신 1구가 강화도 앞바다에서 발견되었다고 떠들었다.

동아일보의 최초 단독 보도 이후 무려 50여 건의 인용보도 기사가 쏟아졌다. 마약인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친절하게 '필로폰 2,300명 분'이란 양까지 적어놓고 있다.

동아일보의 최초 단독 보도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인용보도를 했다. 하지만 2주가 흐른 현재 당시 북한 주민이 휴대하고 있던 그 물질은 마약이 아닌 백반이라는 것이었다. 실컷 요란하게 보도를 했지만 국과수 분석 결과 ‘필로폰으로 추정된다’던 물질은 마약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마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물질은 필로폰이 아니라 백반 가루 성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백반(白礬)은 명반(明礬)이라고도 하는데 이 물질은 마약은 커녕 지금도 널리 쓰이는 물질이다. 특히 면발이 질기기로 유명한 함흥냉면의 면발에도 이 백반이 들어간다. 본래 함흥냉면의 면발은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과 달리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서 원래 질긴 편인데 명반이 첨가되어서 더 질긴 것이다. 백반이 면의 탄성을 더욱 늘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백반이 마약이라면 함흥냉면도 마약 범벅인 음식이라 해야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고 언론이고 뭔가에 홀린 듯이 ‘마약’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마약이란 것은 인간에 해로운 것이고 근절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마약 범죄가 단 1건도 없는 청정 국가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약 때문에 골치를 썩일 정도인가는 회의적이다.

강화도 앞바다에서 수습된 북한 남성 시신에서 발견된 물질은 위와 같은 백반 혹은 명반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마약은커녕 널리 쓰이는 약품이다. 면을 쫄깃하게 해주는 성분이 있어 함흥냉면 면발에도 첨가되어 있고 뱀을 쫓을 때 쓰기도 했다.(출처 : 네이버 이미지)

옆 나라 중국은 과거 청나라 시절 때 영국이 밀매한 아편으로 인해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고 결국 역사상 가장 더러운 전쟁이라는 2차례의 아편전쟁을 겪었다. 그 대가는 홍콩을 영국에 식민지로 할양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크게 데인 적이 있었다 보니 중국은 마약에 과민반응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국은 과연 마약 때문에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이고 또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온두라스 같은 중남미 국가들처럼 마약 카르텔이 성행한 나라도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요란스럽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후로 정부고 언론이고 ‘마약’이란 두 글자에 뭔가에 홀린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작년 10.29 참사 때에도 명백히 압사로 죽은 희생자들에게 마약 복용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부검을 요청했다는 전적도 있지 않던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흰색 가루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마약’이라 떠들어댄 것이 지금의 윤석열 정부다. 먼저 떠들어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시신에서 나온 백반을 왜 제대로 된 조사부터 하지 않고 무작정 ‘마약 의심 물질’이라고 미리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인지 그 익명의 정부 소식통과 최초 보도 언론인 동아일보가 해명을 해야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해당 북한 주민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북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이라 북한에 직접 통보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서 북한을 향해 공개 통보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 통신선이 단절돼 대북 통지문 발송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언론을 통해서 대북 통지 내용을 통보한다”며 “정부는 5월 19일 인천 강화도 해역에서 북한 주민으로 보이는 사체 1구를 발견해 인근 병원에 안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사체와 유류품을 판문점을 통해 6월 16일 15시 북측에 인도하고자 하니 북측은 입장을 남북 통신선으로 신속히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만약에 고인의 시신을 북한이 인수하지 않을 경우엔 법령에 따라 사체를 화장에 남한에 안장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도 북한 주민 시신이 떠내려와 통일부가 관련 지침에 따라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유실돼 남측으로 떠내려 온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을 발견하고 북한에 인도할지 묻는 통지문을 보냈으나 북한 당국은 답이 었었다. 통일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하고 화장 후 남한 내에 안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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