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로 갔나?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로 갔나?
증거 제시 못하는 검찰, 공회전 중인 대장동 재판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6.13 1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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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민언론 민들레 고일석 기자의 기사를 본인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출처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2일 시민언론 민들레 고일석 기자가 〈김용·정진상 재판, "차고 넘친다"던 증거 어디로 갔나?〉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 기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작년에 김용, 정진상 두 사람을 구속기소할 당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 재판은 주요 언론에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2022년 11월 검찰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을 구속 기소할 당시 변호인단이 "유동규 진술에만 의존한 소설"(김용 측),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정진상 측)라고 비판하자, 검찰은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재판 때 제시하겠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검찰은 '증거다운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소 당시 언론은 이를 "결정적 물증은 재판 때까지 숨기는 히든카드 전략"이라며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검찰의 새로운 수사기법"이라며 치켜세웠다. 또한 '이몽주 메모', '업자로부터 빌린 차용증', '1억이 들어가는 종이상자' 등 유동규가 주장하는 '돈 조성 과정'에 대한 검찰 주장을 시시각각 제시하며, 필수 증거인 '돈 전달 과정'에 대한 증거도 확보되어 있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것처럼 보도했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검찰이 차곡차곡 물증을 쌓고 있다"며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인용해 민주당의 '전면 부인'을 "검찰의 정교한 수사계획에 민주당이 차근차근 말려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치 검찰은 친검 언론들을 동원하여 요란하게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

그러나 재판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까지도 검찰은 '증거다운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기부 사건에서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입증해야 하는 사실은 '돈 전달' 부분이다. 돈을 준 측에서는 시인하고 돈을 받은 측에서는 부인하는 경우가 많은 사건의 특성 상, 금융자료 등으로 돈이 전달됐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라도 전달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 정도까지는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 사건의 경우, '전달 당시의 구체적 정황'은 모두 유동규의 일방적인 진술 외에는 전혀 없고, 더욱이 대부분의 경우 '전달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다. 언론은 기소 당시는 물론 재판에서 제시되는 유동규의 진술만으로 마치 돈 전달 과정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유동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돈 전달 과정의 '구제적 정황'은 기부자 뿐만 아니라 수수자 측의 정황도 입증되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전달했다면 수수자가 그 당시 사무실에 있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라도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이 '증거'의 형식을 갖추고 주장한 것은 김용 전 부원장 사건에서 '광교 주차장 출입기록'을 근거로 한 2021년 6월 8일 전달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검찰의 즉흥적인 거짓말'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1주일 뒤 변호인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이 그나마 '구체적'이라며 자랑하고 있는 '돈 조성 과정'에 대한 유동규의 진술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기부자와 수수자의 입장이 엇갈리는 사건에서 기부자 진술의 일관성은 신빙성 판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면 신빙성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유동규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면서 재판을 빠져나가놓고 얼마 후에 유재일tv에 출연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동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2013년 설 직전 남욱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김용과 정진상에게 각 1000만원씩 '떡값'을 전달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기소했지만, 정 전 실장에 대한 5월 12일 공판에서 "2013년 설에 남욱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정진상에게 1000만원을 준 것은 맞는데, 나머지 1000만원은 김용을 줬는지 내가 썼는지 잘 모르겠다"고 진술해 김용 재판도 함께 맡고 있는 재판부를 경악하게 했다.

또한 6월 9일 공판에 이르러서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2013년 추석과 2014년 설에 남욱으로부터 돈을 받아 정진상에게 1000만원 씩을 전달했다"고 한 진술을 뒤집고 "남욱으로부터 받은 건지, 내 돈으로 준 건지, 누구에게 빌려서 준 건지, 금액도 1000만원인지 500만원인지 잘 모르겠다"고 진술해 '뇌물 혐의'의 기초를 흔들어놓았다.

이는 5월 25일 김용 전 부원장 공판에서 있었던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남 변호사가 "2013년 설 이후로는 '떡값' 명목으로 유동규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다고 해도 남욱의 진술만으로도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유동규의 진술 번복 변천사.(출처 : 시민언론 민들레)

'돈 전달 과정'에 대한 유동규의 진술이 검찰 조사 단계에 따라 달라졌던 사실도 확인됐다. 유동규는 정 전 실장에 대한 '2014년 4월경 5000만원 전달' 혐의에 대해 2022년 10월 5일 조사에서는 "성남시 금곡동 소재 아파트에서 CCTV를 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주거지에서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검사와의 장시간 면담' 이후 이루어진 10월 17일 조사에서는 "아파트 1층 현관 인근 '어두운 곳'에서 줬다"고 번복했다.

또한 2022년 10월 5일 조사에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현금으로 사면서 검은 비닐봉투 2장을 받아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2장을 겹친 다음 5000만 원을 놓고 그 위에 과자를 올린 후 정진상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10월 17일 조사에서는 '비닐봉투'가 '쇼핑백'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술 변경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변경 전 진술, 즉 유 전 본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허위 혹은 착오에 의한 진술이라도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진술하는 것이 유 전 본부장 진술의 특징이다. 진술의 '구체성'이 곧 '신빙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부분은 "1억 5000만원을 김용에게 1억, 정진상에게 5000만원 줬다"는 것으로 그 출처에 대해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만배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검사와의 장시간 면담 뒤 "1억은 남욱, 5000만원은 남욱 혹은 김만배"로 바뀐 뒤, 정작 재판정에서는 "김만배로부터 받았다"고 다시 진술을 바꿨다.

김용 전 부원장 변호인은 재판 모두 진술에서부터 "본건의 실체적 진실은 남욱이 유동규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유동규가 개인적으로 써버리거나 개발업자들의 로비 등에 사용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남욱이 위례 관련으로 유동규에게 뇌물을 주었는데 이것이 수사로 발각되자 유동규가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피고인과 정진상에게 그 돈 중 일부를 줬다고 하는 것이 본건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는 "기부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형사처벌 가능성 등으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여부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구체적이든 피상적이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검사와의 비정상적인 '장시간 면담' 이후에 나온 것으로 뇌물과 배임 혐의 등으로 처벌받게 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검찰과의 협상에 의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지난 9일 정 전 실장 공판에서는 '2013년 4월 16일 9천, 그 다음날 1천, 합계 1억' 전달 혐의는 소위 '심경 변화' 이후에도 2개월 동안 진술이 바뀌지 않고 있다가 22년 11월 21일 남욱의 법정 진술 이후 그 다음 날 "정진상에게 준 것"이라고 진술을 바꾼 정황이 제시됐다. 이 부분은 유동규가 남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사항으로 '대장동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지자 자신의 혐의를 정진상의 혐의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재판은 기소 이전부터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된 유동규의 '일방적 주장' 외에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주장'조차 재판이 거듭될수록 변호인단에 의해 건건이 탄핵되거나 유동규 자신에 의해 번복되고 있다. 기소 당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던 검찰의 '호언'은, 최소한 현재 단계는 '허언'에 머물러 있다.

주류 언론들이 어느 순간부터 대장동 개발 의혹 재판에 대해 기사를 거의 쓰지 않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지금 검찰이 법리 싸움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증거가 있었다면 검찰이 왜 이재명 대표를 횡령죄와 뇌물죄 등으로 걸지 못하고 법리 싸움이 가장 어렵기로 악명 높은 배임죄로 걸었겠는가? 다시 한 번 그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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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2023-06-14 09: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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