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그 입 다물고 가만있으라?
[노트북을 열며] 그 입 다물고 가만있으라?
  • 천안=장찬우 기자
  • 승인 2015.06.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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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찬우 충남 서북부 본부장

[굿모닝충청 천안=장찬우 기자] 지난 2일 오후, SNS를 통해 ‘천안 단국대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3명 있으니 병원에 가지마라’는 글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단대병원 홍보팀은 굿모닝충청 취재진에게 한사코 “사실이 아니다”며 헛소문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병원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병원은 이날 오후 늦게 서야 메르스 의심환자 2명이 격리병동에서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병원은 3일 오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의심환자 2명 중 1명이 최종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병원이 3일 확진판정을 받았다던 8번 환자는 이미 5월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에 살고 있는 1번 환자를 최초 진료한 둔포 서울의원의 간호사라는 사실도 한참 후에야 확인 할 수 있었다.

고백컨대, 굿모닝충청 취재진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여러 차례 오보를 했고 이를 수정하느라 바빴다.

‘헛소문이니 걱정 말라’고 보도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의심환자 2명이 있다’고 번복했고, 이어 다시 ‘이중 1명이 3일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에 ‘확진판정을 받은 시점은 3일이 아니라 지난달 29일’이라고 고쳐 써야했다.

병원 홍보팀조차 자신들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는 숨긴 채 ‘소문을 퍼트리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며 겁을 주다 보니 병원 내부에서 조차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이실직고해야 할 오보가 더 있었다. 1번 환자가 아산사람이냐, 아니냐를 놓고 기사가 왔다 갔다 했다. 주소지는 아산인데, 거주지는 서울이다 보니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나 지자체의 자료가 제각각 달랐던 거다.

119번 환자(아산 거주, 평택경찰서 근무)는 1차 검사에서 양성,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격리해제 됐다가, 증세가 악화돼 다시 검사를 받고 최종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굿모닝충청은 119번 환자가 1차에서 양성이 나와 격리됐고 최종 양성판정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 처음엔 사우디아리비아 여행을 다녀 온 친구에게 감염됐다고 보도했다가 평택 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에게 감염됐다고 수정했고, 후에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다시 고쳐야 했다.

‘단국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34번, 8번이 완치돼 14일 퇴원한다고 보도했다가 다시 34번만 14일 퇴원하고 8번은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라고 수정한 건 ‘애교’ 수준이다

‘사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이렇게 수없는 오보를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면을 빌어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아무리 정부가 의료기관이나 자치단체에 ‘그 입 다물고 가만있으라’했다 한들, 여론에 밀려 뒤늦게 공개하는 자료마다 오류 투성이였다 한들, 그래서 정확한 취재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한들, ‘사실’을 확인했어야 했다.

19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기자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직업이 아니다. ‘사실’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일해야 한다”고 배웠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는데…, 독자와 취재지시를 따랐던 후배들에게 부끄럽다.

특히, SNS를 통해 천안 단국대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고 처음 알린 시민들을 본의 아니게 잠시나마 유언비어나 퍼트리는 겁 많은 소시민으로 치부한 점, 용서를 구한다.

정부와 언론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니 시민이 나선 것이라 생각하며 반성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민은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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