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㊲] 버려지는 것의 가치 찾아가기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㊲] 버려지는 것의 가치 찾아가기
이해은, 한국공예관 스튜디오 입주작가…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8.15 18: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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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은 한국공예관 스튜디오 입주작가. 사진=이해은/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이해은 작가] 공예작업에는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비싸게 구매한 가죽과 원단두루말이가 작품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가죽조각, 자투리 원단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매일 저녁 작업을 마칠 때면 바닥에 수북이 쌓인 천, 가죽 조각들을 쓰레기 봉지에 담는 일상이 반복된다. 쓰레기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작업을 줄이는 것이나 작가에게 이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아까우면서도 버려야 하는 현실에 그동안 가져왔던 고민과 예술적 해결방안을 적어본다.

1. 조각보-선조들의 지혜를 본받다

인류는 화학섬유를 대량생산하면서 값싼 가격으로 의복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집에는 버려야 할 옷들이 구석에 쌓여있다. 원단이 귀했던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천 조각들을 구멍 난 옷에 덧대는 등 재활용하였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구멍 난 양말을 천으로 덧대는 일은 일상이었다. 선조들은 버려지는 각양각색의 원단 조각들을 모아 <조각보>를 제작하였다. 밥상 보자기에서부터 차양막에 이르기까지 밑그림이 없는 유일무이한 작품들을 일상에서 만들어나갔다.

필자는 2000년 초반 첫 개인전에 대형 조각보들을 선보였다. 색상, 두께, 모양, 원단 종류가 다른 여러 질감들이 하나의 평면에 바늘과 실로 더해지며 새로운 모양으로 탄생하는 것은 마치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한편의 교향악을 작곡하는 기분이었다. 작업 이후 남겨진 원단 조각들은 조각보 이외에도 싸개단추와 머리띠, 수첩커버, 가방 등을 만들며 작은 실천은 시작되었다. 

2. 가죽 조각으로 일상 소품 만들기

가죽은 대개 원단보다 견고하고 비싸다. 그래서 일상에서 사용되는 작은 크기의 필수품을 생각해 보았다. 쓸만한 조각들이 나올 때마다 이들을 잘 모아 두었다가 신분증,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을 넣는 카드지갑과 열쇠고리, 가방 장식품, 액세서리 등을 제작해 보았다. 주변에 기념품으로 선물하기도 하고 일부는 매장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기성품과 달라서인지 받는 이들의 만족도도 큰 편이다. 버려져야 할 고가의 가죽 조각이 색다른 아이디어를 만나 새롭고 고급스러운 또 다른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고 있다.

이해은 작가의 작품. 사진=이해은/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이해은 작가의 작품. 사진=이해은/굿모닝충청

3. 구김에 구김을 더하다 – 한지, 신문, 비닐의 교집합과 합집합

발전적 새활용에는 청바지가 꽃병이 되고, 현수막이 수영복이 될 수 있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전통한지는 오랜 기간 글을 적거나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평면의 한지가 입체적 공예에 사용되면서 조명등, 보자기, 모빌,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입체구조로 활용되고 있다. 한지의 질기고 오래가는 물성을 기록의 용도에서 상품적 가치로 전환시켜 활용의 영역을 확장시킨 예이다.

전통한지 중에는 표면에 구김을 주어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 ‘줌치한지’가 있다. 줌치기법으로 대학원 학위논문과 특허를 취득한 이후 구김을 통해 종이들의 가치가 변환되는 것을 관찰해 왔다. 여기저기 구겨져 버려지는 종이쌀포대는 웬만해서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다. 여기에 표면처리를 하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가방 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신문지는 처리가 매우 용이하면서도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최근에는 사용하고 버려진 대형 비닐 봉투 처리를 놓고 고민하다 비닐봉투와 신문지를 이용한 가죽 분위기의 원단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찾아낸 소재들로 작품을 창작하고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은 설레임이 되었다.

4. 청주새활용시민센터와의 만남

2019년 청주시 수름재를 지나다 우연히 그곳에 위치한 새활용시민센터를 보게 되었다. 일상적 자원순환센터 정도로 생각했는데 현장을 방문해보니 체계적인 전시 시설과 프로그램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후 센터가 진행하는 공모전과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더욱더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버려지는 소재의 물성을 잘 이해하고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새활용시민센터와 같은 기관이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주어 주위의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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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미 2023-08-31 09:00:25
리사이클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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