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㊴] 1995년생 씽씽이를 보내며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㊴] 1995년생 씽씽이를 보내며
나복예 자연순환리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8.29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5년생 에어컨 '씽씽이'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나복예 자연순환리더]  “어우!!! 앉아 있어도 땀이 나네”
 “올여름 왜 이리 더운 거야~”

거실엔 에어컨 1대 선풍기 2대가 돌아가도 더웠다. 우리는 ‘아마도 사람이 많아서 더운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휴가가 끝나고 둘만 남았다.
 “어우 뭐야 ~, 둘이 있어도 땀이 나네” (에어컨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진짜 덥다. 더워~ 올여름 대박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씽씽이가 고장 났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씽씽이는 우리집 1995년생 에어컨 이름이다)

문득! “씽씽이 고장 난 거 아니야?”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 그리고 옥상의 팬을 확인한 결과 ‘두둥~’ 돌아가지는 않고, 아주 힘겹게 ‘삑삑!’ 소리만 내고 있는 씽씽이를 보았다. 28년간 시원한 바람을 힘차게 뿜어내던 씽씽이가 멈춰 선 것이었다. 다른 기능은 없어도 차가운 바람만은 씽씽! 잘 내뿜던 씽씽이가 갑자기 이럴 줄이야~ 없어 봐야 고마움을 안다고 이 무더운 여름! 씽씽이가 눈물 나게 고마웠고, 그리고 그립다.

처음 씽씽이가 우리 집에 온 것은 막내가 8개월이던 한여름이었다. 첫째가 옮겨준 수두를 앓게 되었는데 여름이라 덥기는 덥고 말도 못 하는 아가가 감당하기는 힘들어.

그땐 드물기만 한 ‘골드**’ 벽걸이 에어컨을 망설임도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특별한 고장도 없고 시원한 바람은 씽씽 잘 나오기에 최신형에어컨 부럽지 않게 잘 쓰고 있었다. 가끔은 잠잘 때 솔솔 바람이 나오는 최신형의 여러 기능이 있는 것을 사고 싶어 매장에도 들러보았지만, 그때마다 들리는 곳곳에서의 잔소리에 그냥저냥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곳곳에서 들리는 잔소리란 
 “애껴써라”
 “애껴야 부자 된다”
 “애낀 끝은 있어도 써 재낀 끝은 없다”
등등 여러 잔소리들이다.

처음에는 ‘나는 절대로 구질구질하게 안살거야’ ‘문명은 누리라고 있는 거야’라며 잔소리들을 부정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가 그분들 나이가 되고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물건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붙여가며 쓸고 닦아 쓰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잔소리와 함께 자라난 우리집의 절약패턴은 첫째, 화장실의 물건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샴푸, 린스, 바디샤워를 고체비누 하나로 해결한다. 그러니 각종 플라스틱통이 없어 일회용품도 절약되고 돈도 절약되고 깔끔하고 일석다조가 되었다.처음에는 머릿결도 뻑뻑하고 씻기지도 않는 느낌이었으나 처음 한 달만 견디니까 쓰기에 불편함이 없어졌다.

둘째, 전기절약은 모든 절약의 기본이자 교과서처럼 지켜지고 있다. 냉방 난방은 2명 이상 모일 때만 사용한다. 여름엔 선풍기나 부채, 그리고 대나무 돗자리 등을 사용해서 더위를 지내고 있고, 겨울은 겉옷과 담요를 거실에 항상 비치하고 방과 거실에 카펫 등을 깔아 보온을 하고 있다. 물론 멀티탭을 모든 전기제품에 사용하고 에어컨 세탁기는 고용량 멀티탭을 사용하여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방에 불을 켜거나 거실 등을 다 켜 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 주방에서는 기름기가 묻지 않은 간단한 설거지는 쌀뜨물을 받아서 하고, 정수기는 물을 받아서 간단하게 필터로 내려 먹는 ‘***정수기’를 사용해 세척도 간편하게 하고 에너지도 절약한다. 주방에서도 설거지 바(고체비누)를 사용해 설거지하여 일회용품을 사용을 줄이고 있다. 밥은 압력솥을 사용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요리를 하고 전자레인지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사주신 거라 소장은 하지만 뒤 베란다에 보관 중이다)

넷째, 세탁 시 가벼운 것 조금인 것은 손으로 그때그때 빨고, (특히 여름이라 빨래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가 냄새가 난다) 세탁기 사용 시는 일반코스보다 물과 시간과 전기가 절약되는 스피드코스를 많이 사용한다. 세탁세제는 기준량보다 조금만 사용한다. 그러면 세탁물에 세제가 남아 미끌거리지도 않고, 빠르게 세탁되고 물 절약도 되어 좋다. 그리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텀블러와 차 안의 필수품 빈 냄비는 한 세트처럼 장착되어 비닐과 플라스틱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용기내어 용기내기 실천 모습. 사진=청주시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용기내어 용기내기 실천 모습. 사진=청주시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아끼는 생활을 하다 보면 별걸 다 아끼고 절약하게 된다. 이번에 보낸 1995년생 씽씽이(에어컨)가 우리집 제일 터줏대감은 아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으면 안 된다고, 우리 집에서 오래됨과 절약을 가지고 주름을 잡으면 큰일 난다. 그나마 최신에 가까운 텔레비전은 컴퓨터와 공용을 쓰다가 (경품에 할 수 없이 당첨) 얼떨결에 거실을 차지하게 된 막내가 되었다. 텔레비전 올려놓는 장은 50년 세월을 묵묵히 지나온 아빠의 초등학교 책상이다. 이 친구도 학교가 폐교되면서 우리 집 거실로 오게 되었다. 소개 안 하면 서운한 우리 집의 이불장, 거실 장, 책장 그리고 거의 모든 물건이 필요에 따라 우리 집에 온 오랜 친구들이다.

꼭 필요해야만 구입하고 아주 큰 고장이 나지 않는 한 버리지 않고, 고장 나면 고쳐 쓰고 또 다른 용도로 변경해서 쓰고 있다. 그러기에 집안의 물건은 짝이 잘 안 맞는다. 그러나 물건마다 각자의 추억이 다르고 그때마다 우리에게 준 기쁨이 크기에 감사하며 즐기며 바라보고 있다.

책상이 2개 있다. 학생이 2명 있었으니 2개다. 하나는 우리가 쓰고 나머지는 잘 분해해서 모셔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살림이 따로 나게 된 책상 주인이 자기 책상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자기 새집에 데려가겠다고 책상을 빼내 주느라 더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 대청소를 하게 되었지만 기특했다. 요즘 좋은 것, 가벼운 것, 세련된 것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잔소리하지 않아도 강요하지 않아도 윗세대가 묵묵히 실천하는 것을 보고 아랫세대가 조용히 따라오는 것을 보니 행동의 무게감도 느끼고 고마움도 느꼈다.

우리 집은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고 맥시멈 라이프에 가깝다. 가끔 쓰레기장에 나오는 물건이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 집 물건이 낡은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보물처럼 익어가는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