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22일 시사인 단독 보도 기사에 따르면 2018년까지 해외 연수를 가 있었기에 위키트리 경영과는 무관했다는 김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위키트리의 경영 활동에 참여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다.
또 같은 날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행 후보자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던 시기 성평등 교육을 하며 “남성지배 사회, 남성 피해가 더 크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계속되는 김행 후보자의 거짓말 행태와 자질 미달의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 인사 부실 검증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위키트리 경영 건을 살펴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시사인의 취재 결과 2018년 김행 후보자가 위키트리 경영 활동에 참여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다.
2018년 9월 10일 ‘“SMT 오픈 앞두고 '스팀잇' 활성화에 적극 협력”...스팀잇, 위키트리 만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김행 후보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공훈의 공동창업자와 블록체인 기업 스팀잇 사업개발 담당 임원의 만남을 다룬 기사였다. 기사에 담긴 사진에는 공훈의 대표와 공 대표의 아들 공모 씨, 김행 후보자가 함께 나온다.
김행 후보자가 함께 한 자리에서 스팀잇과 위키트리는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스팀잇의 임원은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관 사용자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나 프로모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위키트리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2018년 7월 18일, 위키트리는 ‘“암호화폐 5조 3,000억 달러 가치 있다”...국내 최초 암호화폐 공식 보고서 나왔다’라는 제목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위키트리는 코인원 리서치팀의 보고서를 소개하며 “애널리스트가 전문적으로 암호화폐를 분석해 보고서를 낸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라고 평가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코인원 리서치팀의 팀장은 앞서의 공훈의 공동대표의 아들 공모 씨라 한다. 위키트리는 “도이치방크 리서치센터 실장(이사) 현직을 박차고 지난 5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으로 옮겨 화제가 된 바 있다”며 공 씨를 소개한 뒤, 인터뷰 형식으로 그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공 씨는 2018년 4월 25일 기준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지분 5%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고 한다.
지난 13일에 김행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으로 장관직에 지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김 후보자가 설립한 위키트리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콘텐츠와 수차례 전시회를 공동주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김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부인하며 자신은 2016년 위키트리 부회장으로 복귀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 연수를 떠나 경영과 무관하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소셜뉴스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는 김 후보자의 입장과 배치되는 정황은 이미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앞서 2018년 김 후보자의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이 이미 위키트리 지분의 25.8%를 보유했고 같은 해 김 후보자가 소셜뉴스로부터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22일 시사인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2016년부터 부회장으로 복귀해서 2016~2018년 해외 연수를 갔다. 스팀잇이 무슨 회사인지도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사인 측에서 김 후보자에게 공훈의 공동대표, 아들 공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기사를 보여주자 말이 또 바뀌었다.
김 후보자는 전화 통화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코스타리카 해외 연수 중 잠시 회사에 들렀다가 사진을 같이 찍은 것 같다. 아들 공 씨는 해외 사업가 통역을 위해 봉사 차원에서 함께 자리한 것으로 기억된다. 스팀잇과 아들 공 씨 인터뷰 등은 공훈의 공동대표 운영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라 관여할 수도 없었고 알지도 못한다”라고 했다.
즉, 해당 사진은 본인이 코스타리카에 해외 연수를 하던 도중에 잠시 회사에 들렀다가 같이 사진을 찍은 것 뿐이며 끝까지 위키트리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청문회에서 회사와 관련한 주식 거래 내역, 지분 구조 변경 현황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모두 실물로 공개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권인숙 의원은 “김행 후보자가 당시 회사에 관여를 안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배치되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의 회사를 홍보 해주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위키트리 관련 논란 외에도 김행 후보자는 과거 발언과 글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강간 출산’ 발언 외에도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달고 '여성은 무조건 예뻐야', '여자는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거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당연히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차기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적절한 자질을 지녔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리고 KBS 취재진은 김 후보자가 2014년 학술대회에 게재한 교육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확인 결과, 이 자료는 후보자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던 시기 직접 작성한 자료였다고 한다. 자료 제목은 〈양성 평등, 왜 필요한가?〉인데 모두 20쪽 분량으로, 후보자가 진단한 불평등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 인식, 대안 등이 담겨있다.
자료 도입부에는 '함께 생각해보기'라는 제목 아래 10개의 항목이 제시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이렇다고 한다.
-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주도권이 강하며,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불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사망률이다.
- 남성들 간의 사회적 관계가 여성들의 사회적 관계보다 불평등으로 인해 더 많이 상처를 받는다.
-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김행 후보자는 또 다른 페이지에서도 "남성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의 영향은 남성이 더 많이 받는다"며 비슷한 내용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불평등의 근거로는 "'남성다움'에 대한 사회적 압력, 스트레스"를 기재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성평등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종류의 교육을 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남성지배 사회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여성보다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학자도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이나 피해 등을 배제하고, 남성의 피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라며 "전직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서도, 차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도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김행 후보자는 같은 자료에서 성별 불평등의 문제점을 '당뇨병'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후보자는 캐나다 보건국의 발표 자료라며 남성과 여성의 당뇨병 최초 발견 시점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론 "여성은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며 당뇨를 조기에 발견, 남성은 중년 이후,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 발견"이라고 적었다.
성평등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앞뒤 맥락을 볼 때, 임신과 출산을 겪을 수 없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당뇨병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피해를 본다'는 내용으로 읽힌다.이에 대해 이성숙 여성역사학 박사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겪게되는 고통과 불안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감추고, 남성의 피해만을 부각한 황당한 논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여성학계에서 이와 같은 논거는 쓰이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런데다 김행 후보자는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녀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한국의 입양 현실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다문화 가정 아동을 '튀기'라고 지칭하기도 했는데 튀기란 혼혈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차별적 용어다. 이런 인종차별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성평등 정책, 다문화 정책 방향을 정하는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수장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 김 후보자 측은 KBS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와 관련해 긴 해명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는 '남성 지배 사회에서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문화는 남성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며 " 남성들에게 양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설명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함께 생각해보기'에 기재한 10가지 항목에 대해선, 말 그대로 함께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진 일종의 O,X 퀴즈였다고 해명했고, 당뇨병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선 " 남녀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 예시로 캐나다 보건국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자질 논란'에 김 후보자는 22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60년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특정 단어를 꼬집기보단 글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을 비롯한 여러 논란을 청문회에서 더 자세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