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노년층의 행복, 어디로 갔나?
[교수논단] 노년층의 행복, 어디로 갔나?
  • 박정원 /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9.26 15: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가정과 학교에서 삶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공부를 마친 후 경제활동을 하며 가정을 이루고, 자기 성취를 해나가다 노년을 맞는다. 퇴직과 더불어 일에서 물러나, 생의 후반부를 즐기다 삶을 마감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꾸는 시기라 행복도가 높다.

그러나 중장년이 되면 가정과 사회에서 부담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져 행복도는 뚝 떨어진다. 다시 노년이 오고, 퇴직 후에는 이러한 생존경쟁과 가정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돈과 승진에 대한 욕망도 감소하게 된다.

이제야 비로소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이웃과 공동체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기울일 여유가 생기면서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 인문학 공부에 열중한다) 이때가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다.

그리고 지구에서의 즐거웠던 여정을 마감하게 된다. 나이에 따른 행복도 변화를 나타내는 연령-행복도 곡선을 그려보면, 그 모양은 양 끝이 위로 올라간 U자형이 된다.

청소년의 행복도가 높고, 중장년기에 낮다가 반전하여 노년기의 행복이 가장 높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런 모양이다. 

그러나 이와 다른 특이한 형태의 곡선이 나타나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U자형이 아닌 솥뚜껑 모양의 곡선이 나타난다.

즉, 청소년기에 행복도가 낮고, 중장년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높다가 인생의 후반부가 되면 다시 낮아져 행복이 최저가 된 상태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 이런 형태가 발견된 적은 없다. 

어떤 모양의 연령-행복곡선이 더 좋은 것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일이든 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U자형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과도 들어맞는다. 말년이 행복할 것을 확신한다면, 중년의 고생쯤은 넉넉히 참고 견딜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말년에 고통스럽게 살다 갈 것이 예상된다면 삶은 소름 돋을 일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씁쓸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한국의 노년층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첫째, 건강이 안 좋다. 젊어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렸던 노년층은 나이 들어서 갖가지 치명적 질환을 앓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인 중 하루에 5개 이상의 약을 계속 복용하는 75세 이상 환자의 비율은 70.2%로서 OECD 평균은 46.7%에 비해 훨씬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이다. 

둘째, 적절한 소득이 없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7.6%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젊은 시절 자녀들의 교육비를 부담하느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저축할 여유가 없었는데, 성장한 자녀들은 과거처럼 부모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퇴직 후에 또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한국 노인들이 당면한 고통이다.

셋째, 가정의 즐거움이 없다. 취업과 주택난으로 인해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가 없다.

2023년 2분기 (4-6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0대로 떨어졌다. 국가의 미래도 큰 걱정이지만, 노인들에게 있어 최고의 인생사가 사라졌다. 

넷째,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없다. ‘갑자기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있다’라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75.8%로 OECD 평균(88%)보다 크게 낮다.

이는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에 해당한다. 믿을 만한 친척이나 이웃이 없으니 한국인의 삶은 외롭기만 하다.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률이 OECD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대체로 한국 노년층의 행복을 뺏어가는 주된 요인들이다. 대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예산을 세워 실천만 하면 되는데 그것이 안 되는 것이 또한 비극이다.

노년층도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철 지난 이데올로기 타령을 그만하고, 노년층의 행복을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표만 주고 외면당하는 국민이 아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솔찬 2023-09-27 16:44:23
나이가 들면 정치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지구를 떠날 준비를 잘 해야 행복하지 않을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