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상저하아아아고(上底下高)’
[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상저하아아아고(上底下高)’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9.28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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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한가위 명절 연휴를 앞둔 설레임은 어머니 손을 잡고 제수품을 마련하러 전통시장에 가던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에 긴 연휴 만큼이나 국민들의 한숨도 함께 깊어지는 요즘이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 기후 영향으로 채소류와 과실류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명절 성수품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황이 부진하고 어획량이 줄다보니 금사과와 금배로 불릴 정도로 햇과일과 일부 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했다. 다행히 제수품 가운데 금액 비중이 가장 높은 소고기 가격이 낮아지며 차례상 물가 부담을 다소 덜어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고물가로 시름이 깊어지는 와중에 슬금슬금 오름세를 보여오던 국제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압박의 큰 요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갔던 러시아가 또다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유와 휘발유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다행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제 거의 끝물에 다다랐다고 예측하고는 있지만, 미국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유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조치가 연장되면서 JP모건 같은 기관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그 경우에는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국제유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공공요금 상승 압박에 따른 물가 상승, 경상수지 악화 등 직간접적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재점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이렇듯 악화일로에 있다보니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대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빨간불’이 켜진지 이미 오래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가 연초부터 줄기차게 호언해 온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형국이다. 한가위 연휴가 지나면 이제 4분기만을 남겨놓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된다는 기미나 반등 신호는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마치 ‘고장난 레코드’를 틀어 놓은 듯 ‘상저하고’라는 낙관적인 답변과 전망을 반복하고 있다.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전히 '상저하고'의 확신을 주입이라도 하듯 물가 상승세는 잡히고 수출 부진은 완화될 것이며 고용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고 오늘도 레코드 테이프는 돌아간다.

정부가 ‘상저하고’를 고수하는 이 순간에도 ‘생산자물가지수’는 상승하고 있고, 은행의 가계대출도 계속해서 급증하여 임계치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우리나라 부채의 이자 비용 부담이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한미 금리 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소위 ‘매파적 동결’ 조치를 취한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모든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 증상들이 있게 마련이다. IMF 외환위기가 발발했던 1997년에는 연초부터 한보건설과 삼미그룹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작금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연체율 급등 우려, 날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 미중 경제 전쟁 사이에 끼인 우리 기업과 산업의 위기 등 산적한 해결과제의 무게감과 공포는 과연 어떠한가?

‘상저하아아아고’ 테이프가 더 늘어져 못쓰게 되기 전에, 국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좀 더 현실적인 진단과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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