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든까지 가는 세 살 버릇
[취재수첩] 여든까지 가는 세 살 버릇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5.07.08 13: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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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관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봐”

출고한 기사를 고쳐 쓰던 선배 기자가 묻는다. 넘긴 기사에 분명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표현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물으니 말문이 막힌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답한다.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선배는 다시 묻는다. “그럼 ‘시각’은 무슨 뜻이지?”
“그게…”
기다렸다는 듯이 선배의 잔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쓰는 사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을 왜 아무 생각 없이 쓰느냐, 어려운 한자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거냐, 한 번 말하면 기억해야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느냐…”

한참을 깨진 뒤에야 언젠가 같은 표현을 해 지적 받은 기억이 났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로 쉽게 고쳐 써야 했다.       
하지만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흔히 쓰는 말인데, 왜 저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어디 그뿐인가. “취재를 제대로 하긴 한 거냐, 들은 말 그대로 옮길 것 같으면 아무나 녹음기 손에 쥐어 보내면 되지, 기자가 왜 필요하냐.”
끝없이 이어지는 잔소리가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함께 취재 지시를 하는 배려 따윈 애초 선배에겐 없는 유전자임에 틀림없다.    

 “정종윤!”
“앗, 속으로 욕하는 걸 눈치 챘나?” 서둘러 대답부터 한다.
“넵”
“7월 2일자 신문에 취재수첩 하나 써봐”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이제 겨우 6개월 수습딱지 뗀 막내 기자에게 기자칼럼(취재수첩)을 쓰라하시면…
게다가 7월 2일자 신문은 창간 3주년 특집호 아닌가.

“신이여 왜 자꾸 이런 시련을 나에게 주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 “뭐 먹지?”라더니… 이 보다 훨씬 심각한 ‘뭘 쓰지?’라는 고민에 빠졌다.
부족한 머리를 쥐어뜯다가, “취재수첩을 통해 잔소리 많은 선배에게 한마디 해야 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이른다.

“까짓 것 일단 쓰고 싶은 대로 써보자. 쓰고 싶어 심장이 뛰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며?”
“선배, 7월 1은 굿모닝충청 3주년 기념일입니다. 운명인지 모르겠는데,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저는 ‘뜻을 세운다’(이립)는 30살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입사 6개월 됐으니 기자 나이로 젖먹이나 다름없는 아이에 불과합니다. 3살된 굿모닝충청이 30살 될 때까지 씩씩하게 살아남을 테니 잔소리 좀 그만하시죠. 선배는 처음부터 잘했습니까?” 

이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선배 기자가 고쳐 쓴 원고와 함께 한 마디 던지고 돌아 선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지금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기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무심코 던진 선배의 한 마디로 다시 생각이 꼬리를 문다. 3살된 굿모닝충청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30살 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까.

생각 끝에 나도 선배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한다.
“입사 3년차까지만 잔소리를 허락합니다.”
“기자가 힘든 만큼 독자가 행복하다” 귀가 따갑도록 들은 선배 기자의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여든까지 멋진 기자로 살아 갈 테다. 그때까지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 남아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3년 동안은 잔소리를 기꺼이 참아 낼 각오다. 아무리 힘들어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굿모닝충청, 정종윤 생일을 자축하며,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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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윤 기자 2015-07-09 14:03:25
감사합니다! ^^

하얀그림자™ 2015-07-08 16:04:49
정종윤 기자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굿모닝충청의 무궁한 발전을 함께 기원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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