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7] 나잇값…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7] 나잇값…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소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1.1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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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시간을 몸에 새긴다.

사람에게 세월이 흰머리와 주름 등 외면의 변화라면 나무의 시간은 내면에 새긴 나이테다.

때때로 나무의 크기로 나이를 가늠하기도 하지만 사실 크기만으로 나무의 시간을 예측할 수는 없다.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를뿐더러 나이를 먹을수록 성장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무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건 나이테뿐인데 나무줄기를 잘라내야 확인할 수 있기에 살아있는 나무의 나이는 늘 짐작할 뿐이다.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소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당시 수령이 240년이었으니 이제는 28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가 500년은 거뜬히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엄청 오래된 나무여. 옛날엔 칠월칠석이믄 이 나무 앞에서 당제도 지내고 그랬어. 근디 보호수 지정할 때 동네 어른이 본인의 증조 할아버지가 심었다고 이야기하니까 그 말만 듣고 그냥 수령을 그렇게 해버린겨. 실지로는 더 오래됐어. 가치를 쳐놔도 생김이 범상치 않찮여.”

가지치기가 끝난 소나무는 감춰뒀던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잔가지와 잎을 뭉텅 잘라냈지만, 그 모습이 초라해 보이긴커녕 되려 당당하게 느껴졌다.

세상을 향해 마음껏 펼쳐낸 가지는 거침이 없는 데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뤘다.

흔히들 나무의 나이를 크기 즉 수고로 예측한다.

그러나 나무는 나이를 수직으로 축적하지 않는다. 그 증거가 바로 나이테다.

나무의 나이테는 안에서 바깥으로 만들어지는데 가운데 진한 부분을 심재(心材), 바깥의 연한 부분을 변재(邊材)라고 한다. 조직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심재가 물을 빨아들이는 수관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죽은 부분이라면 변재는 수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부분이다.

즉 나무는 삶과 죽음을 모두 품은 채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줄기와 뿌리를 함께 키워가며 자신을 지탱할 힘을 키워간다.

나이에 걸맞게 균형을 맞춰가며 부피와 크기를 동시에 키워가는 것이 나무의 삶이며 그게 나무의 나잇값이다.

“가치를 쳐놔서 지금은 볼품없어 뵈도 내년이면 멋있을거여. 아주 멋있게 잘 컸당게.”

풍성한 가지와 잎을 껴안고 사느라 더 많은 눈을 견뎌왔을 구룡리 소나무에 올겨울은 조금 홀가분한 계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면 가뿐한 마음으로 새잎을 틔워낼 수 있으리라.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747 소나무 281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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