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점점 악화되는 남북관계
北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점점 악화되는 남북관계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막을 마지막 안전핀까지 뽑아버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1.24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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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북한 국방성이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해 군사적 충돌을 막을 마지막 안전핀이 뽑혀버렸다.(출처 : M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3일 북한이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1일 밤에 있었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후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하자 맞대응으로 전면 파기 선언을 한 것이다. 사실상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마지막 안전핀마저 뽑힌 상황이 되었기에 향후 전방 지역에서의 긴장 관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북한 국방성이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고,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를 내린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런 합의 파기는 북한이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할 때부터 준비한 대응 카드로 관측된다.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를 전자결재로 최종 재가한 것처럼 북한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임에 의한 국방성의 성명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직접 담긴 발표로 추정된다.

또한 이 날 북한 국방성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마지막 안전핀마저 뽑혀버린 셈이 됐다.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만큼 비행금지 구역의 정찰 활동이 강화되고 지상과 해상에서의 포 사격 훈련이 재개되며, 서해 NLL 침범, 시범적으로 상호철거된 11개 비무장지대 감소 초소(GP)의 복원,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의 재무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진 배치될 신형 군사장비로는 개량된 전술 로켓, 조종방사포, 대공로켓, 전술유도탄 등이 거론된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북한 국방성이 발표한 갖가지 엄포.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북한 국방성이 발표한 갖가지 엄포.(출처 : M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금까지 남북은 총 258건의 합의를 했는데 대부분 북한이 먼저 파기를 공식 선언하거나 합의를 지키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 9.19 남북군사합의도 작년에 있었던 북한 무인기의 용산 상공 침범 등 위반 사례가 아주 많았다. 때문에 이 합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합의 파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가 남북합의를 존중해온 것은 한반도 평화 관리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먼저 남북합의를 파기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더 신중하게 접근했던 점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전부터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특히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장관 취임 이전부터 9.19 남북군사합의를 ‘매국행위’라 비난했던 인물이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 정지에 안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내놓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망언.(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내놓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망언.(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신 장관은 "예컨대 1조 원의 이익이 있다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은 1원"이라며 "1원 손실을 염두에 둘 만큼 세상은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효력 정지는 매우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2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신원식 장관의 태도를 비판했다.

최 전 차관은 '9.19 군사합의로 인한 군사적 제약이 크고 북한은 3,000번 넘게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정부의 지적과 관련 "군사합의를 바라봤던 시각들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며 "3,000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합의를 맺은 이후 접경지역, 즉 휴전선 일대에 군사적 긴장 완화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쪽에 있는 북방한계선(NLL)에서 소위 남과 북의 해군끼리 충돌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이를 평가한 우리의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남북 군사합의, 즉 최소한의 군비 통제로 인해서 한반도에서 우발적 군사적 충돌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또 신원식 장관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가 얼만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마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간 우리가 접경지역에서 유지했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완화될 것이다. 판문점은 비무장화되어 있어 양측 군인들이 경비했을 때 무장을 안 하는데 다시 무장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안포를 가동한다거나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리고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양훈련을 하거나 그리고 가장 염려되는 것은 군사분계선 5km 근방에서 지금은 훈련을 못 하게 되어 있으나 (훈련하고) 포도 쏘면 경기도, 강원도 그리고 연평도 백령도 등 지역 주민들이 불안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그는 "한반도를 보면 화약고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에게 매우 안 좋은 것이라 군사합의를 추진했던 저희는 안전핀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군사합의는 남과 북이 잘 지내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쟁 날 위험이 있으니 안전거리를 두자. 그래서 안전핀이라는 역할을 하는데 이걸 지금 뽑아버린 상태"라고 했다.

실상 이번 9.19 남북군사합의는 윤석열 정부가 먼저 북한에 전체 합의 파기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또한 "남북 합의에 대한 불이행과 파기를 지속해온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대응했다는 점이 불안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며, "정부가 9.19 합의의 일부 효력정지로 북한에게 전체 합의 파기의 명분을 먼저 준 것은 악수 중의 악수"라고 지적했다.

민주 정부 때 남북 간 평화무드가 조성되며 어떤 합의를 맺으면 보수 정부 출범 이후 파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남북 정책에 대한 연속성이 단절되고 있다. 어쩌면 이 점이 남북통일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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