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서울의 봄' 흥행 비결과 K 콘텐츠
[컬쳐 인사이드] '서울의 봄' 흥행 비결과 K 콘텐츠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0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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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 계보를 지니고 있다. 제대로 그 전체 면모가 대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플러스엠 에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포스터/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 계보를 지니고 있다. 제대로 그 전체 면모가 대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플러스엠 에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포스터/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이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로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엄연히 존재하는 반지하방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존재한다.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중국이나 러시아도 빈부격차는 심각하다.

그것을 은폐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의 싹을 더 키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빈부격차 문제를 소재로 다룬 작품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빈부격차가 낳는 파국의 결말을 막기 위해 뭔가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각성을 일으킨다.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더 글로리’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 때문에 한국의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만연한 것으로 대외에 인식되면, 부적절할 것으로 생각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학교 폭력에 대한 담론과 이슈를 폭발시켰다.

학교 폭력이 없는 나라는 없으며 심지어 모범적이라는 국가에도 학교 폭력은 존재한다. 오히려 ‘더 글로리’ 때문에 해외에서는 과거에 학교 폭력을 저지른 대중 연예 스타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이른바 선한 영향력까지 발휘됐다. 심지어 퇴출당한 사례까지 나왔다. 한국의 학교 폭력 양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도출한 점이 중요했다. K 콘텐츠의 특징이자 비결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 계보를 지니고 있다. 제대로 그 전체 면모가 대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9시간의 기록을 영화로 옮겼다. 하지만, ‘더 글로리’와 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이렇게 한 이유는 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현실의 인정이 낳는 효과를 이미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실을 다룬 영화들은 초기에 주목을 받아도 그것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영화 ‘서울의 봄’은 이런 점에서 남다르게 성공한 셈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불편한 그날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매우 대중적인 서사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쿠데타를 성공시키는가, 실패시키는가, 그것에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펼쳐질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고도 남는다.

이는 비단 정우성이나 황정민, 정해인, 김성균 등에만 쏟아질 찬사는 아니다. 연기 이전에 캐릭터 구성이며,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어떤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뇌리에 남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서사와 캐릭터가 어떤 갈등 관계의 플롯을 통해서 결말로 치달아가느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수용자인 관객의 흡입력을 위해서 기존 영화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연출 전략도 구사 했다. 더구나 이미 다 결과는 알려진 사실에 바탕을 두었기에 다른 허구적 요소를 많이 가미해 흥미와 몰입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 이미 관객은 역사적 진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연출자가 의도한 점은 분노의 게이지를 올리는 전략이다.

분노의 게이지는 그냥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고비를 여럿 배치할 때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연출자는 잘 알고 있었다. 긴장감은 일방적인 대결이나 위세가 아니라 막상막하일 때 더욱 발생하기 마련이다. 49대 51의 비율이 알맞을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쿠데타 세력과 이를 막는 이들의 옥신각신은 손에 땀 쥐게 만든다.

물론 그것은 실제 사실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설정이 아닌 사실의 핍진성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자칫 실패할 수 있었던 쿠데타, 그 때문에 뒤에 일어날 수 있었던 역사적 비극 광주의 참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안타까운 분노가 터져 나올 수 있었다.

영화의 결말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입소문을 나게 만든다. 이 작품이 엔딩 이후에 더욱 여운이 남기 때문에 회자가 많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혹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하지도 않으며 억지로 승리를 도출시키지도 않고 애써 의미 부여도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일어나는 심리적 효과는 분명히 연출자의 의도에 기인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쿠데타를 막으려던 이들의 철저한 좌절과 비극을 통해서 관객은 각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설픈 해피엔딩이나 정신 승리가 아니라 철저히 과거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미래를 위해 결의를 다질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관객들도 이에 공감하고 만다.

현실의 철저한 인정만이 다른 대안을 꿈꿀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K 콘텐츠의 특징이라는 점을 영화 ‘서울의 봄’은 잘 보여주고 있다. 분명 현실의 결과를 다 보여주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초석이 되므로 영화 ‘서울의 봄’은 새로운 봄의 처절한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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