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판세 예측, 립서비스도 구분 못 했던 정부
엑스포판세 예측, 립서비스도 구분 못 했던 정부
외교적 수사, 덕담도 '한국 지지'로 계산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2.02 0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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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19일에 나온 채널A의 2030 엑스포 관련 가짜 뉴스. 당시 채널A는 정부발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인용해 엑스포 유치 판세가 80 : 87의 박빙이라는 허위 보도를 했다.(출처 : 채널A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작년 6월 19일에 나온 채널A의 2030 엑스포 관련 가짜 뉴스. 당시 채널A는 정부발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인용해 엑스포 유치 판세가 80 : 87의 박빙이라는 허위 보도를 했다.(출처 : 채널A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030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해 윤석열 정부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온갖 희망회로를 잔뜩 돌리며 잘못된 판세 예측을 했고 언론은 언론대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정부발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보도하며 국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한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 잘못된 판세 예측을 하게 된 이유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중앙일보에 나온 보도를 참고하면 정부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엑스포 유치가 소위 ‘VIP(대통령) 관심사항’이 되자 어느 순간부터 엑스포 유치 활동은 대통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욕망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판세 예측이 엉망이었던 이유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즉, 서로 윤석열 대통령 눈에 잘 들기에만 급급해 냉정하게 현재 판세를 살피기보다는 그저 기대를 부풀리는 ‘핑크빛 시나리오’만 내놨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를 살펴보면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 연사로 나선 이후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한층 강해졌다. 실제 해당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이후 민관합동유치위원회와 각 정부 부처에선 “사우디를 지지했던 상당수 국가들의 표심이 한국 지지로 선회했다”는 식의 보고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각 정부 부처들의 ‘허위 보고’는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그 무렵에 채널A가 80 : 87 같은 근거 없는 스코어를 단독 보도랍시고 요란하게 떠들었다. 또 채널A는 정부 인사의 카더라 통신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선언을 했던 나라 중 10여 개 국가가 한국 지지로 선회했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물론 현재 와서 보면 그 보도들은 모두 ‘가짜 뉴스’였다.

또 지난 7~8월 경에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건에 사우디와의 표차가 20표 이내로 좁혀졌다는 문구까지 담겼다고 한다. 이 무렵부터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2/3(122표)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뒤 2차 투표에서 부산이 로마의 표를 흡수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투표일이 임박해서는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실 중심으로 리야드와 불과 10여 표 차이라는 보고서도 작성했다. 이 허위 보고 역시 모두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자신들이 ‘허위 보고’를 올리고 그 허위 보고가 마치 진실인 양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허위 보고도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럼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근거를 살펴보면 매우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한국에 유리한 몇 번의 가정적 상황이 연속으로 발생해야 겨우 달성 가능한 시나리오를 아전인수식으로 분석한 결과였다고 한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엑스포 프레젠테이션 이후 나온 채널A의 허위 보도. 10개국이 돌아섰다는 근거는 그저 그 나라 인사들의 '덕담'을 '한국 지지'로 아전인수 해석한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엑스포 프레젠테이션 이후 나온 채널A의 보도. 10개국이 돌아섰다는 근거는 그저 그 나라 인사들의 '덕담'을 '한국 지지'로 아전인수 해석한 결과였음이 드러났다.(출처 : 채널A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건투를 빈다’는 정도의 덕담인 “한국의 입후보를 지지한다” 등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입장을 밝힌 회원국도 한국 지지 국가에 포함해 계산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부산 유치 홍보를 벌이는 한국 측 인사 앞에서 어느 국가 외교관들이 면전에서 대놓고 “우리는 리야드를 지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만큼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인식 수준이 현실과 동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런 과정에서 냉정한 분석은 오히려 ‘열정 부족’으로 매도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각급에서 BIE 회원국을 접촉해 온 외교부는 “근접했다”는 표현을 쓰는 건 섣부르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는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패배주의에 물들었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선 되도록 상황을 조심스럽고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낙관론에 물들어 스스로 눈과 귀를 가린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판세 예측 능력은 투표 전 외신들의 보도를 꼼꼼히 체크하며 국내 언론사 중 거의 유일하게 정확한 판세를 예측했던 뉴스버스의 이상연 기자만도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분위기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짐작해 볼 수 있다.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 시스템으로 이뤄져 그저 윗사람들의 눈치 보기 및 비위 맞추기에만 혈안이 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2030 엑스포 유치를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상황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가 윤석열 정부 전반의 이런 살벌한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일의 계획과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부산은 리야드에 비해 여러 모로 열세에서 출발했다. 그럼 이 열세인 판세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구체적인 홍보 전략도 세워야 했다. 왜 부산이 리야드보다 더 엑스포 개최지로서 적합한지 보다 선명하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네티즌들이 “대학생들 조별과제 발표만도 못한 수준이다”고 혹평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왜 부산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연예인들만 잔뜩 나온데다 배경 음악도 유행이 한참 지났고 부산과 아무 관련 없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그 엉망인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데 수십 억의 혈세가 낭비된 사실도 알려졌다.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 탓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 탓으로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속속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부산은 질 만해서 진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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