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6] 고서(古書)의 기품을 닮은 향나무…논산시 연산면 돈암서원 향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6] 고서(古書)의 기품을 닮은 향나무…논산시 연산면 돈암서원 향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2.0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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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20197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됐다.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시설로 조선 중기 혼란한 사회를 바로잡고자 하는 고을의 선비를 중심으로 설립된 일종의 사립학교였다.

지역의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였고, 학문의 중심지였던 서원은 대부분 경관이 빼어난 곳에 세워졌는데 학문을 닦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정신적 수양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돈암서원은 충남 대표 서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돈암서원은 1634년 창건된 곳으로 조선 중기 유학자 김장생(金長生)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돈암(遯巖)’이라는 명칭은 서원이 이곳으로 옮겨 오기 전 임리(숲말)에 위치했는데 그때 돼지 바위라 불리던 큰 바위가 있었고 그 바위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수의 유적과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돈암서원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사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특히 여름이면 100일 동안 피고 진다는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붉은 꽃보다 더 농익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 304년 수령의 향나무다.

김장생의 문집인 사계전서등 책판을 보관하는 장판각 앞에 뿌리 내린 향나무는 고서(古書)의 기품을 닮았다.

오랜 세월에 종이의 빛깔은 바랬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은 변함이 없는 고서처럼 향나무 또한 풍파 속에서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오롯이 내면을 채워왔다.

줄기에 난 선명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모습이 당당하면서도 우아했다.

래서일까? 마치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듯한 향나무의 모습에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싶어한 유생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돈암서원 향나무에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여 이 나무를 누가 심었는지 알 수 있을까 싶어 수소문해 봤지만, 돈암서원 향나무와 관련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수령을 예측해 서원이 세워진 후 향나무가 심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스승이 심었는지 학문에 정진하던 유생이 심었는지 알 수 없지만 돈암서원과 나무가 보호받고 있다는 알게 된다면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다.

보호받는다는 건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논산시 연산면 임리 74 돈암서원 향나무 304(2023)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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