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풍자하면 안 되는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 풍자하면 안 되는 나라 '대한민국'
방심위, 尹 영어 풍자한 '김어준 뉴스공장'에 '경고' 처분
'윤석열차' 논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년 예산 48% 삭감
  • 이동우 기자
  • 승인 2023.12.0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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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강욱, 민형배 의원을 비롯한 굿바이전 전시회 주최측이 지난 1월 9일 국회 사무처의 기습적인 작품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민형배 의원을 비롯한 굿바이전 전시회 주최측이 지난 1월 9일 국회 사무처의 기습적인 작품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한국에서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풍자하는 만화를 그리면 안 된다. 법적제재를 받거나, 국고보조금이 삭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4일 전체 회의를 열고 현재는 폐지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뉴스공장)에 대해 대통령의 영어 발언을 희화화했다는 등의 이유로 중징계인 ‘경고’ 결정을 내렸다.

뉴스공장은 지난해 12월 22일~23일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영어를 사용하며 발언한 것에 대해 “내용이 없으면 이렇게 허세를 부리게 된다”, “프레지던트의 이 판타스틱한 잉글리시에 어그레시브하게 인게이지한다”, “내추럴리 나온 게 아니잖나”, “베리 스트레인지하다”고 풍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정부 관여)가 바로 레귤레이션(규제)이다. 2023년에는 그야말로 다시 대한민국, 도약하는 그런 나라로 만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공격적)하게 뛰어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영어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굿모닝충청을 비롯한 언론에서도 윤 대통령의 ‘영어 의존’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게재됐다. 뉴스공장의 이날 방송은 ‘풍자’를 통해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심위는 ‘대담·토론프로그램 등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선 안 된다’는 방심위 규정을 들어 해당 방송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도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 발언에 대해 “취미활동처럼 노조 때리는 발언”이라고 언급한 것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해 “검찰이 이 대표를 터는 본질은 정적 제거다. 검찰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고, 앞으로 있을 국민의힘 후보의 정적을 제거하는 게 본질”이라고 언급한 내용 등에 관해서도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심의 결정에 대해 “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구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선다윗 상근부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중징계의 사유가 대통령의 영어 발음을 풍자했기 때문이라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며 “유신 시절에 만들어졌다 민주화 이후에 폐지된 국가원수 모독죄가 다시 부활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독재국가가 아니고서야,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 처분을 내리는 국가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나. 방심위는 언론에게 유신시대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나가서 자유를 외치는데 국내에서는 풍자할 자유마저 빼앗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고 지적했다.

또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구가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풍자를 틀어막고 방송의 손을 꽁꽁 묶으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역행”이라며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방심위를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 보좌기구로 전락시킨 류희림 위원장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 방심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출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으로 ‘윤석열차’가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2022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영국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빗대 풍자한 카툰으로 경기도지상인 금상을 수여했다. 2022년 9월 30일부터 2022년 10월 4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되기도 했다.

해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이어 표절시비로 시끄러웠던 풍자만평 ‘윤석열차’에 대해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은 7일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풍자의 내면을 꿰뚫어 보았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윤석열차'

문제는 정부의 이런 조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이나 전시회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있다.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굿바이전 in 서울’도 전시 하루 전에 긴급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전시회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지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 12명이 주관한 행사로, 작가 30명의 정치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작품을 국회에서 전시할 수 없다’며 전시회 하루 전날, 사전 통보도 없이 전시작품을 철거했다. 전시작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작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2023년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교육청의 후원 없이 행사를 치뤘으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24년도 국고보조금 예산은 60여억 원으로 올해 116억 4천만 원보다 약 56억 원(4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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