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북스/다시읽는 고전] 우리의 자화상 '그레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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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변신'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3.12.11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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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쓰레기를 치우듯 그가 빨리 사라지길 기도하는 가족들이 야속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것이 야속할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니충청=박수빈 기자)
그저 쓰레기를 치우듯 그가 빨리 사라지길 기도하는 가족들이 야속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것이 슬플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박수빈 기자)
카프카 '변신' 초판. (사진:위키백과 제공/굿모닝충청=박수빈 기자)
카프카 '변신' 초판. (사진:위키백과 제공/굿모닝충청=박수빈 기자)

[굿모닝충청=박수빈 기자] “엄마아빠,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떡할 거야?”

청년층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자신이 갑자기 바퀴벌레가 되면 어떡하냐며 버릴 건지, 키울 건지 말해달라고 했을 테다.

잘 알 듯, 이 말은 카프카의 ‘변신’에서 유행한 말이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처럼, 한순간에 바퀴벌레라는 더럽고 흉특한 존재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의류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5년 전 아버지가 파산한 이후 홀로 가족을 부양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모습의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경악하고, 아버지는 그를 방 안으로 내쫓아버린다. 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가족들에게 그가 내뱉는 말은 벌레 울음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17살 누이동생은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시중을 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결국 ‘벌레’를 오빠로 볼 수 없다며 그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사과를 던져 그레고르에게 심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레고르는 평소 가족을 끔찍이 사랑해 힘들게 일하며 그들을 부양했지만, 이제는 식구들에게 미움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그는 방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하고 만다. 그 소식을 들은 가족은 “하느님께 감사드리도록 하자”라며 기도하며 교외로 소풍을 떠난다.

사람이 갑자기 벌레가 된다. 일어날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현실적이고 굉장히 잔인하고 공포스럽다.

등에 박힌 사과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그레고르는 그 상처 자체보다는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더 아팠을 것이다.

그레고르가 돈을 벌지 못하자 그동안 그에게 의지했던 가족은 새 직장을 구하고, 하숙도 들이고, 하녀를 내보낸다.

그레고르를 부양할 돈은 충분할텐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예전에 일 잘하고 돈 벌어왔던, 그레고르는 없었다. 가족들에게 그는 벌레였기 때문이다. 부양할 의무가 없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며 희생했으나, '가치'를 잃자 한 마리의 해충으로 변해버렸다.

우울증에 걸려 취업을 포기한 청년, 하루아침에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중상을 입고 몇 년째 앓아누워야 했던 가장,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그레고르로 만들었다.

그들은 돈을 벌지 못한다. 그레고르가 비쩍 마른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처럼, 인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제는 물질적인 욕구가 그 자리를 메워나가고 있다.

"인간이라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그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저 쓰레기를 치우듯 그가 빨리 사라지길 기도하는 가족들이 야속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것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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