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①] 공예를 새활용 하는 사람들
 [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①] 공예를 새활용 하는 사람들
염 우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12.1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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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자원순환크리스마스에 만들어진 시민창작품.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자원순환크리스마스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공동창작해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 전시중이다.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버려지는 물건들이 예술가들이 손길을 거쳐 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바로 새활용공예다. 버림의 쓰임의 사이에서 공예가들의 마음에서 피어난 예술적 가치가 손끗을 거쳐 작품으로 피어나는 순간은 어느 창작예술보다 선한 영향력을 지녔다. 탄소중립을 위한 자원순환의 시대정의가 새활용공예가들로부터 빚어진다. 자원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을 통해 삶의 업사이클을 추구하는 새활용공예가들의 이야기를 굿모닝충청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염우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고래? 오래!, 청주새활용시민센터 2층 전시홍보체험관의 한 면을 채우고 있는 새활용 작품의 제목이다. 고래랑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글귀이다. 지난해 12월 자원순환크리스마스 행사 때 병뚜껑을 새활용하여 만든 시민참여형 집단창작품이다. 나는 이 병뚜껑 작품이 참 맘에 든다. 그런데 왜 병뚜껑으로 만들었을까?

자원순환크리스마스는 자원순환 시민들과 쓰레기줄이기 실천 활동가들이 함께 모이는 연중 마지막 행사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성탄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해마다 주제를 정해서 행사를 치르는데, 2022년에는 주제를 ‘동그라미’로 정하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절친 이름이 바로 ‘동그라미’였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버려질 수 있는, 하지만 모으면 쓰임새가 꽤 있는 동그라미를 모으기로 하였다. 단추나 우산천, 병뚜껑과 같은 동그란 물건을 모으는 캠페인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플라스틱 병뚜껑(PE)은 플라스틱 물병(PET)과 성분이 다르다. 뚜껑을 물병에 채운 채로 배출하자니 한 번의 분리 공정이 더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고 분리해서 배출한다면 크기가 작아 모으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수거와 분리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병뚜껑을 어떻게 모으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많은 자원순환 활동가의 관심사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추진했던 플라스틱 방앗간이다. 참새들처럼 시민들이 병뚜껑을 모아오면 파쇄기와 사출기를 활용하여 열쇠고리나 치약짜개와 같은 기념품 또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도 병뚜껑 분리·수거·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병뚜껑 모으기 캠페인을 펼치게 되었다.

플라스틱 병뚜껑 10개를 가지고 와서 새활용 작품 만들기에 참여하면 새활용 쿠폰을 나눠주었다. 보유한 쿠폰을 가지고 새활용공예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다과를 교환해서 먹을 수 있다. 버려지는 자원도 모으고, 창작 활동에도 참여하고 자원순환크리스마스 행사도 즐기는 일석삼조의 캠페인이다.

집단창작을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적당한 크기의 나무틀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벽면을 꾸미기 위한 대작을 만들 생각이었으므로 400×250㎜ 크기로 정했다. 다음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의 솜씨를 빌려야 한다. 푸른 바다를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그려 달라고 해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자원활동가들과 참가자들의 몫이다. 가지고 온 플라스틱 병뚜껑을 색깔에 맞게 붙여 넣는 작업이다. 조금 색깔이 달라도 상관없다. 크기가 달라도 좋다. 검푸른 고래 몸에 하얀 병뚜껑이 섞여 들어가면 마치 따개비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뚜껑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도 좋다.

업사이클 원칙 중 하나는 ‘또 다른 쓰레기를 양산하지 말자’는 것이다. 새활용품을 폐기할 때도 가급적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고래, 오래’ 작품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걸어놓고 보니 생각보다 근사했다. 문제는 다녀가는 사람들이 병뚜껑을 만져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꾸 떨어지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고심 끝에 영구보존용 작품으로 전환해 보기로 하였다. 표면을 레진으로 가볍게 처리했더니 내구성도 커지고 마치 타일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래, 오래’는 청주새활용시민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새활용공예 실험 중 하나이다. 우리 센터는 2019년 11월, ‘더 새롭게, 다 이롭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관하였다. 모든 것을 더 새롭게 한다면, 누구에게나 다 이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공예도시 청주를 자원순환도시로 업사이클 할 수 있다는 포부가 생겼다. 청주를 지속가능한 자원순환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하여 새활용공예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4년째 운영하는 ‘더새로움’은 시민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새활용공예체험프로그램이다. 해마다 프로그램 종류와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2023년에는 35가지 주제로 매주 토요일 오전과 오후, 총 70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새활용공방과 새활용공예가들이 분담하여 진행하며 매우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새활용공예가 양성과정은 시민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공예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행사이다. 공예도시답게 공예의 대중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양성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10개의 이론강좌와 15개의 실습강좌로 구성된 65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4기의 양성과정을 거쳐 76명의 새활용공예가를 양성하였다. 대부분 청주새활용공예가협의회에 소속되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3회째는 맞는 ‘나는 청주의 새활용공예가’는 일종의 오디션 방식의 집단창작과정이다. 공식 사업명은 새활용공예 아이디어발굴 제작지원프로젝트이다. 공모를 통해 70~100건의 아이디어를 모은 뒤에 제작계획발표회, 시제품발표회, 활용방안발표회(최종심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3단계 워크숍을 거쳐 최종 10개의 우수작품을 선정하여 제작과정을 지원한다.

새활용공방네트워크 구축 및 연합전시회도 주요한 사업 중 하나이다. 만들어 쓰기 문화 확산으로 이미 무수한 공방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새활용공방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체험프로그램 운영, 일부는 새활용공예품 제작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이다 보니 대부분 영세한 형편이다. 이러한 새활용공방의 활성화와 교류, 협력을 위해 새활용공방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현재 30여 개의 공방이 결합하였으며, 2회째 새활용공방 (빠레트)연합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실험적으로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새활용공예품 공모전과 새활용공예 비엔날레이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패럴림픽을 개최하듯.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끝나면 소박한 규모로 새활용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것이다. 새활용공예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 개인 또는 집단적 노력의 성과를 2년에 한 번 공모전으로 모아내고 비엔날레를 통해 공유하자는 것이다.

2023년 세계환경의 날 청주도시재생지원센터 앞 광장 환경체험부스에서 커피캐리어 노트 만들기를 하고 있는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염우 관장.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새활용공예(Upcycle Craft)란 ‘새활용(Upcycle)’과 ‘공예(Craft)’를 통합한 개념이다. 새활용이란 모양새와 쓰임새를 더해 물건의 가치를 높여내는 것을 말한다. 공예란 실용성과 조형미를 갖춘 생활물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활용공예란 쓰지 않거나 버려지는 물건과 재료를 이용하여 더욱 아름답고 쓸모있는 물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새활용공예는 청주가 지향하는 두 가지 방향 즉 공예·문화도시와 자원순환도시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활용공예 개념을 정립하고, 새활용공예가를 양성하고, 새활용공예품을 발굴하고, 새활용공예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을 진행해 왔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공예의 대중화’다. 버려지는 재료와 물건을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 바로 시민 속에 잠재되어있는 공예 재능을 발굴하는 일이다. 새활용공예는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다. 시민 누구나 새활용공예가가 될 수 있고, 새활용공예품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새활용공예의 사업화이다. 새활용공예는 좋은 제품으로 또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사업화할 수 있다.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함께 홍보와 마케팅을 펼치고 시민들의 가치 소비와 결합시켜 낸다면 경제적 수익구조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새활용공예 산업, 업사이클 산업의 태동이다. 좋은 일이기 때문에, 시작은 소박하나 끝은 틀림없이 창대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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