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4.01.09 16: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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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죽음이라니. 그렇다, 죽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가엾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길 따름이다. 저들도 아무려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다들 죽을 테니까. 바보같이. 나는 좀 일찍, 저들은 좀 있다가 떠날 뿐이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톨스토이(1828-1910)의 중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이라는 과정 자체를 사실적으로 완벽하게 그려 냈습니다. 임종의 순간에 밀려드는 허무감과 가식, 나약함, 망자를 에워싼 산 자들의 안일한 무관심과 위선을 세밀하게 포착해 낸 소설입니다. 

“여러분! 이반 일리치가 죽었답니다.”
재판 휴정 시간에 사무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동료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헤아려 봅니다. 더불어 문상하는 수고로움과 유족들에게 건넬 위로의 말을 고민하며 내심 약간은 성가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것 없이 세상을 떠난 이반은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왔을까? 이반은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여 법대를 졸업했고, 현지사 보좌관을 거쳐 예심판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예의 바르고 일 처리 능력도 좋아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 꾸며진 커다란 아파트에 살며 상급법원 판사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던 이반은 훌륭한 귀족 가문 출신의 매력적이고 돋보이는 처녀와 번듯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여전히 본인에게만 신경 쓰기를 바라는 철없는 아내에 대한 사랑은 오래전에 식어버렸고, 자신의 업무와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의무들을 내세우며 나름대로 가정 밖에서라도 유쾌하고 즐겁게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을 지켜가려고 애썼습니다. 더구나 법조인이나 실세 부유층 귀족과 친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출세를 도와줄 사람이나 자신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자 이외는 진정한 친구가 없었습니다. 

이반은 점점 가족보다는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운수 나쁜 날, 이반은 옆구리를 다쳤고 그 뒤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그는 점차 죽음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가 과연 좋은 삶을 살아왔는지, 정녕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마흔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이반 일리치는 그야말로 집안의 자랑으로 온 삶을 지위에 목매단 채 살았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반의 생활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이반 일리치가 일에서 얻는 기쁨은 자만심이 주는 기쁨이었다. 사교에서 얻는 기쁨은 허영이 주는 기쁨이었다. 반면 카드놀이 하면서 얻는 기쁨이야말로 진짜 기쁨이었다.”

의사들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심각한 상태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틀에 박힌 말만 하고 처방하지만, 치료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제 그는 너무 피곤하여 카드놀이도 하지 못하고 식욕도 점차 떨어지고 일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판사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도 그가 곧 죽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원 동료들은 슬픈 생각보다는 이반이 죽으면 어떤 자리 이동과 승진이 있을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으레 그러듯이 “내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반의 가족은 약간 걱정합니다. 그의 부인은 그의 죽음이 안타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반의 죽음으로 인해 연금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사교계 명사인 딸은 예심판사와의 결혼계획이 엉망이 될까 걱정합니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반은 겉으로는 품위가 있지만 속으로는 황폐한 삶을 살았음을 인식합니다. 그는 자신의 성장이나 교육, 지난 일을 회고하며 타인의 눈에 중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해왔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 왔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한없이 가련하고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새벽 그는 자신의 공적 의무, 생활방식, 가족, 사교계, 자신의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 등, 이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사랑한 것은 그의 지위이지, 그의 진짜 약한 모습까지 사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판사였기 때문에 존경받았으며, 부유한 아버지로 인하여 사랑받은 것입니다.

이반이 가장 괴로운 것은 아무도 자기를 측은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를 안아주고 입 맞춰 주고 울어주기를 바랐습니다. 마지막까지 아무도 그를 이해하여 주거나 위로해주는 사람 없이 홀로 외롭게 버텨야 했습니다. 오직 하인 게라심만이 자신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며 졸음을 참고 어깨에 다리를 올려주는 것을 보며 진심 어린 인간관계에 대해 비로소 생각해봅니다.​ 

​이반이 죽은 뒤 친구들이 조의를 표하러 왔으나 그의 죽음으로 카드놀이 못함을 아쉬워하는 것뿐입니다. 관에 누워 있는 이반을 보고 자신에게도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라고 잠깐 생각했으나 이내 이것은 이반에게만 일어난 일이며,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되며, 만일 그런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너무 우울해질 것이라며 자신을 구원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의 힘’이 삶의 더 진정하고 의미 있는 길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권력, 지위, 부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심이 생깁니다. 부, 명예, 지위는 그것이 존재하는 순간에만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마음속에 귀중하게 여기는 생활방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합니다. 우리는 죽음을 잘 이용하면 외적인 성공을 위해 근본적인 일을 계속 미루며 살아가는 태도를 고치는데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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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2024-01-10 11:38:33
'죽음의 힘'이 나의 삶과 생활방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
내가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곱배기 2024-01-10 06:23:08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 할 계기가되었습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반성도하였습니다. 좋은 기회 만들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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