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1] 기억과 기록 사이…천안시 성거읍 송남리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1] 기억과 기록 사이…천안시 성거읍 송남리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2.2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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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동쪽으로 성거산이 있어 산지가, 평야 사이로는 천이 흘러 농경지가 발달한 성거읍은 비옥한 땅이다.

이런 비옥한 땅을 기반 삼아 형성된 자연부락인 송남리는 마을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일괄적으로 토지를 수용하고 건물을 올렸다면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과거의 흔적이 마을에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1982년 충청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 또한 송남리의 흔적이다.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수령은 150년, 현재 192년 수령으로 알려진 이 팽나무는 12m를 훌쩍 넘는 아름드리나무다.

아직 새잎을 틔우지 못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가지를 사방으로 거침없이 뻗어낸 기골이 창대하고 매우 역동적이다.

나무 옆으로 천이 흐르고 있어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이 스르르 가라앉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 팽나무 아래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퍼뜩 스쳤다.

지금은 그저 마을 한쪽을 차지한 노거수쯤으로 여기지만 오래전에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많은 이들의 애정 속에서 살았다.

마을이 구릉지 들판에 있다 보니 이곳은 유난히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팽나무가 방풍림 역할을 했다.

단순히 거센 바람만 막아주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불어닥치는 불행까지도 막아준다는 믿음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팽나무를 위해 정성으로 제를 올렸다.

혹여 나무에 작은 생채기라도 생기면 애지중지 돌보며 팽나무가 오래도록 마을을 지켜주길 바랐다.

기록상으로는 현재 수령이 192년이지만 주민들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 팽나무와 함께 살아왔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대여섯 살 때는 이 천이 엄청 얕았어. 그래서 여름엔 물가에 내려가서 놀다가 팽나무 그늘에서 쉬고 그랬는데 요즘은 물이 깊어지고, 팽나무 아래서 노는 애들도 없어. 동네를 다 털어도 초등학생이 딱 둘인데 밖에서 놀지도 않어.”

오래된 기억을 들춰내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그리움이 피어올랐다.

기억과 기록 사이의 간극이 존재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전히 송남리 팽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온기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햇살이 좀 데워지믄 동네 어르신들 마실 나올 텐데. 그때 한 번 더 찾아와. 팽나무 이야기 해줄 어르신들이 많아. 막걸리 한 잔 받아오면 더 말을 잘해줄 거여!”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송남리 554 팽나무 192년 (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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