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4] 석 달 열흘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서산시 운산면 개심사 배롱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4] 석 달 열흘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서산시 운산면 개심사 배롱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3.02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저 낭이 ‘저금타는 낭’이라부난 간질이면 막 흔들리주게.” (저 나무가 ‘간지럼타는 나무’라 간지럽히면 막 흔들려.)

배롱나무를 처음 본 건 제주에서였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 아래 피어난 붉은 꽃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배롱나무에 대한 설명이었다.

제주에서는 절대로 집 안에 배롱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했다.

붉은 꽃과 짙은 초록 잎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지만, 배롱나무는 가지는 사람의 뼈를 붉은 꽃은 피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죽음과 간지럼 사이, 그 채워지지 않는 간극이 내게 남은 배롱나무의 첫 기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개심사 배롱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유난히 생각이 많았다.

꽃과 잎을 모두 떨어낸 겨울의 배롱나무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름답기로 이름한 개심사에 자리한 배롱나무 아닌가.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으로 봄이면 벚꽃을, 여름이면 백일홍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개심사 배롱나무는 경지(鏡池) 즉,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이름을 지닌 연못가에 자라고 있었다.

단 한 그루지만 나무의 위세가 당당한 데다 휘어지면서도 거침없이 뻗어간 나뭇가지는 앙상해 보이기는커녕 에너지가 느껴졌다.

잎 하나 달고 있지 않아도 싱그러움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연갈색의 수피가 벗겨지면서 드러난 속살은 유독 하얗고 매끈했는데 그 촉감이 여느 나무와는 달라 자꾸 만져보고 싶어졌다.

사람의 뼈를 닮았다는 말을 까마득히 잊을 만큼 보드라웠다.

감촉이 너무 좋아 자꾸 만져보고 싶게 만든다고 해서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어도 이토록 매력적인 나무인데 푸르름에 꽃까지 매달고 있으면 얼마나 더 매혹적일까.

더구나 그 매혹적인 자태를 백일이나 보여준다니 뜨거운 여름날, 여름보다 더 뜨거운 자태를 뽐내는 배롱나무를 보러 다시 개심사에 와야겠다,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다.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배롱나무 154년 (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