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재판 중인 시장에게 충성하라고?
[노트북을 열며] 재판 중인 시장에게 충성하라고?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5.07.2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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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동행정팀장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대전의 한 자치구청장은 민선시대에 들어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은 공무원들이라 했다. 4년마다 정권이 바뀌니,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시류를 제대로 읽어 ‘줄’을 잘 서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신분상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 표명을 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누가 누구사람’인지 이미 확연하게 편이 갈려있는 게 현실이다. 선거철이면, 공무원들끼리 대립하는 모습도 보이기 일쑤다.

벌써 민선시대도 6기를 맞이해, 1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단체장에 따라 편이 갈리고 대립하는 모습은 그대로이다.

단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들고 나는 공무원들이 한 둘이 아니어서 자기들끼리도 인사하고 얼굴 익히기 바쁠 정도다.
앞서 거론한 자치구청장은 “공무원은 청장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구(민)를 위해 충성해야 한다”고 평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민선시대 공무원들이 처한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매우 이상적인 표현이다. 이 말대로 자신의 업무에 열심히 임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들이다. 이는 곧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이어진다.

단체장들도 선거공신들의 논공행상을 따지기에 앞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능력이 있는 공무원에게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대전시의 현재 모습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뜻밖에 권선택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준비되지 않은 시장’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이는 취임 1년 동안의 성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권 시장 본인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고 자평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권 시장이 민선 6기의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한 데에는 검찰의 수사도 영향이 컸을 것이다. 여차하면 시장 자리를 내놓을 판이니, 권 시장에게는 그 어떤 것이 이보다 더 중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전시 공무원들의 보폭도 현저하게 좁아졌다. 주요 현안사업의 추진 속도도 더뎌 보인다. 민선시대 가장 큰 피해자인 공무원들의 관심도 어쩔 수 없이 권 시장의 재판 결과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직급을 막론한다. 단체장에 따라 인사의 방향이 180도 달라지고, 주요 현안사업 역시 향배를 달리하니, 공무원으로서의 자신의 입지와 크게는 삶의 질까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시장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만무하다.

권 시장은 올 3월 1심 선고와 이달 20일 2심 선고 후, 일관되게 “개인의 재판이 시정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되며, 공직자들이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저를 믿고 함께 나아가 주길 바란다”면서 “시정이 중단되는 일은 없으며, 현안 사업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 무효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시정 추진에 대한 결연함과 자신의 결백함을 우회적으로 내보임으로써,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
권 시장의 우려대로 시장의 안위에 따라 시정이 좌우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 권 시장의 재판은 대전시의 가장 큰 현안임에 틀림없지만, 시정은 시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과 시민을 위함이 먼저다.

대전시정이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공무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의 충정이 시장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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