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박범계 의원께 드리는 편지
[교수논단] 박범계 의원께 드리는 편지
  • 굿모닝충청박철웅 /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과 교수 겸 영화감독
  • 승인 2024.03.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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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박철웅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과 교수 겸 영화감독] 공자의 제자 중에서 자공(子貢)은 뛰어난 제자였습니다. 어느 날 자공이 군자에 관해 묻자, 공자는 “先行奇言, 而後從之”라고 했습니다.

지난 3월8일 굿모닝 충청에 난 기사를 보고 글을 드립니다.

의원님께서는 진보당과의 단일화가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이유를 경제폭탄, 민생파탄,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를 초래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총선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위에 대해서야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그러나 과정 역시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지난 2월 21일 민주당과 새진보연합 그리고 진보당은 정책과제, 비례와 지역구에서도 선거연대를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많은 초경합지역에서의 진보진영 연대무산으로 패배한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현정권심판이라는 국민들의 일관된 목소리를 경청하고 총선에서 반드시 진보진영의 승리를 이끌겠다는 염원의 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녹색정의당에서도 비록 비례연합은 아니지만 정책과 지역구연대에서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4당이 국회에서 정책연대를 위한 토론회를 총 3회 가졌었고, 저도 한 차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참여한 진솔한 소감을 말씀드리면 ‘이런 게 진짜 민주주의구나’ 싶었습니다. 한 의제를 놓고 민주당을 비롯한 각 정당이 의기투합하여 정당의 성격에 따른 차이를 내려놓고, 마치 여러 색이 어울려 무지개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참석한 발표자, 토론자, 방청객들을 막론하고 이구동성으로 ‘이런 걸 왜 좀 더 일찍 시작 못 했나’하고 소회를 밝힐 때는 진보진영이 하나의 목표로 나아간다는 것에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거대양당이 선거구 확정에 있어서 각기 유리한 지역 1석을 늘리고 일방적으로 비례1석을 줄이면서 그 합의 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거대 양당에게는 이것이 겨우 1석의 차이일지 몰라도 소수정당들에게 큰 부분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결국 녹색정의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역구연대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남아 있는 연대들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기에 내부의 반발을 견디며 지역마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근근이 견디고 있는 판국입니다.

저는 우리 대전이 연대추진의 모범 지역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지난주에 모 지역구의원이 ‘경선거부’의사를 표시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시당위원장이시기도 한 바로 의원님의 선거사무실에서 공식적으로 ‘경선 없음’ 입장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총선은 의원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분명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선거에 해가 될까 싶어서 그간 문제제기조차 자제해 왔지만,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에 반문해 봅니다. 경제폭탄, 민생파탄의 원인에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끼친 영향은 없는지요. 민주주의를 이 지경으로 만든 현 정부의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은 책임에서 민주당이 진정 자유로운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민주당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 질문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강조드리고자 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야당만이 정답이다’라고 주장하시는 경직된 사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민주당이 민의(民意)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였다면 말씀드린 전철은 밟지 않았을 것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왜 거대야당의 승리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민주적으로 합의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진보연합 야당의 승리라면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입니다.

박철웅 /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과 교수 겸 영화감독 / 전 대전시 영상위원 / 평소엔 영화를 가르치고, 기회가 되면 영화를 만들며, 언제나 ‘영화는 사회의 진보를 꿈꿔야한다’고 믿는 사람 (사진=굿모닝충청)
박철웅 /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과 교수 겸 영화감독 / 전 대전시 영상위원 / 평소엔 영화를 가르치고, 기회가 되면 영화를 만들며, 언제나 ‘영화는 사회의 진보를 꿈꿔야한다’고 믿는 사람 (사진=굿모닝충청)

의원님께서는 지난 9일 본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찬바람이 불고 눈서리가 내려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뚫고 나아갔던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적절한 인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노무현 정신은 무조건 앞으로만 밀고 나가는 불도저 정신이 아니라, 조금은 모자라고 힘들더라고 원칙을 지키고 절차에 따르는 탕평과 자기희생의 정신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민주당이 먼저 先行其言(선행기언) 하십시오. 민주당이 먼저 뱉은 말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셔야, 군소정당과 나아가 유권자들이 그 뜻을 따를 것입니다.

그것만이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 길임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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