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9] 마음을 심다, 묘지목…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소나무 2본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9] 마음을 심다, 묘지목…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소나무 2본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4.04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사람의 발길이 드문 산자락에서 480년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 두 그루를 만났다.

찾는 이 없는 산중에서 홀로 겨울을 견뎌냈겠구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려는 찰나 지척에 봉긋이 솟은 죽은 이의 집, 유택(幽宅)이 보였다.

묘지 옆에 선 나무, 유곡면 소나무는 묘지목이었던 것이다.

묘의 주인은 예안이씨의 입향조(入鄕祖) 이사종(李嗣宗)과 그의 아들 이단(李耑)이다.

입향조란, 어떤 마을에 맨 먼저 정착한 사람이나 조상을 일컫는 말로 입항조는 한국 전통사회의 기반인 집성촌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산의 명소로 손꼽히는 국가민속문화재 외암마을은 예안이씨의 집성촌으로 이사종이 외암마을에 정착하며 집성촌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외암’이라는 명칭 또한 이사종의 5세손인 외암 이간(李柬, 1677∼1737)의 호를 따서 붙여졌다.

유곡리 소나무는 피붙이를 떠나보낸 예안이씨 집안 사람들의 마음이다.

묘는 사계절을 견뎌야 하는 죽은 자의 집으로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 반복할 뿐 아니라 때때로 산짐승이나 해충으로 인해 사체가 훼손되는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떠난 자의 안식을 바라는 이들은 망자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돌로 봉분을 쌓거나 치장하고 봉분에 잔디를 심었다.

봉분에 잔디를 입히는 건 조경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무덤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잔디는 뿌리가 짧아 시신이나 유골을 휘감지 못하기 때문에 망자의 쉼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묘지목을 선정할 때도 망자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무덤 속으로 뿌리가 침범하지 않고, 나무 그늘로 인해 잔디가 죽는 피해를 막기 위해 무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묘지목을 심었다.

과실이 달리는 나무는 새와 들짐승으로부터 피해가 생길 수 있어 피했고, 가을과 겨울 앙상한 활엽수는 외롭고 초라해 보여 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가 묘지목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곡리 소나무 또한 이런 고심이 서린 나무일 것이다.

그리고 소나무는 이러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알고 있는 듯 긴 세월 묘를 지켜왔다.

상처가 나고, 지지대에 몸을 기대선 채로 생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봄, 소리 없이 새잎을 틔우고 있다.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산 62-1 소나무 2본 485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