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얼굴 2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얼굴 2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8-얼굴 2’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4.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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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눈코입귀를 모두 설명했으니, 더 설명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재미 삼아 얼굴과 관련된 몇 가지 말을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얼굴의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 여러 가지입니다. 뺨, 볼, 따귀, 싸대기 같은 게 있죠. ‘뺨’은 ‘붉다’의 어근 ‘붉’의 변형인 것은 쉽게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뺨의 정확한 위치는 연지곤지를 찍는 자리입니다. 대개 광대뼈의 볼록한 곳과 일치하는데, 몸이 안 좋은 사람은 이 자리가 유난히 붉습니다. 젊고 싱싱한 여자도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나타내려고 이곳에다가 화장품을 진하게 바르죠.

‘볼’은 더욱 찾기 쉽습니다. 입술을 닫고 숨을 내불면 얼굴 중에 입의 양옆이 볼록 솟습니다. 그곳이 ‘볼’입니다. 볼록 솟아서 ‘볼’입니다. ‘부풀다, 불다’ 같은 말에서 또렷이 볼 수 있죠. 바람을 빼면 이곳에 웃을 때 우물이 패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 볼우물’이라고도 하고, ‘보조개’라고도 합니다. ‘볼조개’의 리을 받침이 떨어진 것이죠. 조개처럼 파여서 그렇습니다.

‘따귀’와 ‘싸대기’는 참 묘한 말입니다. 때리고 맞을 때만 쓰는 말이거든요. ‘위’는 명사화접미사입니다. ‘아귀, 머귀’ 같은 말에 남아있죠. ‘딱+위’의 짜임이니 그야말로 신통방통하죠. ‘딱’은 맞는 소리 아니겠어요? ‘싸대기’는 ‘싸다귀’라고도 하는데, 표준어인 ‘싸대기’보다 ‘싸다귀’가 더 ‘아귀’와 어울립니다. 얻어맞은 뒤에 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동작이 저절로 연상되지 않나요? 싸대기는 그렇게 감싸 쥐는 자리입니다. 낯짝에서 따귀와 싸대기의 위치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때리는 쪽과 맞는 쪽에서 똑같은 곳에 붙인 이름입니다.

‘정수리’의 ‘정(頂)’은 높다는 뜻이고 ‘수리’도 같은 뜻입니다. ‘독수리, 소리개, 수라’ 같은 말들이 이런 갈래에 듭니다. 정수리에 있는 ‘가마’는 소용돌이처럼 머릿결이 감아 돌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이마’는 ‘니+마’의 짜임이 엿보이는데, ‘니’는 앞을 뜻하는 말입니다. 길략어로는 ‘nef’가 앞입니다. ‘니’는 ‘님배곰배’라는 말에도 보이고, 배의 앞을 나타내는 ‘이물(ᄇᆡᆺ니ᄆᆞᆯ)’에도 보입니다. ‘마’는 머리의 준말입니다. 그러니 이마는 머리의 앞쪽을 말하는 것이죠. ‘마’는 크다는 뜻의 ‘말’이면서 동시에, ‘말리다’에서 보이는 둥근 것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머리가 그렇죠.

이마에 해당하는 말을 ‘박’이라고도 하는데, 아이누어에서 머리를 ‘peke’라고 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머리고 받는 것을 ‘박치기’라고 하죠. ‘박’은 둥근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가지를 만드는 ‘박’도 그것입니다.

머리통에 붙은 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머리카락의 ‘카락’은 ‘칼+악’의 짜임입니다. ‘악’은 ‘벼락, 바닥, 가닥’에서도 볼 수 있는 접미사. ‘칼’은 ‘갈래’의 ‘갈’과 같은 말이고, 갈라진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머리카락이 여럿으로 갈라져 길게 늘어지기 때문에 붙은 말입니다. 이렇게 갈라지도록 만드는 도구도 ‘칼’이죠.

‘눈썹’은 ‘눈+섶’의 짜임입니다. ‘섶’은 가장자리입니다. ‘길섶’ 같은 말이 그것이죠. ‘섶’은 마른풀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섶 지고 불에 뛰어든다’는 그 ‘섶’이 그것입니다. 눈에 그런 풀처럼 난 것이라는 뜻도 있고, 눈 가장자리에 난 것이라는 뜻도 있어서 둘 다 해당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머리숱의 ‘숱’은 ‘섶’과 같은 뿌리에서 온 말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검정이기 때문에 ‘숯(炭)’과 같은 뜻을 지니지 않았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숲’의 의미도 있어서 이들이 같은 뿌리를 지닌 말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숱, 숲, 숯’, 어쩐지 같죠?

‘구레나룻’은 귀 앞쪽에 있는 털을 말하는데, 이것은 마치 마소에게 굴레를 씌운 듯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구레’는 굴레(勒)이고, ‘나루’는 수염의 우리말입니다. ‘날+우’의 짜임인데, ‘날’에서 ‘낱’이 느껴지죠. 털 가닥을 말하는 겁니다. ‘우’는 ‘나무’에서도 보이는 접미사입니다. 수염(鬚髥)은 각기 턱수염과 구레나룻을 가리키는 한자어입니다.

‘광대뼈’가 독특한 말인데, 어원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다른 말과 비교해도 찾기 어렵습니다. 길략말로 ‘ŋaun’이어서 소리는 비슷하지만, 뜻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익살꾼이나 광대들이 분장할 때 유달리 강조하는 부분이어서 ‘광대’와 연결시켜야 하는데,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광’이 ‘공’과 비슷해서 ‘공’이 변화를 입어서 ‘광’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보는 정도입니다. 광대들이 하는 짓이 춤추고 여러 도구를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을 하기에 그와 연관하여 이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광대와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옛날의 연희 용어입니다. ‘초라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라니 방정’이라는 말도 있죠. 방정 떠는 사람을 가리킬 때 많이 쓰입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말인지 알 수 없죠. 그런데 내막을 알고 보면 놀랍습니다. 드라비다어입니다. 가야의 지배층이 쓴 드라비다말로 창녀는 ‘cũḷan’입니다. 화려한 치장과 가벼운 말투가 연극의 등장인물에 붙은 성격이고, 무의식중에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턱’은 입의 아랫부분입니다. 그러니 입과 연관 있는 말입니다. 이를 암시해 주는 말로는 ‘넋두리, 떠들다’에 보이는 ‘둘, 들’ 같은 것입니다. 이를 조금 더 멀리 올려보면 ‘ᄃᆞᆮ(듣)’일 텐데, 입을 여닫은 기능과도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입’과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임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씹을 때마다 소리가 나서 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목’은 가는 것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손목이나 발목이 그런 곳입니다. 드라비다어에서는 ‘입’을 ‘moga’라고 하는데, 이게 ‘입구’로 발전합니다. 좁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죠. 그래서 ‘길목’이나 ‘건널목’에서 보이는 ‘목’도 그런 곳이어서 사람의 목과 같은 뿌리를 지닌 말입니다. 일본어에서는 목을 ‘구비(kubi)’라고 하는데, 이것은 목덜미를 가리키는 말 ‘고개’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곳이 구부러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 같습니다. 

목에는 ‘목젖’이 있습니다. ‘젖’은 ‘젖, 좆, 자지’에서 보듯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른 남자에게만 있는 것으로, 목젖은 ‘목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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