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0] 나이 듦에 대하여…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0] 나이 듦에 대하여…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4.0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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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큰 나무가 있는 마을에는 큰 인물이 난다’는 속설이 있다.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생명체를 함부로 여기지 않았으니 그만큼 인성이 좋고 훌륭한 교육을 해왔으리라 짐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개발의 가속화로 노거수뿐 아니라 많은 나무가 사라져 버린 요즘, 큰 나무를 만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러나 참 다행스럽게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어스름 봄이 시작된 논밭 사잇길을 걷다 보면 542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여느 나무들이 그렇듯 유곡리 느티나무도 계절마다 각기 다른 자태를 뽐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겨울이나 이른 봄, 잔가지를 여실히 드러낸 느티나무에 가장 마음이 간다.

언젠가 읽었던 나무학자 고규홍 선생의 일화가 나의 시선을 가지에 닿게 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고욤나무를 만나러 간 고규홍 선생은 우연히 스님 한 분을 만나게 된다.

스님은 고규홍 선생에게 나무에 가지가 많은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고 그는 답을 선뜻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고 한다.

그러자 스님이 그 해답을 알려줬는데 그 대답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뭇가지의 숫자는 나무가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한 욕망의 크기”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후 고규홍 선생은 나뭇가지가 달리 보였다고 했는데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나의 존재감을 뽐내거나, 기세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한 욕망의 크기라니! 말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푸른 잎을 잔뜩 매달고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여름날의 느티나무도 아름답지만, 어느날부터인가 가지가 여실히 드러난 겨울과 초봄 나무의 신비로움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

특히 앙상하기 그지없는 빽빽한 가지 사이로 새가 정성스럽게 지은 둥지가 보일 때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둥지가 세찬 바람에도 잘 견디는 건 새의 정성도 있겠지만 둥지를 단단하게 받치고 선 나뭇가지의 역할도 클 테니 말이다.

유곡리 느티나무를 보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건 나무가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나이가 든다는 건 더욱 굳건한 나의 틀을 갖는 게 아니다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유연함을 갖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자라났다.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699 느티나무 54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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