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대통령 거부권만이라도 남겨주세요?
[조하준의 직설] 대통령 거부권만이라도 남겨주세요?
상습적인 거부권 행사로 민주주의를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 누구인가?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4.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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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점점 패색이 짙어지자 전략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헛발질을 연방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풍자하는 본지 서라백 작가의 만평.
총선을 앞두고 점점 패색이 짙어지자 전략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헛발질을 연방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풍자하는 본지 서라백 작가의 만평.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2대 총선을 불과 하루 남겨둔 지금 국민의힘이 많이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연일 허둥지둥 읍소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정작 안에서 ‘위기론’과 ‘낙관론’이 서로 충돌한 채 당의 메시지가 꼬이고 있어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임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나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아마도 국민들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여러분이 만들어준 정권이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 "개헌과 탄핵 저지선을 달라"며 “야당의 의회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대통령의 거부권만이라도 남겨달라”고 했다. 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을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는 '야권 200석'을 막아달라는 호소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러분이 일을 잘하라고 때리시는 회초리는 달게 받겠지만 회초리가 쇠몽둥이가 돼 소를 쓰러뜨려선 안 된다”며 “매를 맞은 소가 쓰러지면 밭은 누가 갈고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들의 지난 2년간 입법 폭주는 이를 견제할 여당의 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또 다시 야당 탓으로 뒤집어씌웠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야당은 다시 한번 폭주해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것이고, 야당의 숱한 범죄 후보자들은 불체포특권을 방패 삼아 방탄으로 날을 보낼 것”이라며 “이재명·조국 세력의 입법 폭주, 의회 독재를 막아낼 최소한의 의석을 우리 국민의힘에 허락해 달라”고 했다.

필자는 윤재옥 원내대표의 이 말을 듣고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선 ‘의회 독재’라는 말 자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신조어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삼권분립(三權分立)이고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기본 원리다.

이 삼권분립은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가 처음으로 주장한 것인데 절대왕정이 출현한 이유가 국왕이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따라서 국왕에게 집중된 이 삼권을 서로 나누어 상호 간에 견제를 하도록 해 절대권력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뜻에서 삼권분립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행정부가 폭주할 때 입법부가 제어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지 입법부가 행정부의 거수기가 되면 그것이 곧 독재정권이 된다. 오늘날의 독재국가들은 모두 형식적으로는 삼권분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기에 외형만 삼권분립일 뿐 실질적으로는 행정부가 단독으로 권력을 틀어쥔 독재국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현재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는 입법부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을 두고 ‘입법독재’니 ‘의회독재’ 같은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국민들을 상대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행정부의 폭주를 입법부가 견제하는 것은 ‘독재’가 아니라 삼권분립의 기본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할 여건이라도 남겨달라고 호소했지만 정작 상습적인 거부권 남발로 정치를 끝장 대결 형국으로 몰아간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부터 시작해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은 물론 김건희 특검법과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까지 총 9개 법안에 5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본인이 대선 출마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이른바 ‘공정과 상식’이 전부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었다. 아무리 법안 거부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는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상습적으로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은 결국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고 대화와 타협을 일절 거부한 채 정치를 그저 “누가 이기나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극한 대립으로 이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행정부가 입법부를 이겨 먹으려 드는 것 자체가 이미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해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건만 남겨달라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와닿을 것이라 보는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상습적인 거부권 행사로 매번 중요한 법안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공회전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입법독재’, ‘의회독재’를 부르짖었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독재다.

국민의힘이 서 푼 어치 양심이라도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지난 1년 11개월 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중요한 법안 발의를 한 것이 뭐가 있었나? 문재인 정부 초반에도 국회는 여소야대였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중요 법안 발의를 처리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였고 그 과정에서 ‘동물국회’가 부활한 것을 두고 국민들로부터 “정말 일하고 싶어 하는데 힘이 없어서 안 되는구나”라고 동정을 받았다.

덕분에 21대 총선 때 국민들은 힘이 없어서 일을 못하고 있으니 힘을 줘보자는 뜻에서 180석의 의석을 몰아줬다. 물론 거대 여당이 된 후로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소홀히 하며 게을러졌고 결국 대선에서 그 힘을 회수당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과연 문재인 정부 초반 당시 더불어민주당처럼 그런 모습을 보였던가?

중요 법안 발의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하고 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에서 보이콧을 상습적으로 일삼거나 표결에 불참하는 등의 모습만 보였다. 그렇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달려가 “거부권 행사해 주세요”하고 바짓가랑이 붙들고 매달리기에 바쁜 모습만 보였다. 이게 윤석열 정부 1년 11개월 동안 누차 반복된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게 야당 200석을 막아달라”는 읍소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어필이 된다고 볼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어차피 우리가 투표장에 나가도 질 게 뻔하니까 투표 안 하련다”고 투표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윤석열이가 거부권 행사 못하게 야당에 200석 넘게 몰아주자”고 더 똘똘 뭉쳐 투표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상황이 다급해지면 별의 별 말이 다 나온다지만 이미 여러 차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 의석이라도 남겨달라니. 정말 국민의힘의 이번 총선 전략은 4년 전 그 어수선했던 미래통합당이 양반으로 보일 정도로 정말 하지하(下之下)인데다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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