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⑨] 업사이클링은 힐링
[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⑨] 업사이클링은 힐링
신오영, 새활용공예가 1기·자원순환리더 1기·에코25 대표…청주시 서원구 원마루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4.10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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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영 새활용공예가.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어린 시절 우리 집 안방구석엔 낡은 재봉틀 한 대가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얼마 후 어머니께서 큰맘 먹고 구매했다는 그 재봉틀엔 사연도 많았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재봉틀을 할부로 덜컥 구매했다고 아버지께 쫓겨날 뻔했다는 이야기, 구매할 땐 의자에 앉아서 손으로 돌려야만 쓸 수 있는 100% 수동 재봉틀이었는데, 집집마다 다니며 개조해 준다는 영업사원을 통해 큰돈을 주고 반자동으로 개조했다는 이야기. 몰래 돈 주고 개조한 걸 들켜서 아버지한테 또 엄청 혼났다는 이야기까지.

어머니께서 재봉틀을 돌리며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어린 나는 자투리 천으로 인형옷을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커튼집을 운영하는 동네 이모에게 버리는 원단을 얻어다가 가전제품 커버부터 내 옷이며 가방까지 뚝딱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그 시절 우리 집은 정말 가난했다. 팍팍한 살림에 하루하루 힘겨우셨을 텐데 재봉틀을 돌리는 그 순간의 어머니는 참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가 되었다. 넉넉하게 잘살면 좋았겠지만 나 역시 가난한 신혼살림에 아끼고 아껴야만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던 나는 뭐든 아껴 썼고 다시 썼다. 나의 새활용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구멍 난 수건은 여러 장을 겹쳐서 꾀매 발매트로 사용했고, 작거나 낡아져서 못 입는 옷들은 천을 덧대어 다른 디자인으로 리폼해 입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살림은 나아졌지만 작은 거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집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낡은 것들로 혼자서 사부작 거리며 소소한 걸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함께 환경강사로 활동 중인 선생님들과 업사이클링 동아리 모임을 시작했다. 이름도 “쓰레기연구소”로 그럴싸하게 짓고 매달 정기모임을 하며 함께 업사이클링 작품 연구를 했다.

현재는 쓰레기연구소에서 함께 연구했던 선생님들과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새활용공예가 양성과정을 거쳐 새활용공예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새활용체험을 운영하기도 하고, 자원순환 환경 교육을 진행하며 많은 청주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나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은 새활용 교육을 시작하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새활용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다 보니 재료가 많이 필요했다. 남들에겐 쓰레기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수업재료이니 차곡차곡 더 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안 구석구석 쌓이는 재료들에 가족들의 원성과 불만이 점점 더 늘어갔다.

결국 작은 공간을 얻어 새활용 공방을 차렸다. 공방 이름은 '에코25'이다. ‘환경을 위해 24시간도 모자라니 25시간 애쓰자’란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다.

작명을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공방 사업자를 내고,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환경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환경교육을 요청하는 기관이 굉장히 다양해졌고, 수요도 늘었다. 그런데 기관마다 단순히 이론만 하기보다는 체험도 함께 하기를 원했다. 버려지는 소재들로 작품을 만드는 새활용 체험은 인기 강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새활용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3년째 매주 새활용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이다. 이곳에서 매주 다른 소재와 주제로 찾아가는 새활용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하시는 분, 몇 번을 설명해드려도 자꾸만 틀리시는 분,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시는 분까지 수업은 매번 힘이 든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해내시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신오영 새활용공예가의 폐커튼으로 만든 여권지갑.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어제는 그 복지관에서 양말목을 활용하여 바구니를 만들었다. 손이 불편해서 직접 하실 수 없는 분이 계셨는데 어떻게든 참여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제일 예쁜 색 10개만 골라주세요.”, “이번엔 푸른색 계열로 20개만 골라주세요.” 이렇게 부탁을 드렸었다. 그런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제가 예쁜 걸로 잘 고르지요? 그래서 예쁘게 만드는 거지요? 저도 같이 만드는 거 맞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럼요. 그럼요. 선생님도 만드는 거 맞지요. 우리 같이 예쁘게 만들어요.” 대답해드리자 환하게 웃으셨다. 다른 새활용 수업보다 몇 배는 힘들지만 그 보다 얻는 게 많아서 내년에도 또 복지관으로 달려갈듯하다.

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전문 디자이너도, 예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나는, 고차원적인 새활용 작품을 만들어 낼 역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새활용공예를 고민한다. 장애가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나이가 어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새활용 체험! 더 많은 청주시민들이 새활용 교육과 체험을 통해 자원순환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다양한 소재를 연구한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왕이면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생활용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새활용공예가 보편적인 문화가 되어 많은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이자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폐커튼을 활용하여 여권 지갑을 만들었다. 재봉틀 앞에 앉아 박음질을 하는데 어린 시절 평온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40년 전 어머니는 버려지는 커텐으로 내 옷을 만드셨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딸이 재봉틀 앞에 앉아 폐커튼을 드르륵 드르륵 박는다. 평온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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