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1] 역사의 증거가 된 음지쯤 정자나무…아산시 송악면 마곡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1] 역사의 증거가 된 음지쯤 정자나무…아산시 송악면 마곡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4.1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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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542년 수령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정자 옆에 우뚝 솟아있다.

멀리서 봤을 땐 기골이 장대한 대장부의 품격이 느껴지더니 가까워질수록 세월에 결박당한 내 아버지와 닮아있는 듯했다.

스스로 치유하지 못해 사람의 손을 빌려 상처를 다독인 이 나무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나무가 위치한 마곡1리의 옛 지명은 마실이다.

매년 음력 2월 초하루면 마실에선 마을제인 노신제(路神祭)를 지냈는데 여기서 ‘노신’이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액, 질병, 재해 등을 막아 주는 신앙의 대상을 이야기한다.

마실마을의 노신제는 모두 세 번, 세 군데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 양지뜸 정자나무, 음지뜸 정자나무 그리고 당들이 제를 지내는 곳이었다.

그중 제를 지내는 두 번째인 장소인 음지뜸 정자나무가 바로 마곡리 느티나무다.

마실마을 사람들에게 당산나무는 나무 이상의 의미였다.

옛사람들이 당산나무를 신성시하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마을신앙을 중요시하던 마실마을 사람들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마을제인 산제(山祭)와 노신제를 함께 지내는 마을이 많았지만 마곡1리, 마실마을은 두 제를 엄격하게 구분해 지낼 정도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음지뜸 정자나무’ 즉, 마곡리 느티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본인들이 선박을 만들기 위해 목재 강제 공출을 시도했는데 마실마을 또한 예외는 될 수 없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일본인들에게 마곡리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이기에 절대 베어갈 수 없다며 온 힘 다해 막아섰고 결국 음지뜸 정자나무는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나무는 일본인의 손에 사라졌고, 마곡리에 있던 오래된 느티나무 세 그루 중 한 그루, 음지뜸 느티나무 빼곤 모두 베어졌다.

엄혹한 세월, 갖은 고난은 견뎌낸 느티나무는 오래전의 기백을 일었다.

마을의 당산나무로 우뚝 서 있던 위엄과 그 옛날 마실 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그들의 안녕을 빌어주던 호기롭던 당산목의 기백은 세월에 묻혀 버린 것이다.

가지는 병이 들었고, 오래도록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결국 숨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았다.

그러나 역사의 가슴 아픈 증거로서 시대를 관통하며 역사적 의미를 구축해 가고 있다.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아산시 송악면 마곡리 543 느티나무 54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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