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드] '눈물의 여왕' 또 보육원 출신은 악당?
[컬처 인사이드] '눈물의 여왕' 또 보육원 출신은 악당?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4.04.1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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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에는 보육원이 곧잘 등장한다. 아무래도 불행한 삶을 다루는 등장인물과 관련된다. 그래서인지 보육원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세계관이 드러나는 사례가 자주 있다. (사진 출처: TVN/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와 드라마에는 보육원이 곧잘 등장한다. 아무래도 불행한 삶을 다루는 등장인물과 관련된다. 그래서인지 보육원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세계관이 드러나는 사례가 자주 있다. 

특히 드라마에는 이런 편견이 더 많이 점철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육원 출신이 악당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근에 방영하는 공중파 드라마는 물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공개되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과 ‘눈물의 여왕’을 통해 전형적 설정의 한계가 계속되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피라미드 게임에서는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란 백하린(장다아)은 악녀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여준다. 그 배경 원인으로 초등학교 시절 보육원 출신이라 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그로 인한 고통과 상처 때문에 악녀로 거듭난다고 말한다. 

이때 방관했던 친구 명자은(류다인)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괴롭히고 고통을 준다. 자신의 성공과 성취감을 위해서라면 폭력, 협잡, 공모는 일도 아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는 악당과 악녀가 모두 보육원 출신이다. 퀸즈가를 무너뜨리는 중심인물 윤은성 그리고 퀸즈가의 막내 홍수철의 아내인 천다혜(이주빈)가 그들이다. 

천다혜는 겉으로는 현모양처에 얌전하고 정숙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고 윤은성의 계략에 동참해 홍수철을 농락하고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윤은성(박성훈)은 퀸즈가가 지원하는 상록 보육원에서 장학생으로 발탁되고 미국으로 유학을 한 뒤 월가의 애널리스트로 성장한다. 하지만, 냉혹하고 잔인하며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그가 고아인지는 모호하다. 어머니 모슬희(이미숙)가 일부러 보육원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모슬희의 장기 계획에 따르면 미래의 야욕을 위해 아들 윤은성은 보육원에서 성장해야 한다. 

어쨌든 드라마에서 보육원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삐딱하게 만드는 곳이다. 정작 이런 드라마들은 보육원에서 자란 이들의 실제 삶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다루고 그들이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밟지 못해 악인이 되는 것처럼 부각하고 만다. 

이것이 편견과 차별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이나 눈물의 여왕에서 보호종료 제도의 현실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부잣집에 입양이 되어 신분 상승을 하거나 그들의 눈에 들어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중심을 이룰 뿐이다.

영화 가운데는 좀 더 눈여겨볼 설정이 눈에 띄고는 한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죽하면 주인공 도윤(현우석)은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가려 했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보호종료아동이 새로운 가족을 갖고 같이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넘어 보호를 넘어 상호 관계를 이뤄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 점을 보여준다. 

영화 ‘아이’에게서도 보호종료아동 제도가 등장한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보다 좀 더 상세하고 현실적이다. 주인공 아영은 보육원에서 지냈지만, 보호 종료되어 보육원 친구와 같이 살고 있는데 수급 제도의 모순을 정면에서 다룬다. 

아영이 아르바이트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 보호종료아동 수당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그런 와중에 보육원 친구 하나는 삶을 견딜 수 없었는지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만다. 부모나 다른 가족이 없으니 ‘무연고자’라는 경찰의 행정 처리에 충격과 분노를 폭발하게 된다.

그런데 삶이 어렵고 다른 사람들로 인해 힘들어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악인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간다. 예컨대,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에서는 도윤이 졸지에 생긴 동생을 보듬는 보호자가 되어간다. 

영화 아이에서는 아영이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혼모 가정의 현실을 알게 되는데 혁이를 불법 입양 보내려고 하는 영채를 거슬러 혁이를 같이 키우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혁이의 미래를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적어도 삶을 스스로 바람직하게 영위하려고 노력한다. 또 다른 처지의 이들을 돕고 같이, 동반자 혹은 대안 가족 구성원으로 삼는다.

물론 독립 영화와 일반 대중 드라마를 분석하는 작업이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기 힘든 면은 있다. 오히려 대중 드라마일수록 신중하고 세심하게 설정하고 묘사해야 한다.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과 눈물의 여왕은 K드라마 대표작들이다. 그 전형성이 갖는 한계를 넘어야 한다. 특히 눈물의 여왕처럼 그 영향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정도라면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아니 문화콘텐츠라면 엄혹한 현실을 다루되 바람직한 방향성을 담아내야 가치와 의미가 있다.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과 천다혜의 개과천선을 기대하는 최소한의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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