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소멸 위기로 내몰린 녹색정의당의 원인과 미래는?
[조하준의 직설] 소멸 위기로 내몰린 녹색정의당의 원인과 미래는?
대선 전후로 쌓인 민주당 지지층과의 불화, 표류하는 당 노선이 몰락 원인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4.13 05: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리는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사진 :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11일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리는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사진 :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함께 대참패를 기록한 정당을 하나 더 꼽자면 녹색정의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하며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4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사람은 심상정 의원 단 1명 뿐이었고 반액 보전에 성공한 사람도 강은미 의원 단 1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한 자리 수 득표율에 그치며 선거 비용을 단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서울 마포구 갑과 도봉구 갑에선 녹색정의당 후보가 표 분산을 일으킨 탓에 더불어민주당 이지은, 안귀령 후보가 결국 간발의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도 허성무 후보가 고전 끝에 신승하는 원인이 됐다.

이런 녹색정의당 후보들의 고춧가루 공세(?)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이번 총선이 끝나고도 녹색정의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는 더 처참한 수준으로 2.14% 득표에 그쳐 1번 후보 당선도 못 된 것은 물론이고 태극기부대들로 구성된 극우 목사 전광훈의 자유통일당이 기록한 득표율(2.26%)보다도 밀리는 수준이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으로서 원내 입성에 성공한 이래 진보 정당이 기록한 역대 최악의 성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럼 녹색정의당은 왜 이렇게 몰락한 것인지 분석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심상정의 20대 대선 완주

녹색정의당의 몰락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 당에서 거목 노릇을 했던 심상정 의원이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한 와중에도 끝까지 완주를 했다.

그 결과 심상정 후보는 2.37%를 득표했고 그로 인해 윤석열 후보가 0.73%p 차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이 됐다. 이 표 분산으로 인한 결과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애초에 심상정 후보는 당선권에 있던 인물도 아니었고 그의 목표 또한 당선이 아닌 10%를 득표해 다당제 정치를 확립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당제 정치를 확립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의석 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대선 후보 득표율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상정 후보의 완주는 정말 ‘명분 없는 완주’라는 비판을 들어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심상정 의원의 명분 없는 완주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고 생각하며 녹색정의당을 더 이상 상생과 협조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며 벼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던 말이 “예전에는 비례는 정의당을 찍어줬는데 이제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정의당은 자신들의 표 분산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을 두고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뜻을 표한 적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도 배신

안 그래도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의 근시안적인 정치 행보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심기는 부글부글 끓은 상태였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2차례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벌어진 녹색정의당의 행태였다.

물론 이 당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소위 ‘수박’이라 불리는 이들이 집단으로 배신했기에 그 건이 더 커서 잠시 묻혔지만 녹색정의당이 더 이상 연대의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었다. 우선 그 당시 녹색정의당은 공공연하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만들어진 이유는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던 수사기관이 함부로 야당 의원들을 체포, 구금하는 일이 잦아져 그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민주화가 정착된 이후엔 ‘특권’으로 변질이 되었을 뿐 본래의 취지는 ‘특권’을 누리고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백현동 개발 건으로 수사를 받고 법정에 들락거리는 동안 그의 혐의가 제대로 입증된 사실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정의당은 단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찬성표를 던져버렸다. 이는 단순히 이재명 대표만 배신한 것이 아니라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 피 흘리며 독재와 맞서 싸웠던 민주화운동 선배들의 역사를 배신한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녹색정의당에 분개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져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와 정체성 모두를 부정했기 때문이었다. 

사라져버린 노동자와 농민, 래디컬 페미니즘만 남은 색채

본래 녹색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했다. 노동자를 위한 목소리는 전설적인 노동운동가였던 권영길 전 의원을 비롯해 소위 노심조라 불리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4인방이 맡았고 농민을 위한 목소리는 강기갑 전 의원이 맡았다. 그러나 권영길, 조승수, 강기갑 전 의원들이 정계를 떠난 이후 이들의 목소리를 메워줄 사람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그나마 정의당 초기에는 당 내 헤게모니가 노회찬, 심상정 두 사람이 균형을 이룬 상태였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교차 투표를 해주어 의석을 획득하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노회찬 전 의원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부터였다. 당 내 세력 균형추가 무너진 이후 정의당은 ‘심상정의 사당(私黨)’으로 변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단순히 ‘심상정의 사당화’만 된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목소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메운 것은 생뚱맞게도 래디컬 페미니즘이었다. 래디컬 페미니즘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였던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본래 비례대표에서도 하위 순번에 있었으나 심상정 당시 대표로 인해 상위 순번에 오르는 특혜를 입었다. 이로 인해 불공정 문제가 불거진 것은 덤이다.

이들로 인해 정의당은 더 이상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정당’이 아닌 ‘페미정당’으로 전락해버렸다. 권영길, 노회찬 등 정의당 거목들의 지역구이면서 성지였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가 이번에 기록한 득표율은 고작 7.91%에 불과해 선거 비용 보전도 받지 못했다.

권영길,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로 정의당의 성지나 다름 없었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여영국 후보가 왜 7.9%밖에 득표하지 못했는지 정의당 스스로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역구만 득표율이 저조한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에서도 녹색정의당은 5.62%밖에 못 받았다. 경상남도 내 다른 시, 군에 비해서는 높긴 했지만 더불어민주연합(22.42%)과 조국혁신당(22.72%) 득표율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현실성 없었던 자강론

정의당은 21대 총선이 끝난 후 ‘자강론’을 채택하며 ‘민주당 2중대’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자립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자강론’을 외치고 난 이후 정의당의 행보는 노골적인 더불어민주당 딴죽 걸기였다는 것에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온 정의당의 멸칭이 ‘노란 국짐’ 혹은 ‘국짐당 2중대’였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간 정의당이 비례대표에서라도 의석을 벌어갈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교차 투표 덕분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정의당에 투표할 확률이 과연 몇 %나 될까? 정의당의 자강론은 결국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었다.

또한 자강론이 현실성을 얻기 위해선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선명하고 더 화끈한 개혁 정책을 내놓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 4년 내내 정의당이 보인 행보는 그저 더불어민주당 발목잡기에 불과했을 뿐 더 선명하고 화끈한 개혁 입법을 한 것이 없다시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녹색정의당의 자강론은 그저 자충수였을 뿐이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옛 정이라도 있었는지 22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정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만들면서 녹색정의당에 생명줄을 건넸지만 그마저도 발로 차버렸다. 이미 그간 자신들에게 교차 투표를 해주었던 민주당 지지층을 스스로 밀어내버렸고 마지막 생명줄까지도 스스로 잘랐으니 남은 건 결국 소멸의 길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미래는?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녹색정의당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밝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최악의 경우 녹색정의당이란 간판 자체를 내리고 폐업 수순의 길을 밟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현재 정의당의 재정 상태가 그야말로 파산 직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미 2022년부터 정의당이 수십 억이 넘는 채무를 지고 있으며 당직자들 급여도 의원들 개개인의 신용대출로 간신히 지급하는 판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바 있었다. 그런데 선거에서 정의당이 계속해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니 빚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거기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의당은 선거 비용 전액 보전에 성공한 사람이 심상정 의원 단 1명 뿐이라 빚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그나마 희망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라면 비례득표율과 지역구 득표율을 합산하면 정치자금법 27조 2항에 따라 경상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는 넘었다지만 워낙 빚이 많이 쌓여 있어서 앞으로 정당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정당을 운영하는데도 돈이 든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어둡게 보이는 이유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이다. 녹색정의당이 잇달아 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에 얼마 되지 않은 지역 조직마저도 소멸 수준으로 붕괴된 상태다. 앞서 언급했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왜 여영국 후보가 7.9%밖에 득표하지 못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별로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여 후보의 자택이 있는 사파동에서만 그나마 득표율이 10%를 넘었고 나머지는 모두 한 자리 수%에 그쳤다. 이는 여영국 후보의 홈 그라운드를 제외한 나머지 동네의 조직이 모두 소멸 수준으로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에 있어 지역 조직과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암담한 부분이다.

이상 두 가지 이유로 필자는 녹색정의당의 미래가 매우 어둡고 자진 폐업 수순의 길을 밟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때 진보 진영의 선두 주자로 이끌었던 정의당의 몰락이 어떤 점에선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앞으로 이 당이 무엇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는지 보다 상세히 연구해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4-04-20 08:27:25
정당보조금 지급 기준이 지역구, 비례대표 득표율의 평균이라 2% 못 넘었고 따라서 앞으로 정당보조금을 못 받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