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강창희 떠난 대전 중구, 대한민국 정치 ‘축소판’
[노트북을 열며] 강창희 떠난 대전 중구, 대한민국 정치 ‘축소판’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8.0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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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정치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6선에 국회의장을 지낸 절대 권력자의 은퇴, 빈자리를 이어받으려는 가신(家臣)과 빼앗으려는 신진세력,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합종연횡…. 새누리당이 현직 강창희 의원의 후임으로 대전 중구를 이끌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을 뽑는 과정이 대한민국 정치 축소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4월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다음 달 곧바로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놨다. 그의 말대로 무려 36년, 한 지역구를 틀어쥐었던 절대 권력을 내려놓자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군소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새누리당이 지난 6월 초 진행한 조직위원장 공모에만 무려 8명이 접수한 것. 당시 곽영교 전 대전시의회 의장과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 남충희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 송종환 중앙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신진 충남대 교수, 윤선기 대전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장, 이에리사 국회의원, 이은권 전 중구청장 등이 지원했다가 김세환·신진·윤선기 씨가 1차 첫오프 되고 나머지 5명이 여론조사 경선을 펼쳤다.

이어 지난달 13일 열린 조직강화특위에서는 여론조사 경선 및 서류·면접 등 다면평가 결과를 합산해 이은권 전 중구청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잠정 결정했다. 최고위원회의 의결만 거치면 임명될 순간이었다. 하지만 23일 최고위에서는 그 사이에서 또 무슨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는지 이인제 최고위원의 요청으로 전국 8개 조직위원장 중 대전 중구만 발표가 보류됐다.

김무성 대표의 방미일정 등으로 일단 최종 결정은 8월 초로 미뤄지게 됐지만 조강특위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은 번복되기 어렵고, 또 대전 중구만 예외 규정을 둘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직위원장은 이 전 청장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일단 30년 오랜 가신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끌며 내년 총선 돌풍을 예고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조직위원장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중구 구민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비례대표 이에리사 의원이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대한민국에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긴 탁구영웅으로 유명한 그는 불과 한 달 사이 중구 전역을 누비며 민심을 끌어들이면서 30년 지역구를 다져온 이 전 청장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조직위원장 공모기간 깜짝 응모한 것은 물론 지역에 내려오자마자 내년 총선 출마를 전격 선언해 ‘낙하산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위원장 경쟁에서 실패하면서 오히려 낙하산 논란에 대한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됐다.

본인은 스스로 결정했고, 강창희 의원마저 ‘늦었다’고 말릴 정도로 배경이 없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지역구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한 만큼 한층 홀가분한 상태로 적극적인 총선 경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의원은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로 당협위원장은 맡지 못하지만 현직 의원으로서의 공천 프리미엄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총선 구도가 급격히 이 전 청장과 이 의원의 양자구도로 흘러가자 나머지 후보들도 앞으로 거취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내년 총선까지 계속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반면, 일부에선 벌써 둘 중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비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 특출한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박용갑 현 중구청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공석이 예상되는 구청장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박 청장이 출마해 국회의원 선거와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러닝메이트를 구성할 수 있고, 후일을 도모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될 만한 사람과 일찍 손을 잡아놔야 공천권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지금 중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국회의원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불과 두 달 남짓 벌어진 대전 중구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상황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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