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손가락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손가락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10-손가락’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4.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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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손가락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나중에 뒤에서 숫자에 관한 어원을 다룰 예정입니다. 숫자는 손가락과 관련이 많습니다. 그래서 눈코입귀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이곳에서 손가락에 관한 어원도 다루겠습니다.

손가락은 모두 다섯입니다. 이름이 마치 한자 같습니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중지(中指)는 ‘가운뎃손가락’을 한자로 옮긴 것입니다. 약지(藥指)는 넷째 손가락을 뜻하는데, 한자로 옮긴 말이 좀 묘합니다. ‘약손가락’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옛날에 약을 달일 때 그 농도나 뜨겁기 정도를 확인하려고, 식은 약물에 네 번째 손가락을 살짝 담갔다가 꺼내어 입으로 가져가서 쩝쩝(!) 하고는 맛을 보는 데서 온 이름입니다. 맛볼 때 약물을 찍는 용도로 쓰는 손가락이라는 말입니다. 새끼손가락을 뜻하는 소지(小指)는 말 그대로 ‘작은 손가락’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엄지와 검지는 다릅니다. 엄지는 한자말로 대지(大指), ‘큰 손가락’이라는 뜻입니다. 검지는 한자말로 식지(食指), 음식 맛볼 때 쓰는 손가락이라는 뜻입니다. 음식 맛을 볼 때는 검지로 찍어 보고, 약 맛을 볼 때는 약지로 썼다는 증거죠. 이런 한자말이 있으니, ‘엄지, 검지’는 한자말이 아니고 우리말이라는 뜻입니다.

엄지의 특징은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원을 따질 때 보통 ‘엄마’의 ‘엄’에 손가락을 뜻하는 한자말 ‘지’가 붙은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하필 엄마일까요? 크기로 말하면 아버지가 더 큰데 말이죠. 그러면 ‘ᄋᆞᆸ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엄마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엄’은 크다는 뜻이거나 1등이라는 뜻일 겁니다. 그런 말뜻을 찾으면 만주어와 몽골어에 있습니다.

만주어로 ‘제1의’는 ‘emuči’이고, 손가락은 ‘karak’입니다. ‘엄지가락’이죠. 몽골어로는 ‘크다’가 ‘amba’입니다. 어디서 왔든 의미는 엄지의 모양이나 성격에 딱 맞는 말입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보면, ‘燕山郡本百濟一牟山郡’이란 기록이 나오는데 연(燕)에 대응하는 일모(一牟)가 바로 ‘emu’로 하나를 뜻하는 말입니다. ‘엄두를 못 내다’의 ‘엄두’도 ‘emu’에 처소격조사 ‘de’가 붙은 것입니다.

검지는 길이를 재는 노릇을 합니다. 그걸 ‘뼘다’라고 하죠. 한 뼘 두 뼘 재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뜻을 반영한 말을 찾으면 되죠. 몽골어로 ‘재다’는 ‘kemji’입니다. 그러니 ‘kemji+či’의 짜임이 한눈에 들어오죠. 검지는 길이를 재는 손가락이라는 뜻입니다.

손가락에는 손톱이 붙어있습니다. ‘톱’은 돌의 옛말인 ‘돋’과 비슷합니다. 손가락 끝에 돌처럼 단단한 부분이라서 붙은 말로 보입니다. 또 ‘돕’은 ‘모래톱’의 ‘톱’과 같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돕’은 불룩해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죠. ‘돋다’의 어근 ‘돋’이 명사화된 것입니다.

주먹은 ‘줌+억’의 짜임입니다. 줌은 ‘쥐다’에서 온 말이죠. 손가락을 구부려 쥔 모양을 나타낸 말입니다. 주먹과 팔이 연결된 부분은 홀쭉합니다. 그래서 ‘회목’이라고 합니다. ‘회’는 ‘회초리’에서 보듯이 가느다란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손아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악+위’의 짜임이 한눈에 보이죠. ‘악’은 ‘오그리다’의 어근과 똑같습니다. 무언가를 움켜쥘 때 생기는 동작을 나타낸 말입니다. 여기에 ‘범’과 ‘웃’이 붙어서 ‘범아귀, 웃아귀’라고 쓰이는 말이 활터에 있습니다. 범아귀는 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곳, 그러니까 두 손가락의 끝부분을 말합니다. 웃아귀는 두 손가락이 만나는 안쪽을 말합니다. 기준을 잘못 정하면 반대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어서 실제로 활터에서도 이를 헛갈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손바닥과 손등도 있는데, 묘한 게 있습니다. 손바닥쪽의 살결 무늬와 손등쪽의 살결 무늬가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조직으로 구성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즉 손의 등과 바닥이 서로 만나는 경계를 잘 보면 마치 실로 꿰맨 듯이 그 경계선이 또렷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적백육제(赤白肉祭)라고 합니다. 희고 붉은 살코기가 만나는 가장자리라는 뜻입니다. 전문용어치고는 좀 웃기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억지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서 쓴 적이 있습니다. ‘등배금’이라고 했죠.(『우리 침뜸 이야기』) 등과 배가 만나는 금이라는 뜻입니다.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하하하.

손바닥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온바닥’이 있고, ‘반바닥’이 있습니다. 모두 활터에서 쓰는 신체 용어입니다. 바닥의 한가운데 부분을 ‘온바닥’이라고 하고, 엄지 뿌리 볼록한 부분을 ‘반바닥’이라고 합니다. 바닥의 반쪽 자리라는 뜻입니다. ‘온’은 ‘온음표, 온누리’ 같은 말에서 보듯이 전부를 뜻하는 말입니다. ‘반’은 말 그대로 반(半)이죠. 손바닥을 이렇게 둘로 나눈 뜻은, 실제로 쓰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쓰임까지 설명하자면 말이 길어지니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그나저나 글을 컴퓨터에서 글을 쓰다 보면 짜증 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제가 이 글에서 ‘한자말’이라고 썼더니, ᄒᆞᆫ글 프로그램에서 맞춤법을 자동으로 확인해 주는 기능으로 붉은 밑줄이 쳐집니다. ‘한자말’에 마우스 오른쪽 클릭하여 확인해 보니 ‘한자어’로 교정하라고 뜹니다. 도대체 이런 등신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자’는 한자고 ‘말’은 순우리말이니, ‘말’을 한자로 바꾸어서 앞의 ‘한자’와 일치시키라는 뜻 아니겠어요?

정말 분통 터질 일입니다. ‘한자’는 외래어이고, ‘말’은 순우리말입니다. 둘 다 우리말이죠. 우리말이 우리말을 만나서 결합하는데, 왜 한자는 한자끼리 우리말은 우리말끼리 결합해야 한단 말입니까? 도대체 이놈의 기준은 어떤 놈들이 만든 것입니까? 그러면 ‘보도블록’은 뭘로 바꿔야 합니까? ‘步道+블록’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왜 또 침묵합니까? ‘벽돌’은 ‘壁+돌’의 짜임인데, 일관성을 지키려면 ‘벽석’으로 고쳐야 할까요? 도대체 ‘한자말’이 왜 이상할까요? ‘한자어’보다 더 낫지 않나요?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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