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위 민원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
선방위 민원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
MBC 징계 결정 민원 모두 국민의힘, 공언련이 제기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4.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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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를 빙자한 검열을 하며 언론 탄압에 나서고 있는 두 행동대장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좌)와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우)의 모습.(자료 사진)
심의를 빙자한 검열을 하며 언론 탄압에 나서고 있는 두 행동대장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좌)와 백선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우)의 모습.(사진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가석방이 추진되고 있다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최고수위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선방위는 윤 대통령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관련 공판, YTN 민영화 논란 등 선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사까지 포함된 MBC 보도 17건을 묶어 역시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하며 언론 탄압에 앞장섰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민원을 넣은 주체가 누구냐는 것인데 19일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 선방위의 정당·단체 민원 181건이 모두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문화방송(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냈고, 선방위는 이를 그대로 안건 상정해 ‘역대급’ 법정제재를 남발하며 ‘표적 심의·과잉 제재’ 논란을 빚었다.

특히 공언련 민원의 경우, 현 선방위에 공언련 관련 인사가 2명이나 속해 있다. 이로 인해 선방위의 해당 심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방위는 ‘이해 충돌’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심의를 빙자한 검열을 하고 있기에 개혁을 넘어 폐지 목소리까지 나올 수 있다.

한겨레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실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민원 및 안건 상정 현황’ 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14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지상파 방송 부문에 접수된 민원은 304건이었다.

그 중 정당 민원은 146건이었는데 모두 국민의힘에서 낸 것이었고 32건의 단체 민원은 모두 공언련에서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민원을 합하면 전체 지상파 방송 민원의 약 60%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접수한 선방위 민원은 대체로 MBC에 집중되어 있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146건의 민원 중 99건(67%)이 또 32건의 공언련 민원 중 22건(68%)가 MBC의 TV와 라디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었다. 전체 민원의 2/3 이상이 MBC에 집중되었으니 사실상 ‘MBC 표적 민원’이었고 그를 토대로 이뤄진 심의 또한 ‘MBC 표적 심의’라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밖에 CBS와 YTN 라디오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관련 민원은 전체 42건으로 지상파 민원의 14% 수준이었다. 이마저 대부분 개인이 낸 민원이었다. 정당 민원은 국민의힘이 YTN을 상대로 낸 3건이 전부였고, 공언련 민원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낸 민원들은 모두 고스란히 선방위 안건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과거엔 선방위원들 요청에 따라 방심위 사무처에서 민원을 1차로 걸러냈다. 그러나 이번 선방위는 사무처에 ‘민원인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 빠짐없이 올려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단체 페이스북)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단체 페이스북)

당연히 이는 검열에 가까운 ‘무차별·월권 심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선방위는 그간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등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제재하며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의결해 왔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될 내용이 담긴 보도에 대해서만 콕 집어 제재를 의결했기에 심의가 아니라 검열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해충돌 논란도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선방위엔 공언련 관련 인사인 권재홍, 최철호 등 2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최철호 위원은 전 공언련 대표 출신이고, 공언련 추천 몫으로 선방위에 합류한 권재홍 위원은 현 공언련 이사장이다.

즉, 공언련이 제기한 민원을 공언련 전·현직 인사가 심의한 꼴로, 이는 사적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공직자가 해당 직무를 회피하도록 정한 이해충돌방지법(5조)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해도 무방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선방위가 탈법 심의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지난 2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두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신고서에서 방심위노조는 “공언련 민원이 신청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두 위원이 이를 신고하고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류희림 위원장이 ‘청부민원’ 의혹으로 신고당한 것과 같은 조항이다.

공언련은 단체 누리집에 매주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올리고 ‘방심위 민원 신청’ 등 후속 조치도 공지한다. 공언련 초기부터 단체에 몸담았던 최철호·권재홍 위원이 그러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실제 선방위 회의에서도 공언련의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한 듯한 발언이 반복된다는 것이 방심위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1일 3차 회의록을 보면, 최 위원과 권 위원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언련 보도자료·민원 내용 속에 강조된 문구와 표현을 비슷하게 사용한다. 야권 추천 김유진 방심위원은 선방위가 정권 비판 보도 입막음을 위한 일종의 ‘패스트트랙’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에서 민원인이 원하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신속하게 선방위에서 제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이 구조를 특정 정당과 시민단체가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역시 “류희림 위원장 부임 이후 방심위에 이어 선방위도 독립 심의 기구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의 ‘방송탄압 대행사’로 전락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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