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년...'회색지대'서 허우적거리는 언론
세월호 참사 10년...'회색지대'서 허우적거리는 언론
세월호 참사 10주기 국회 추모영화제, 언론의 역할을 묻다
영화 '그레이 존' 속 언론 불신, 현장 기자들의 열패감
'각자도생' 학습한 10년, 22대 국회가 해결할 과제는?  
  • 설인호 기자
  • 승인 2024.04.19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고(故)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 씨가 윤미향 의원과 포옹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권동희 작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침사 희생자 고(故)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 씨가 윤미향 의원과 포옹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권동희 작가)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처럼

보지 말아달라

4.16 세월호 참사 10년. 고(故)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 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은 많은데 엉뚱한 이야기들만 나오고, 카메라를 대고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쳐다보고, 신뢰 믿음이 다 깨져버렸다." 세월초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 언론의 접근법, 또한 세간의 시선에 몸서리를 치는 것이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10년은 어떠했을까. 파괴된 마음에 몸이 성할리 없다. 정 씨는 오열한다. "아이들을 산 채로 수장 시켰다. 그거 밝혀달라고 했는대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여기서 펄쩍 펄쩍 뛰고 싶다. 아주 평범하게 사는 엄마아빠들을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그 정도면 되지 않았냐고들 한다."

정 씨는 또한 절규한다. "자식한테 미안해서 치료도 못 받고 살았는데, 정신이 이상해져가지고 몸에 염증이 생기고, 눈이 터지고, 잇몸이 주저앉고, 머리에 종기가 나고, 엄마는 부인과로 달려가고, 암을 다 달고 살고 있는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고 몇 년 됐으니까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에 따라 참사가 발생한 당시부터 신체·정신적 질병 의료비를 지원받았지만 지난 15일 10년을 만기로 끊겼다. 하지만 유족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그동안 공식 행사장에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던 정 씨의 감정이 폭발했다. 정 씨도 울고 관객도 운다. 정 씨는 격정 끝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사회자(김덕진 천주교인권위 활동가)가 애써 수습을 해보려 하지만 가라앉은 장내 분위기를 어찌 할 수가 없다. 

기자 또한 울면서 기사를 쓴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던 이 자리는 지난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다. 국회 생명안전포럼, 여성아동인권포럼, 4.16 연대,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가 주최했고 윤미향 의원이 주관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 유가족과 4.16 연대 김선호 사무처장,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 부친) 등도 함께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영화 <그레이 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왼쪽부터 김지은 시사인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정부자 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유영 씨(사진=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영화 <그레이 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왼쪽부터 김지은 시사인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정부자 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유영 씨(사진=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금배지보다 노란색·보라색 배지가

더 무겁다는 것을 기억해달라

10.29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고 유연주 씨의 언니 유정 씨도 호소한다. 유 씨는 "제가 동생을 응급실에서 처음 보고 부모님께서 동생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그날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10년전과 지금이 너무 달라진게 없고 날짜만 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 씨는 지난 4.10 총선 전 이태원 인근에 2030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대자보를 써서 붙였다. 수 십 개 대학에 호응하는 대자보가 붙었고 화제가 됐다. "안전한 사회를 지켜달라"라는 호소에 젊은이들이 '연대'로 응답한 것이다.  

유 씨는 "대학생들이 놀러갔다 죽었는데 왜 그러지 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대학생들이 똑똑한 친구들이 많더라. 뭐가 잘 못 됐는지 알고 그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고맙고 힘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유 씨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참석한 정치인들의 폐부를 찔렀다. 유 씨는 "21대 국회 의원님들 봴 때 마다 보라색 배지를 드렸는데 어떤 분들은 달고 다니고 어떤 분들은 빼고 다니더라. 22대 국회에서는 의원 배지보다 노란색·보라색 리본 배지(세월호·이태원 추모)가 더 무겁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21대 현역 국회의원과 22대 당선인 다수가 함께 참석했다. 가슴이 뜨끔한 것은 물론이다. 주요 내빈으로는 전현희·이동주·한준호(더불어민주당), 양정숙(개혁신당), 황운하·차규근·신장식·이해민·김선민(조국혁신당) 의원 및 당선인이다. 
 


1989년 영국 잉글랜드에서 셰필드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힐즈버러 참사)로 97명이 생명을 잃었다. (사진=나무위키)

 

지금 대한민국에 '앤디 번햄'이 있는가?

신장식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1989년 영국 잉글랜드에서 발생한 '힐즈버러 참사'를 예로 들며 '앤디 번햄'을 언급했다. 힐즈버리 참사는 셰필드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벌어진 97명이 압사한 사고다. 

신 당선인 설명에 따르면 힐즈버러 참사 당시 경찰은 위급상황에서 통제와 관리를 전혀 못 하고, 만취한 폭도의 짓으로 몰아가기 위해 사망자에 대한 혈중 알코올 농도 검사를 하고 진술을 조작했다. 

앤디 번햄은 2009년 영국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으로, 20년만에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독립 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 진실을 밝혀낸 인물이다. 그는 2017년 사고 조사에 담당 공직자의 진실 공개 의무화와 유족에 대한 무제한의 공적 지원을 골자로 하는 '힐즈버러법'을 발의한 바 있다. 영국 경찰은 37년만인 지난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당선인은 "지금 대한민국에 앤디 번햄이 있는가? 22대 국회에서는 한 명이 아니라 100명에, 200명에, 300명의 앤디 번햄이 있으리라 믿는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참사 당시 정부 발표와 달리 유가족의 목소리는 달랐다. 현장 기자들이 이를 전해도 '윗선'에서 번번히 막혔다. 영화 <그레이 존> 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촬영중인 취재진. (뉴스타파 사전 공개본  갈무리)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내디뎠나?

본 행사에서 상영된 영화는 세월호 3부작 <세가지 안부> 시리즈 중 하나인  <그레이 존>(주현숙 감독, 한경수 프로듀서)이다. 나머지 두 개는 세월호 참사 후 호성 군 어머니 정 씨의 10년간 일과를 담은 <흔적>, 지금은 28살이 된 생존자들이 18살 희생자를 만나러 떠나는 <드라이브 97>이다. 

<그레이 존>은 제목 그대로 검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닌,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회색 지대'를 뜻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기자들의 열패감과 자괴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울러 자기 반성문이자 회환이기도 하다.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장에서 듣는 유가족의 목소리는 달랐다. 기자들이 전한 리포트는 '윗선'에서 번번히 막혔다. '그레이 존'은 정치적으로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진실 따윈 집어던지고 권력에 빌붙어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다.  

영화 속 인터뷰에 등장했던 김은지 기자(시사인)는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기자적 관점에서 전한 이야기가 유가족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 두려웠다. (유가족들이) 국가와 언론이 못 한 부분을 지적한 부분에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 기자는 마찬가지로 자리를 함께한 정치인들에게도 당부했다. 김 기자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걸 알게 모르게 학습해 왔던 시간"이라며 "그 역할을 하셔야 될 분들이 여기 계시는 당선자 그리고 국회의원이다. 잘 싸워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각자 붉어진 얼굴로 작별 인사를 하고 어두워진 의원회관 정문을 나섰다. '배지' 만큼 무거운 과제를 안고 떠나는 의원들, 그보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아직, 아니 평생 벗지 못할 유가족들도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며 흩어진다. 부끄러운 기자는 영화 소개문을 인용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내디뎠나. 우린 뭘 놓친 것인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보라색 리본에 노란 나비를 다는 포퍼먼스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보라색 리본에 노란 나비를 다는 포퍼먼스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