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내장과 몸통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내장과 몸통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11-내장과 몸통’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4.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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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몸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지금까지는 사람 몸의 겉모습에 관해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몸의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몸 안에는 여러 가지 장기가 있습니다. 이른바 ‘5장 6부’죠. 이들 이름의 뿌리를 더듬어 보겠습니다.

허파는 『훈몽자회』에 ‘肺:부화 폐’로 나옵니다. 이 ‘부화’가 앞뒤 자음 교체를 이루어서 ‘후봐’가 되었다가 이것이 ‘허파’로 굳었습니다. 이것은 원형어근 <pVk>에서 발달한 것으로, ‘보름, 볼록, 보(褓), 바구니’ 같은 말에서 보듯이 둥근 모양을 나타낸 말입니다. ‘부화’는 숨을 들이쉴 때 폐가 둥글게 부푸는 모양에서 온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비교 언어학으로 보면, 길약말에서는 허파를 ‘havaf, xavaf’라고 하고, 일본어에서는 ‘FukuFukusi’라고 해서 아주 비슷합니다. ‘부화’ 요즘 말에도 살아있는데, ‘부아가 치민다.’고 할 때의 ‘부아’가 그 모습입니다.

염통은 ‘염+통’의 짜임입니다. 『훈몽자회』에 ‘心 염통 심’이라고 나옵니다. ‘통’은 ‘덩어리’를 뜻하는 말이죠. ‘곁동, 밑동, 웃동’의 ‘동’이 된소리로 된 것입니다. ‘염통’은 심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염장을 지르다’ 같은 말에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길약말에서 염통은 ‘ŋif’입니다. 가야의 지배층이 쓴 드라비다말로 염통은 ‘neṅcu’이고 가슴은 ‘niṟam’이어서 참고가 됩니다. 세월에 따라 음운변화를 조금 거치면 ‘념’과 비슷하죠.

콩팥은 ‘콩+팥’의 짜임입니다. ‘콩’은 둥근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콩팥’은 신장(腎臟)을 가리키는 말인데 신장의 모양이 콩이나 팥 모양으로 둥글게 생겨서 붙은 이름입니다.

‘간’은 한자말인데, 다른 언어를 살펴보면 ‘애’가 간과 비슷합니다. ‘애간장이 탄다’는 말에서 그 자취를 볼 수 있습니다. 몽골어에서 간과 쓸개가 모두 ‘elige’입니다. 아무래도 ‘애’는 간을 뜻하는 말로 봐야 할 듯합니다만, 뒤의 창자와 비교해 보면 나중에는 창자를 뜻하는 말로 바뀐 듯합니다. ‘쓸개’는 볼 것도 없이 당연히 맛이 써서 붙은 말일 겁니다.

‘창자’는 한자로 오해하기 딱 좋은 모양인데, ‘창’은 얇은 것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신발창, 밑창, 창밑’ 같은 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곱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ᄌᆞ’는 ‘지, 재, 자, 조’처럼 변하는데, 접미사입니다. ‘곱창’의 ‘곱’은 기름을 뜻하는 말입니다. ‘눈꼽’의 ‘곱’도 기름이 뭉쳐진 것입니다.

‘창’과 비슷한 말로는 ‘청’이 있습니다. ‘목청’에서 볼 수 있죠. 목청은 소리를 내는 기관입니다. 소리는 얇은 막을 바람이 울려서 내죠. 대금에도 이런 청이 있는데, 갈대나 대나무 속의 ‘청’을 떠서 붙입니다.

창자를 가리키는 말에 ‘애’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시조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가 있죠. 이 ‘애’는 창자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걸 간이라고 보면 간을 끊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이때쯤에는 애가 간이 아니라 창자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애타다, 애달프다, 애꿎다.’

‘등’은 이것저것 살펴봐도 순우리말 같습니다. ‘뒤’와 같은 뿌리를 지닌 말이죠. ‘뒤’는 나중에 ‘똥’이라는 말로도 발전합니다. 왜 ‘뒤’가 ‘등’으로 바뀌면서 이응(ㅇ)이 붙었는지 알 수 있겠죠. ‘산등성이’라는 말을 보면 산의 위쪽 하늘과 맞닿은 곳을 말합니다. 사람이 동물처럼 엎드렸을 때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내장을 매달고 있는 것이니 ‘들다’의 어간 ‘들, 든’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배’는 드라비다어로 ‘배, 위’가 ‘vayiru’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배를 가리키는 말로 ‘pojje’도 있어서 더욱 확실해집니다. ‘(새끼, 아기, 알을) 배다’라는 말을 보면, ‘배’는 무언가를 담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붕어의 배를 보면 왜 ‘배’인지 또렷해집니다. 무언가를 받아 넣는다는 뜻이 감지됩니다.

이번에는 ‘똥’을 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어원설이 있어서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이것은 땅에서 나온 말로 보는 견해입니다. 땅의 옛말은 ‘다’인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어는 ‘닫’이다. 이것이 ‘돌’을 거쳐 ‘도’가 되었다가 ‘똥’으로 굳습니다. 일본말로 똥은 ‘daru’이고, 똥으로 만든 거름은 ‘dara’이며 아이누말로 ‘때’는 ‘turu’이고 ‘똥’은 ‘otom’입니다. 모두 땅과 관련이 있는 말들이죠.

두 번째로, 이것은 ‘앞’의 반대말인 ‘뒤’에서 온 말입니다. ‘뒤’는 지금도 ‘뒷간, 뒤다, 뒤가 마렵다’에서 보듯이 똥이란 뜻으로 쓰입니다. 이 ‘뒤’는 히읗종성체언인데 히읗이 살아서 이응으로 변한 것입니다. 따라서 ‘뒤ㅎ’가 ‘뒹’으로 되었다가 단모음화하면서 ‘둥’으로 변하고 ‘동’을 거쳐 ‘똥’으로 굳어간 것입니다. 이것은 똥이 몸의 뒤쪽에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직립했기 때문에 똥이 밑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칫 오인할 염려가 있지만, 짐승들의 항문은 몸의 뒤쪽에 있습니다. 이 점으로 보면 ‘입’은 ‘앞’과 그리 멀지 않은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원되지 않는 고어의 원문 부분. 자료=굿모닝충청

세 번째로, ‘똥’은 분리개념을 지닌 <ptV->형어근에서 나온 말입니다. <ptkV-(다)>에서 <ptV(다)>로 되었다가 <ptV-oŋ()>이 되고 여기서 ‘’을 거쳐 ‘똥’이 됩니다. 따라서 ‘똥’은 몸에서 떨어져나간 것을 말합니다. 또 <ptV(다)>에서 접미사가 <i>로 붙으면 <ptV-i>가 되어 ‘’가 되었다가 ‘’를 거쳐 ‘찌’가 됩니다. ‘물찌똥’의 ‘찌’가 그것입니다.

‘오줌’은 드라비다어로 ‘uccem’이라고 하는데, 우리말과 거의 같습니다. 아이누어로는 똥을 ‘osoma’라고 하는데, 이 둘을 보면 똥과 오줌이 서로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겨레가 서로 갈라지면서 말뜻도 나눠진 것 같습니다.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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