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밀정이면 지금이라도 죽여라’
광복 70년 ‘밀정이면 지금이라도 죽여라’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5.08.06 16: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남희 사회팀장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순제작비 180억 원이 들어간 영화 ‘암살’이 개봉 2주 만에 700만을 돌파했다. ‘암살’은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좇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역대 한국영화 주말 박스오피스 2위, 2015년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처럼 관객들을 열광케 한 비결은 뭘까.

평론가들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대중영화로서 갖춰야 할 흥행 코드를 골고루 갖춘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독립과 친일파 암살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지나치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오락성을 곁들여 담아낸 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헌병대에 들어가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자행했던 염석진(이정재 분)은 해방 후 법정에 선다. 당시 그의 신분은 이승만 정권 아래 고위 경찰이었다. 패전 제국주의에 붙어 독립운동가를 사지로 몰던 이들 중 염석진과 마찬가지로 많은 자들이 목숨을 부지한 것도 모자라 우리 정부 고위 관료가 됐다.

이승만은 1인독재를 위해 자신에게 충성하는 일제 잔재세력들을 규합했다. 하지만 자신의 충견인 정부 관리와 경찰들이 반민특위에 의해 검거되자, 그들이 정부수립의 공로자이며 반공주의자라는 이유에서 석방을 종용했고, 노골적으로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했다. 결국 반민특위는 채 1년도 활동하지 못하고 1949년 6월 사실상 해산됐다.

영화 후반 염석진의 반민족행위 혐의를 증언하러 왔던 증인이 대기실에서 살해당한다. 그 시간 염석진은 법정에서 웃통을 벗어젖히며 재판부를 농락하고 결국 무죄를 선고받는다. 염석진이 당당히 걸어 나오는 그때 법원 정문 앞에선 ‘반민특위 해산’ 시위대가 설쳐대는 모습이 짧게 비친다.

미군정에 붙은 이승만의 ‘반공을 위해선 친일세력을 중용해야 한다’는 논리 덕에 살아난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일제 치하에서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와 ‘충성혈서’까지 박정희(일본명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전 대통령이다.

6.25 한국 전쟁을 통해 육군 소장까지 진급한 박 전 대통령은 민주혁명 4.19를 통해 무너뜨린 이승만 독재정권을 쿠데타를 통해 빼앗아갔다.

우리 현대사가 피로 얼룩진 데는 ‘친일파 청산 실패’가 큰 원인 중 하나다. 해방 70년이 됐지만 외세에 부역했던 이들의 자손이 지금도 부와 권세를 누리며 득세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부끄럽고 뼈 시린 현실이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이자 박근혜 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씨가 며칠 전 ‘천황이 머리를 숙여 사과했는데 왜 총리가 바뀔 때마다 사과하라고 하느냐. 이제 와서 과거 문제를 내세워 발목을 잡으면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씨는 이 과정에서 일왕을 ‘천황’도 아닌 ‘천왕폐하’라는 극존칭을 썼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근령 씨의 입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상반될 수도 있다. 동생의 망발 때문인지 국정원 해킹 사건으로 추락한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2%p나 또 떨어져 34%대에 머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 전통시장 다음으로 영화관 인 것 같다. ‘영화정치’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연평해전’, ‘국제시장’ 말고 이번 주에는 바쁘시더라도 짬 좀 내서 ‘암살’을 한 번 관람하시는 것은 어떨 런지. 단, 국제시장 관람 후 내놨던 국기 게양 의무화 같은 ‘유신스러운’ 정책을 내놓으려거든 아니 가니 못하다.

혹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이라도 수행하라’와 같은 파격적인 과거사정리 지침을 내놓지는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손정수 2015-08-11 16:46:34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이라도 수행하라" ...아...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듣고 싶은 말입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MB나 박그네나 찍어대는 우리 국민들이 그걸 원할까요?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의 백성들인데..말입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