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숨은 이야기 몽땅 '몽당연필전'
인생의 숨은 이야기 몽땅 '몽당연필전'
'책방그루'에서 5월 31일까지 공감 불러 일으키는 작품 64점 전시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4.05.12 16: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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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작은 마을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인생 좀 살아본 중장년의 추억에나 어울릴 법한, 이름도 ‘몽당연필전’이다.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굿모닝충청 노준희 기자]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작은 마을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인생 좀 살아본 중장년의 추억에나 어울릴 법한, 이름도 ‘몽당연필전’이다. 

전시 장소도 특별하다. ‘책방그루’라는 조그만 책방. 주인장 김광선 대표가 평생 모은 책을 빼곡히 꽂아놓은 공간이다. 서가마다 몽당연필로 만든 기발한 작품이 즐비하다. 

작품들이 김 대표의 인생을 빼다 박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와 책방, 전시 이야기를 전한다.

<몽당연필전>과 김광선 대표
서툰 주방장의 몽당연필전입니다. 서툴지만 기억을 다듬어서 필요한 것은 아낌없이 넣었습니다. 책방그루에서는 전(煎)을 드시라 하지 않고 보라(展)고 말합니다. 맛있게 보세요. 몽당연필을 위로하시겠습니까? 몽당연필의 위로를 받겠습니까? -김광선 대표가 쓴 몽당연필의 서사 중에서-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Q. 몽당연필전을 열게 된 계기는? 

말 그대로 몽당연필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약 64점이며 각기 다양한 의미가 있다. 나는 세 번의 암에 걸렸었다. 몸이 아프니 짜증도 자주 났다. 산책 차 늘 가던 용연저수지에서 윤슬을 보고 있는데 물에 떠다니는 나무판 하나가 보였다. 갑자기 인생이 다 고만고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작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 이 전에 투병기를 낼까 하고 350페이지가량 글을 쓴 게 있다. 제목이 ‘함부로 위로하지 마라’다. 그러다 나무판과 몽당연필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부터 시작했다. 

Q. 책방은 언제 열었고 연 날의 의미가 있다면? 

2022년 11월 11일 오픈했으니 1년 반이 됐다. 달력에서 1이 가장 많은 날이고 책이 가지런히 꽂힌 모습과 같다. 내가 정한 책의 날이다. 

Q. 책방 이름이 ‘그루’다. 무슨 뜻인가?

구루(GURU)는 스승, 구도자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이다. 구루를 따서 그루로 지었다. 어떤 책이든 누구한테든 스승이 된다. 존경할 만한, 연락할 만한 스승이 없는 건 불행하다. 하지만 책이 스승이니 책에서 스승을 만나면 문제없다. 

Q. 어떤 책이 얼마나 있나?

중2 때부터 모은 책이다. 책도 있고 음반도 있고 오디오도 있고 커피도 있다. 창고에 있는 거 포함하면 6000권 정도 된다. 장서가 모임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몽당연필전을 동화 버전으로 만들어 볼까도 생각한다.

Q. 막상 책방을 여니까 어땠나?

책방을 차리니 너무 신이 났다. 하나님께 ‘왜 이리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주십니까’ 했다. 계단 몇 개를 못 올라 자주 쉬어야 했는데 책방을 열고 난 후 지금은 잘 오르내린다. 삶의 활력이 생겼다. 

<태풍 태권도>
일기예보에 나오지 않은 태풍 예보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도 어린 학생들을 거두어 보살피고 인성교육을 위해서 책을 읽히고 드디어 어린 학생들과 이웃 주민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만든 곳이 있습니다. 동서남북에서 몰려오는 바람이 태풍태권도장에 오면 하나가 됩니다. 태풍의 눈은 ‘사랑의 눈’으로 평온해집니다.  -김광선 대표가 쓴 몽당연필의 서사 중에서-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Q. 몽당연필이 꽤 많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마련했나?

모으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모은 것도 있지만 태권도 관장이신 지인이 자신의 체육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해 엄청나게 모아주셨다. 학부모와 소통이 잘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닌가 싶다. 이후 그분은 아이들과 주민을 위해 작은도서관을 열었다. 내겐 참 좋은 지인이 많다.

연필 아껴 쓰지 마세요. 물 쓰듯이 쓰면 혼날까요? 연필······ 아껴 쓰지 마세요! -김광선 대표가 쓴 몽당연필의 서사 중에서-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Q. 책방에 피아노가 보인다. 그간 책방 그루에 해왔던 일을 소개한다면?

시인들 책이 나오면 시낭송회도 하고 독서모임도 했다. 거의 매월 무료 음악회도 열었다. 이번 달 25일 전문음악인 초청해서 전시 쫑파티 겸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책방이 조그마해서 선착순 마감이 금방 될 거 같다. (웃음) 

Q. 세 번의 암을 이기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떨 때 잘산다고 느끼나?

긍정적인 사람일 때. 남이 잘 사는 것을 보고 미소가 나올 때 내가 잘 사는구나 느낀다. 카페 앉아 책을 읽거나 뭔가 끄적이는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아버지’ 하면서 나를 뒤에서 안아주고 싶을 만큼 그런 품격이 흐르는, 기품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책방을 연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무얼 할 생각인가? 

책은 남아돌고 내 공간이 없으니 누워만 있게 되더라. 아팠으니 더욱. 내 공간을 만드니까 내 시간이 생겼다. 내 공간에서 내 시간을 사용하니 창조적 생각이 움텄다. 내 공간에서 책 읽고 묵상하고 음악 듣고 하니 즐겁고 행복하다. 

사람은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적당한 나이가 된 남자는 동굴이 더 필요한 거 같다. 그걸 갖고 싶었다. 

또 낡고 버려진 연필을 모아서 작품을 만들고 전시까지 하니 훌륭하게 부활한 거다. 이야깃거리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계속 작품 만들어 연말에 100점 이상 전시할 생각이다. 도록도 만들 거다. 그때 다시 들러주면 고맙겠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아버지의 하루다. 어버이날에 맞춰서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아버지 생각이 사무쳐서 찔꺽눈이 더욱 잠기었다. 가방을 모티프로 해서 오래되었지만 버리지 않고 두었던 가죽띠와 아버지가 꿈꾸었던 정원과 온 세상의 짐을 그러모은 가방이다.  -김광선 대표가 쓴 몽당연필의 서사 중에서-
취재 당일은 한참 작품을 만드는 중이었고 다음 날 완성했다며 보내온 사진. (사진: 김광선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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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용 2024-05-13 13:38:53
김광선 대표님, 멋진 인생, 멋진 작품 잘 보고 갑니다. 감동의 물결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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