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사 외압 정황 드러나는데도 굽힐 생각 없는 尹
대통령실 수사 외압 정황 드러나는데도 굽힐 생각 없는 尹
이시원과 유재은이 주고 받은 26차례 통화, 그 속에 담긴 내용은?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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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본 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후 얼싸안고 환호하는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의 모습.(사진 :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지난 2일 국회 본 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후 얼싸안고 환호하는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의 모습.(사진 :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일 열린 국회 본 회의에서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규명 특검법(이하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후 공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현재 이 법안은 여론조사 상으로 국민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또 14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실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14일 오전 동아일보는 단독 보도로 공수처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작년 8월 총 26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럼 그 26번의 통화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가 의혹을 규명하는데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자체 취재를 통해 이시원 전 비서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작년 8월에만 총 26차례 걸쳐 통화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첫 통화는 8월 2일에 이뤄졌는데 이 날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듯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던 수사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해갔던 날이다.

그리고 회수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기로 결정, 추진한 날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9일인데 그 날 전후로 이시원 전 비서관과 유재은 관리관 사이 통화가 집중됐다. 뿐만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 조사 내용을 윤석열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이른바 ‘격노설’이 언론 보도로 처음 언급된 8월 말에도 이들은 10여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사람은 그 전엔 단 한 차례도 통화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의 생면부지(生面不知)나 다름 없는 사이가 주요 국면마다 집중적으로 통화한 이유가 무엇인지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공수처 조사에서 이 전 비서관과 8월 2일 한 첫 통화에 대해 “일반적인 사법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들이 이전엔 연락을 주고받지 않다가 수사 외압 의혹이 커진 8월에 집중적으로 통화를 한 것으로 볼 때 유 법무관리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의심하고 있다. 첫 통화가 있었던 그 날 유 법무관리관은 이 전 비서관의 전화를 받았고, 같은 날 경찰과 수사 결과 보고서를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유 법무관리관에게 사건 회수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유 법무관리관이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한편, 8월 전반에 걸쳐 대통령실이 국방부의 채 상병 사건 처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법조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이 지휘체계에 없는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자체적으로 분류한 두 사람의 통화 집중시기는 이렇다.

△8월 2, 3일 수사 결과 회수 국면 △8월 7∼21일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국면 △8월 23∼27일 ‘대통령 격노설’ 점화 국면 등이다. 공수처는 사건 회수를 놓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8월 2, 3일경 유 법무관리관과 이 전 비서관 사이에 기존에 알려졌던 ‘2일 통화’ 외에 또 다른 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재검토가 논의되고 시행된 8월 7일부터 21일엔 8월 전체 통화의 절반이 넘는 통화가 두 사람 사이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7일 국방부 내부에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9일 법무관리관실이 이 전 장관에게 재검토를 건의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13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법무관리관실은 보고서에 “인과관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등은 작전 과정에서의 과오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경찰에 송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적시했다. 즉,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를 적용한 8명 중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관련자만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리고 8월 9일과 17일 이 전 장관은 유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모 전 조사본부 태스크포스(TF) 단장 등과 재검토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 중 17일에 유 법무관리관은 “판단을 배제하고 확실한 사실관계에 의거해 인지통보서에 혐의자를 2명으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국방부 조사본부는 유 법무관리관의 의견과 같이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를 적용해 이첩한 8명 중 2명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인지통보서를 작성해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밖에 이 전 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은 8월 23∼27일에도 10여 차례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3∼24일은 해병대 수사단 단원들이 군 검찰 조사에서 “(수사 단장인) 박정훈 대령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사단장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란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시기다. ‘대통령 격노설’도 이때부터 수사단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27일 한 언론이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화를 냈다’고 보도했는데, 그 직전 유 법무관리관과 이 전 비서관은 5통 이상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공수처는 유재은, 박경훈, 김계환 등 주요 피의자들을 불러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상태다. 앞으로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도 조사하면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행사 정황은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렇게 검찰 소스를 통해 단독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건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계속해서 뭔가를 흘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볼 때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석상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사이에 탄핵이라는 단어가 보다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미 지난 9일 있었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고 14일에도 49일만에 다시 열린 민생토론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로 인식을 못하고, 조금씩 나아지는걸 잘 못느끼지만 뭔가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권 퇴진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정말 어떤 개혁을 해 나간다는 게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즉, 여전히 자신만이 옳고 정의롭다는 착각과 독선에 빠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망언에 대해 윤종군 원내대변인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민의에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까?〉란 제목의 논평을 내어 “대통령의 개혁관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고 하며 “아무런 대화나 설득도 없이 무작정 따르지 않으면 카르텔의 낙인을 찍어 짓밟는 것이 윤석열식 개혁입니까? 노조가 그랬고, 사교육이 그랬고, 의대 정원문제가 그랬습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한 논의와 사전 준비, 국민 공감도 없이 무작정 자신의 개혁안을 강요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아집”이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나를 따르지 않으면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식의 오만과 아집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국민과 대화부터 하시기 바랍니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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