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尹,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조하준의 직설] 尹,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5.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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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가 21일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가 21일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남짓한 임기 중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이번으로 총 10개나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상습적인 거부권 행사는 이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고 결국 국민의힘이 한 달 전 총선에서 대패한 원인 중 하나가 됐는데 여전히 그는 변화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우선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첫 번째 명분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진석 비서실장의 대독으로 전해진 윤석열 대통령의 변명을 들어보면 특검법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5년 간 13회의 특검법이 발의됐으나 이 때는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 했다.

그런데 이번 채 상병 특검법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갖다 붙인 첫 번째 명분이었다.

두 번째 명분은 특검 법안이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명분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제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왔고 김진표 의장은 사실상 21대 국회 마지막 본 회의가 열리는 28일에 재의결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든 세 가지 이유는 모두 '핑계'라 볼 수밖에 없다. 본지와 인터뷰를 한 김규현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채 처리된 법안은 수백 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이 법안들 모두가 위헌이란 말인가? 또한 특검법이 거론된 이유가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너무도 미진하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볼 때 거부권을 행사하는 명분이 궁색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트집 잡기도 했는데 그럼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검찰의 수장으로 있었던 시절 검찰은 공정성과 중립성에 입각해 정적들을 향해 온갖 요란한 별건 수사를 벌이고 언론 플레이를 일삼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당시 검찰이 정말 공정성과 중립성에 입각해 수사했다면 검찰개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얽힌 매커니즘은 굉장히 단순하다. 채 상병이 사망하는데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은 무리한 작전 투입 명령을 내린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었던 임성근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 역시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명령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수사 기록을 원칙대로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여기에 난데없이 개입해서 임성근 전 사단장을 빼려고 국방부에 압력을 넣어 군 검찰을 동원해 경찰에 이첩한 수사 기록을 도로 회수하도록 하고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었던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에게 항명죄를 뒤집어씌운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현재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국방부의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수사 기록 회수 전후로 수시로 연락을 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이시원이 혼자서 이렇게 압력을 행사했느냐? 아니면 이시원에게 이런 지시를 내린 윗선이 있었느냐? 이것이다. 여기서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수사 방해를 한 것이므로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 채 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급소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더욱 의문스럽다. 만일 정말로 자신이 임성근 당시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수사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면 그냥 특검법을 수용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특검을 동원해서도 나온 것이 없다면 역풍은 고스란히 야당이 맞게될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가?

그리고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잠시 시간 지연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은폐할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그렇다는 의심을 더욱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무덤을 판 것이고 자신의 손으로 탄핵을 앞당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뭐가 그리도 두려운가? 무엇이 그리도 두렵기에 김건희 특검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고 채 상병 특검법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가?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복인 대통령에게 이 두 가지를 꼭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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