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기자와 기레기는 '한 끗 차이'
[조하준의 직설] 기자와 기레기는 '한 끗 차이'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5.27 18: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열린 만찬 당시 모습.(사진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출입 기자 초청 만찬으로 인한 뒷말이 무성하다. 그 만찬에 참석했던 기자들 모습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박제되어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속된 말로 욕을 배터지게 얻어먹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기자들을 개로 합성해서 주인으로부터 먹이를 기다리는 개로 풍자하기도 했다.

동종업계 종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모습은 정말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그럴 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MBC 이기주 기자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그는 재작년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후 대통령실이 고의로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면서 “국가안보의 핵심인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에 대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변명하자 격렬하게 항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이용호 의원이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여권 내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은 이기주 기자의 항변에 대해 마땅히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는지 그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을 트집잡으며 치졸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기자가 좋은 기사를 잘 쓰면 됐지 슬리퍼를 신었든 맨발이었든 그게 뭐가 그리도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기주 기자의 글을 보면 24일 대통령실 주최 만찬 장면에서 2번의 열패감(劣敗感)을 느낀 대목이 있었다고 했다. 기자들이 빈 접시를 들고 대통령 앞에 섰고 대통령이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를 만들고 고기를 구웠는데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기자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기자들은 이번에도 국민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나는 그런 기자들이 찍힌 사진이 우스꽝스러워 주말 내내 웃음만 나왔다”고 했다. 필자 또한 이 기자가 느낀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기자가 할 일이 대통령실 인사들 혹은 정치인들과 친목다짐이나 하는 자리였던가? 그게 기자가 할 일이라면 기자라는 직업도 다 없애버리고 AI가 기사를 쓰게 하는 게 낫겠다.

이 기자 또한 당시 대통령실 만찬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을 두고 “이런 무력한 기자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마치 내가 굽신거리는 듯한 열패감을 느낀다는 점이다”고 지적하며 “툭하면 국민을 팔면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던 기자들이 결정적일 때는 어쩌면 저리도 깍듯한 것인지”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굴종적인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약 1년 전에 용산 대통령실이 미국 CIA로부터 도청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동맹국을 도청한 이 중차대한 사건에도 곧 이어 열린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 어떤 항의조차 못 했다.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은 마땅히 이 점을 질문했어야 했으나 그러기는커녕 김건희 여사와 같이 셀카 찍는데만 정신 팔렸다.

오히려 미국 기자들이 더 날카롭게 조 바이든에게 용산 대통령실 도청 건에 대해 질문했고 한국 기자들은 그런 미국 기자를 별종 보듯이 했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 있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 당시 윤 대통령의 지각 논란, 리투아니아 순방 당시 있었던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등에 대해서도 당시 동행한 기자단 중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고 대통령실 보도자료만 열심히 썼다.

이러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행태를 두 글자로 요약하면 ‘굴종’이다. 이기주 기자 또한 “김 여사와 채상병 특검 같은 민감한 질문은 김치찌개 앞에서 하지 말자고 서로 사전 협의라도 됐던 것일까”라고 지적하며 “그 많은 기자들이 대통령 말에 박수나 치고,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만 먹었다니.. 말문이 막힌 것은 기자들인가, 국민들인가”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기자가 열패감을 느낀 또 다른 대목은 바로 박근혜 정부 시절 ‘십상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호성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공감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권력으로 국정농단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정호성이 자신을 수사했던 윤 대통령의 비서관이 된 블랙 코미디 같은 현실인데 윤석열 정부에선 이런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두고 이 기자는 “2016년 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정호성이 비서관으로 부활하도록 과연 그를 용서했을까.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으니 정호성을 대통령 혼자 용서하면 끝인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열패감에 빠지게 한 사면은 대체 누구의 뜻일까. 수사 → 구속 → 사면 → 부활의 고리에 우리는 대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8년 전 겨울,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촛불혁명의 성과는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부정당하고 말았다. 8년 전 혹한 속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 앉아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 모두는 헛수고를 한 셈이다. 그만큼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역사가 부정당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교훈인 것이다.

이 기자는 만찬에 참석했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향해 “근본적으로는 이번 행사는 대통령이 원했더라도 기자들이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대통령 앞에서 웃고 박수치는 기자들을 보는 열패감을 왜 국민이 나눠져야 하는가. 한심하다. 그래서 나는...기자가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필자 또한 이에 동감하는 바다. 도대체 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이리도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민주 정부 시절엔 펜 놀리는대로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보수 정부만 들어서면 가드독(Guarddog)이 되어 워치독(Watchdog)이 되어야 할 기자들의 본분과 사명을 잊고 만다.

민주 정부 시절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니까 제멋대로 기사를 쓰고 보수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니까 무서워서 찬양 기사만 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강약약강식 태도로 인해 다른 기자들까지도 모두 도매금으로 ‘기레기’라고 욕을 먹게 된다. 

필자는 기자와 기레기는 한 끗 차이라고 본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본분을 끝까지 기억한다면 그 사람은 기자인 것이고 잊어버린다면 기레기가 된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욕을 먹는 이유 또한 그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본분을 잊고 친목다짐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참 안타깝다. ‘기레기’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몇몇 기자들이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기자’란 뜻으로 나온 것이다. 비싼 밥 먹고 열심히 공부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가놓고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면 그만큼 가치 없는 인생도 없을 것이다. 한 번 살다 죽을 인생인데 왜 스스로의 가치를 쓰레기로 떨어뜨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완전 절대공감 2024-05-28 07:15:37
참언론인 진짜기자와 새가슴 기레기의 차이
진짜기자는 비난이 아닌 비판의 의미를 잘알며 비판을 할줄안다
기레기들은 비판과 비난이 어떻게 다른지 그 의미를 지대로 모른다
판을 깔아줘도 당당하게 상황에 맞는 시의적절한 질문다운 질문조차도 하지못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여 눈도장 찍은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며 득의만면하며 만고땡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