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싸움 구경도 2탄, 3탄이면 지루하다
[취재수첩] 싸움 구경도 2탄, 3탄이면 지루하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5.08.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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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기자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것이 싸움 구경이라고 했던가. 충남도의회에서는 이 구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양당의 대립이 기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난해 7월, 원구성 때이다.

기자가 충남도의회를 지난 2013년 말께 출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처음 본 싸움 구경이었다. 제 9대 후반기 도의회에서는 양당이 극렬하게 대립한 기억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은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했고, 새누리당(이하 새누리)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식하려 했다. 이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당시 그 모습이 흥미(?)로웠다. 눈앞에 펼쳐지는 양당의 고성과 대립은 우리가 흔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이었다.
이후, 도의회 새누리와 새정연 대표들은 한 자리에 모여, ‘양당이 입장 차이를 보일 때는 서로 만나 의견을 나눈다’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합의 내용은 굉장히 기초적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양당의 합의로 싸움이 조금 잦아들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충남도의회 싸움 2탄이 개봉했다. 주제는 달랐다. 도의회의 자리싸움이 아닌 교육문제, 즉 충남도교육청의 천안고교평준화를 두고 양당은 대립했다.
양 측은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잇달아 가졌다. 네가 잘못했고 내가 잘했다는 게 기자회견의 이유였다. 충남도의회 싸움 2탄은 전편과 주제만 달랐지 서로 헐뜯는 방식은 비슷했다.
양당은 김기영 의장 주도 하에 화해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천안고교평준화는 대다수 천안 시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내년 시행으로 막을 내렸다.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그리고 올해 중순께 충남도의회 싸움 3탄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속칭 ‘안희정 특위’라고 불리는 ‘3농 혁신 등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그 원인이었다.

이 특위를 두고 새정연은 반대했고 새누리는 찬성했다. 새정연은 특위의 직무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사실상 집행부보단 정치적 견제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발끈해 했다.
반대로 새누리는 3농혁신, 당진·평택항 매립지 분쟁, 안면도 개발, 황해경제자유구역청 등 도정의 주요 사안을 점검하자는 차원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새정연은 특위의 법률적 문제와 추진과정에서의 김기영 의장의 불통을 문제 삼으며 의장 불신임안을 도의회 사상 최초로 제출했다.

반면 새누리는 ‘안희정 배후설’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똑같다. 원구성과 천안고교평준화처럼 한 가지 사안에 양당은 대립하고 서로 헐뜯는다. 그리고 이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기자가 이번 불신임안 제출 건과 관련 한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새정연의 불신임안이 양당의 파행과 집행부의 부담을 줬다는 게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다.
기사를 송고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자 새누리 중진의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 즉슨 “우리 편 들어줘서 고맙다”였다.

기자 입장에선 독자의 반응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고맙다’라고 끝났으면 좋았을 뻔한 그 통화는 “우리가 폭행을 당했다.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끝을 맺어 씁쓸함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재밌게 연출된 영화도 똑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 2탄 3탄도 지루한 법이다. 또 싸움을 원하는 도민들은 없을 것이다.
부디 충남도의회가 싸움을 다루는 액션 영화가 아닌 훈훈한 드라마 장르를 다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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