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과정 허술하면 공든 탑도 ‘와르르
준비과정 허술하면 공든 탑도 ‘와르르
변상형 교수의 까칠한 미술이야기 -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왜 어려울까?
  • 변상형
  • 승인 2012.07.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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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국제박람회 개최다.

근대화의 문턱에서 서구열강들의 사례가 그러했고 이후에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마다 앞 다퉈 치러지는 국제박람회장은 당대의 산업 발전을 과시적으로 보여주고 이국적인 문화 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국제박람회는 서로간의 산업정보와 상품 등을 거래하고 접하는 창구로써 산업을 이끌어왔으며, 문화적, 예술적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을 선도해왔다.

수많은 최첨단 산업의 결과물인 상품과 기술이 선을 보이는 자리인 박람회의 꽃은 단연 미술부문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미술공예품은 물론이고 첨단의 신기술이나 신개념을 활용한 예술작품들과 신기한 체험들이 박람회장을 채웠으니 재미있는 볼거리와 즐거움은 물론이고 언제나 스타 작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대전에서도 1993년 총93일간의 세계적인 박람회를 개최했었다. 대전EXPO는 개발도상국에서 열린 첫 사례였기에 과연 엑스포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등의 글들이 연일 신문지면을 메웠으며 엑스포에 대한 의미평가도 연신 터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벌써 20년을 선회하는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엑스포의 열기는 참으로 뜨거웠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린 국제적인 엑스포 현장의 열기는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을 달구었으며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초미의 히트작이었던것이다.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 대전엑스포에서도 당연히 다양한 미술전시회가 열렸었다. 지금은 미디어 아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고가지만 당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전시는 테크노아트국제전이었다.

붓이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컴퓨터나 비디오, 홀로그램 등 하이테크 소재가 총 동원된 전시는 무척 색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땡볕에 줄을 서고 기다리며 지치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거북선을 본다는 설렘에 피곤마저 날려 버려야했던 것이 어찌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만 해당되는 일이었겠는가.

이렇듯 전 국민의 관심이었던 엑스포도 막을 내리고 난 뒤 대전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엑스포단지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투자와 이용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드셌지만 대전시민에게 엑스포과학공원은 식상한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엑스포가 끝난 뒤 과거 엑스포의 영광을 부활시키지 못한 대전으로서는 아직 철거하지 않은 건물 몇 동과 여기 저기 방치되어 있는 미술작품들 속에서 엑스포에 관한 기억을 부여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주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까맣게 잊고 지냈던 엑스포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불러올렸다. ‘융복합 예술포럼에 당신을 초대한다는 요지의 문자만으로는 갑자기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포럼장소에 가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관련 전시가 열린다는 자세한 일정을 문화재단홈피를 통해 확인하고 엑스포 공원 내 한빛탑 전망대를 찾았다. 전시는 1213일부터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전시작품이 이것 밖에 없나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고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대전시민의 100인 얼굴 이미지로 만든다던 디지털 모자이크 작품은 완성이 되지 않았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포럼과 전시 그리고 미디어퍼포먼스 공연까지 제법 짜임새 있게 준비된 아티언스 페스티벌(ARTIENCEFESTIVAL)이라는 개념과 현실의 차이는 왜 이다지도 큰 것인가? 제법 근사한 기획임에도 그 실현성에서 뒷심이 부족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분명 급작스럽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형식적으로 일정을 진행시키는 주체 측의 능력부족이라고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융복합예술전시회 한빛판타지는 연말이라는 분주함과 추운 날씨, 그리고 엑스포과학공원의 썰렁함을 애써 무시하며 찾아온 관람객이 많았다면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융복합이란 개념이 시대적 대세인지 이 도시. 저 도시가릴 것 없이 이 분야, 저 분야를 아우르며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까지 접목하겠다고 막대한 세금과 인력을 투자하면서 각 지역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속에 대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시도를 폄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식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 애초에 빠져있었던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18년 전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라는 전설 같은 시도를 엑스포 현장에서 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2011년을 보내는 세밑에 본 전시를 융복합시킨다면 어떤 평가가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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