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의회운영 전문위원] 몇 년전 부터 하향곡선을 그려온 경기가 최악이다. IMF구제금융을 받던 때 보다 더하다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이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0년 후반부터 터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남미와 유럽의 증시 붕괴,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의 국가부도,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은 세계 경제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 많은 경제개발계획, 국토개발계획, 국가균형발전계획 등을 내어 놓았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경기 호황과 환율 효과를 보면서 경제성장률이 7~8%에 이르렀으나 2000년대 초부터 성장의 한계에 도달해 경제개발과 성장의 쌍두마차를 잡으려는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제활동의 견인차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이란 어린이, 청소년의 유년층 인구가 어느 시점부터 절벽처럼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인구가 적으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경기가 죽는다는 단순 명쾌한 명제를 제시한 것이다.
이 용어는 경제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Harry S. Dent. Jr)’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한국은 호황과 불황, 부동산, 산업화 주기는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그래 왔다.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즉, 다가오는 베이비 붐 세대의 퇴장이 몰고 올 소비 위축 현상이 성장 동력을 파괴할 것을 우려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데이빗 콜먼(David Colemon) 교수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은 ‘인구소멸국가 제1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2100년 무렵이면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의 절반 수준인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단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미국 CIA의 보고서는 한국의 출산율이 224개국 가운데 220위로 최하위권이라고 밝혀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등의 구호가 무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60~80년대 진행된 산아제한과 가족계획 사업은 당시 적합한 인구 정책으로 강력한 효과를 보았다. 출산율이 20년 사이에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산아제한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 동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뒤늦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를 했으나 이미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재빠르게 가임기 여성 건강검진, 출산·양육 환경개선, 출산 장려 캠페인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벌였지만 다시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18명이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절벽이 시작되고 2030년 이후부터는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5포 세대’는 이런 현실을 대변해 준다. 5포 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작년 혼인 건수는 30만 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 7300건인 5.4%가 줄어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도 1970년 통계 산출이후 가장 낮은 6.5%에 이른다고 했다.
혼인 감소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 지난 1~2월 혼인 건수가 4만 9300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혼인감소는 결혼 연령의 고령화로 이어져 지난 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였다. 초혼 연령의 고령화는 곧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국가경쟁력의 추락으로 연결될 것이다.
또한, 65세 인구비율이 14%인 고령사회 20%가 되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는 초고령 사회가 되는 속도마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너무나 빠른 속도인 불과 19년 만에 진입한 것이다. 국민 셋 가운데 한 명이 65세가 넘은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
현재 저출산고령화 사회위원회는 2020년을 인구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으로 설정하고 출산율을 1.4명까지 올리기로 목표를 정했다. 더불어 인구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 내집 마련, 양육비, 교육비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국가의 생존마저 좌우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회적 인구구성의 변화에 대비한 산업, 금융, 노동시장 등 경제구조와 의료보호, 연금 등 사회제도의 조정은 대책의 일환이 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실질적인 복지정책과 노동정책 (특히, 청년 세대의 활발한 노동시장의 창출)의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