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곤충의 울음이 아니라
[詩읽는 아침] 곤충의 울음이 아니라
  • 김영수
  • 승인 2015.09.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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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울음이 아니라
장옥관 作

이를테면 오르가즘이 아닐까
팔월 대낮 녹음 짙은 왕벚나무에 달라붙어 핏줄 속 피란 피, 검 붉게 졸아붙게 만드는
저 소리는

곤충의 울음이 아니라, 나무의 교성

아니라면 지난 봄 꽃떨기, 꽃떨기
펑, 펑 터져오르던 그 지독한 꽃멀미를 어찌  납득할 수 있으랴
숯덩이 삼키듯 온몸 불  붙어도 실토막 같은 신음 한 마디 뱉지 않던
그 지극한 고요를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이 귀따가운 소리는 말 그대로 아리따운 소리[嬌聲],
일찍 혼자된 큰언니 귀 얇은 한옥 건넌방에 둔 신혼의  이모네 낮 밤처럼
                  
세상 모든 짝 없는 것들 위해
속 깊은 나무는
한 번은 귀로 한 번은 눈으로 두 번
꽃을 피우는 것이다.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매미는 여름의 전령(傳令)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다가, 찬바람이 나면 후손(後孫)에게 다음해를 물러주곤 그 땅속의 긴 세월이 아깝지도 않은지 짤막한 시간 속절없이 한 생애를 마칩니다. 암컷 매미가 2mm 크기의 알을 나무껍질에 600〜800개를 산란하고 나면, 알은 땅속으로 파고들어 나무즙을 먹고 5〜6년 간 기나긴 유충생활을 한 다음, 여름이 오면 땅위로 튀어나와 나무에 올라, 바짝 붙어서 껍데기를 벗고,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단 15일 후, 사라집니다.

더러는 매미가 운다고 하지만, 사실은 수컷이 우는 게 아니라 암컷은 향하여 소리칩니다.  암컷은 신체 구조상 울 수 있는 발음기관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매미가 운다고 하지만 구애(求愛)의 노래일 것입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소음으로 들리어, 그 옛날 낭만시대의 대접은커녕 “불청객”으로 낙인찍혀 제거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웬일인지 더 악다구니를 쓰는 것 같아 목청이 커지지 않았나 사람들이 염려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아무튼 시도 때도 없이 더군다나, 밤이 되었는데도 짝을 못 찾고 소리치는 것은 거리의 가로등 등, 전열기구의 밝기가 매미들로 하여금 놀기 좋은 환경이라 밤을 잊었다고 합니다. 허지만 2010년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도로변 자동차 소음보다 시끄러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늙은 버드나무(古柳 고류)”라는 한시(漢詩)에서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라고 노래했고, 『장자(莊子)』「산목(山木)」편에선 “매미를 보니, 좋은 그늘을 얻자 그 몸을 잊었다. 사마귀가 앞다리를 들고 매미를 치려고 하며, 얻을 것을 보자 그 형체를 잊었다. 참새가 쫓아와 이로움을 얻으려고 했는데, 이로움을 보자 자신의 본 모습을 잊게 되었다.(睹一蟬, 方得美蔭而忘其身. 螳螂執翳而搏之, 見得而忘其形. 異鵲從而利之, 見利而忘其眞.)라 하였고, 『한시외전(韓詩外傳)』「정간(正諫)」에서도 “사마귀가 자기 뒤에 참새가 있는 것도 모르고 매미를 노렸다는 이야기”로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黃雀在後)’, 혹은 ‘당랑규선(螳螂窺蟬)’, ‘당랑박선(螳螂搏蟬)’, ‘당랑사선(螳螂伺蟬)’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장자(莊子)는  <산목(山木)>에서 ‘당랑박선(螳螂搏蟬)’을 헤아리고 “눈앞의 이(利)만 좇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구나(見利而忘其眞).”라는 너무나 놀라운 깨우침에, 이 사건이 있은 뒤 석 달 동안이나 문밖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흐린 물을 보느라고 맑은 못물을 잊어버린” 자신을 질책하면서 말입니다.

‘삼십육계(三十六計)’중 제21계로 「금선탈각(金蟬脫殼)」이란 말이 있습니다. 본래 뜻은 매미가 허물을 벗을 때, 본체는 껍질을 벗어 나 가 버리고 껍데기만 나무 가지에 걸려서 남아 있는 것을 말합니다.  ‘금빛 매미가 되려면 허물을 벗어야 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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