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병풍으로 두른 '신들의 땅' 네팔
히말라야를 병풍으로 두른 '신들의 땅' 네팔
'로드스쿨'과 함께 하는 아시아 5개국 배낭여행
  • 강용운
  • 승인 2012.07.1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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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병풍으로 두룬 신들의 땅 네팔. 변변한 돈벌이가 없어 자갈이 많이 나오는 돌산을 깎아 돌을 채취하고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깨 자갈을 만들어 골재를 만든다. 때문에 커다란 산을 허물어 골재를 채취하는 공사장을 자주 본다.
히말라야를 병풍으로 두룬 신들의 땅 네팔. 43일간의 로드스쿨 일정 중 첫 번째 목적지. 오랜 왕정을 끝내고 의회정치를 실현했지만 아직 헌법개정도 못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라다.

네팔은 등산의 나라 한국에겐 에베레스트 등 해발 8000m를 넘는 최고봉이 즐비한 나라로 친숙하다. 공항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토해내는 승객들의 짐에서 한글을 읽는 건 생소하지 않다.

나와 네팔과의 인연은 10년이 됐다. ‘지옥같은 인도를 탈출해 예정에도 없이 여행한 나라 네팔. 거리의 소똥마저도 잽싸게 걷어가는 지독히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천진난만한 소년의 웃음을 얼굴 하나 가득 담고 있었다. 버리거나 또는 잃어버렸던 아련한 무엇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부럽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포카라로 가기 위해선 장마로 끊긴 길까지 버스를 타고 가 산길을 걸어 카트만두에서 온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길 끝에서 만난 시보. 10년 동안 한국에서 불법체류노동자로 일하다 결혼을 위해 귀국한 친구였다. 유창한 한국말과 붙임성 때문에 인도에서 사람에게 데일대로 데인 나는 경계심이 발동했다. 카트만두에서 다시 만나자는 제의에 갈 마음도 없었던 네팔짱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거라 거짓으로 알려줬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타멜거리에 도착한 나는 결국 네팔짱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시보는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포카라와 코코너 마을 풍경.
부리부리한 눈에 배가 불뚝 나온 검은 피부의 친구까지 대동을 하고서. 사내의 이름은 조우데리. 시보 못지않은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저녁을 함께하자는 제의가 전혀 반갑지도 않았고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심장을 쪼글쪼글 오그라들게 했다. 하루 경비로 평균 3000원 정도를 썼는데 7불이나 하는 방을 잡았는데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한식을 먹자고 권할 수밖에 없었다. 네팔짱 1층은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시보와 조우데리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긴장과 초조로 거듭 기울이는 술잔에도 취하기는커녕 자리는 계속 불편하기만 했다. 거나하게 취한 친구들은 이미 나를 형님이라 불렀고 내일도 모레도 네팔에 있는 동안에 자신들이 가이드를 해 주겠다 나섰고 사양은 오히려 동굴의 메아리가 되어 돼요 돼요가 됐다.

다음날 아침 일찍 로비로 찾아온 친구들은 나를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보다나트, 파슈파티나트 등으로 안내했다. 그들의 여행안내는 이틀이 더 됐고 나의 경계심은 점점 누그러지고 무작정 의심하고 경계했던 맘이 오히려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했다.

일몰이 아름답다는 타멜의 레스토랑 탑루프에서 시보에게 말을 건넸다.

한국사람 독한 건 한국사람인 내가 더 잘 알아. 고생도 많고 설움도 많았을 텐데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어 너무 고맙다.”

아니에요 형님. 저 한국에서 사장님 잘 만나서 편하게 일하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애써 웃는 눈가는 촉촉이 눈물이 맺히고 얼굴은 지는 해를 받아 붉게 물들고 있었다.

라푸쉬마을의 소녀.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은 인도 그리고 네팔이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주고받지 않고 네팔을 떠났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무엇엔가 이끌려 네팔을 찾았다. 하지만 시보의 전화번호도 집주소도 없었다. 기념품으로 내게 꿀을 팔았던 시보의 친구 다르마가 운영하는 타멜의 약제상으로 찾아갔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혼잡한 타멜거리를 헤집고 그의 가게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 날은 무엇엔가 이끌리듯 한 번에 찾아갔다. 금방 내 얼굴을 알아본 다르마는 한마디의 영어도 못하지만 장사꾼 특유의 빠른 눈치로 바로 시보와 전화 연결을 해줬다. 수화기 저편으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내가 섭섭했단다. 그래도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왔으니 괜찮단다. 시보를 통해 많은 친구가 생겼다.

언제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끝내 자기 집에서 하룻밤을 재우고 마는 다르마와 가족들. 그의 아들 수전은 몇 번의 고배끝에 지금은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시보의 처남인 타바는 한국여자와 결혼해 아들을 하나 두었지만 친정에 다녀온다고 떠난 이후 돌아오지 않아 홀애비가 되었고 지난해 네팔여자와 재혼을 했지만 카스트 문제로 가족과 의절한 상태다.

그리고 엘비, 어노즈, 닥터, 드네즈.

첫 로드스쿨의 네팔, 인도 가이드를 해줬던 타바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2년 전 네팔사람만으로 조직된 NGO 피스캠프네팔을 설립했다.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로드스쿨과 두 차례의 워크캠프를 진행했고 여러 차례의 로컬 워크캠프를 진행했다. 이번 로드스쿨의 네팔행 주요 목적은 피스캠프네팔이 준비한 워크캠프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는 카트만두의 잘빈약사원과 파탄의 우물 청소와 포카라의 시리 아마르 싱 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들과 함께했다.

포카라와 코코너 마을 풍경.
이번 워크캠프는 카투만두 인근에 있는 코코너의 한센씨병 환자촌의 병동 페인트칠과 포카라의 학교를 다시 방문하여 교실 페인트칠을 돕는다.

코코너의 라푸쉬 빌리지는 동서로 산으로 막혀 있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남북으로 바그마띠강이 흘러 아침까지도 뿌연 안개로 창은 굵은 물방울로 맺혀있다. 아침이면 단열도 난방도 없는 방보다 오히려 밖이 더 따뜻하다. 따끈한 지아(밀크티)가 담긴 잔을 손바닥으로 굴리며 호호 불어 한모금씩 넘기면 밤새 얼은 몸을 녹이는데 그만한게 없다.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힘겹게 올라 굽이굽이 포장도로를 1시간여 달리면 카트만두 시내로 접어든다. 자동차의 경적과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함은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거리에 가득했던 외국인 여행자들의 수는 한눈에도 느낄 정도로 줄어 있는 타멜거리.

불안한 정치상황과 관광산업육성을 위해 포카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 겹쳐 히말라야를 찾는 트래커들이 대부분인 방문자들은 카트만두를 거치지 않고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 바로 포카라로 날아간다. 그래서 매연과 소음으로 고개를 젓게 하는 카트만두는 굳이 들리지 않아도 되는 도시가 되었다.

반면 포카라는 크리스마스를 전후 거리 페스티벌을 나름 성대하게 진행한다. 페화호수변 길은 룽타와 플래카드가 어지러이 걸려있고 가게들은 손님의 눈에 띄기 위해 단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은 산과 산을 지나 또 산을 지난다. 그리고 커다란 산을 허물어 골재를 채취하는 공사장을 자주 본다.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나라에서 제 살을 갉아 끼니를 연명하는 꼴이다. 자갈이 많이 나오는 돌산을 깎아 돌을 채취하고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깨 자갈을 만들어 골재를 만든다. 하루 종일 자갈을 깬 벌이가 2000원이 되질 않는다.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으며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없다. 그 척박한 땅과 삶을 보면서 나는 죄스러움과 상실감을 느낀다.

우리가 누리는 물질의 풍요가 이들의 빈곤을 필연으로 부르는 것은 아닐까. 힘겨운 삶속에도 잃지 않는 이들의 웃음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것이 이들은 당연하게 간직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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