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세종시 고교평준화’에 대한 단상(斷想)
[편집국에서] ‘세종시 고교평준화’에 대한 단상(斷想)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5.09.30 14: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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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굿모닝충청 신상두기자] “당신의 어린 자녀가 ‘명문고교’ 입시에서 떨어져 패배감에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대학입시는 그렇다치더라도 10대 중반의 사춘기 학생들이 느낄 좌절감을 생각해보셨습니까”(고교평준화 찬성) 

“가고싶은 학교가 있어야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공부를 하죠. 입시가 없으면 놀기만 할텐데...”(고교평준화 반대)

요즘 세종시에는 ‘고교 평준화’도입과 관련해 찬반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선 ▲고교 진학을 위한 과열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를 개선하고 ▲학교간 학력격차를 줄여 교육을 정상화하며 ▲학생 간 위화감·열등감 등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을 꼽는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교육의 하향평준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제한 ▲교육의 획일화 ▲사립고교의 자율성 제한 등을 문제 삼는다.

양측의 주장이 각자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첨예한 찬반여론을 의식해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고교평준화에 대한 장단점을 알리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중학생 학부모인)필자도 이 제도의 도입여부와 관련된 논란을 보며 예전에 고민했던 생각의 단편을 끄집어내본다.

수십년 전 학창시절, ‘학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당시 한 선생님으로부터 “머리가 ‘되고’ 인내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굳이 3년씩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가면 된다. 빠르면 1년 반이면 끝난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생활이 대학진학만을 위한 것이라면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학원을 다니거나 독학을 통해서 충분히 대학을 갈수 있는 데도 굳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뭘까.

그 선생님의 결론은 ‘학교가 단순히 진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미리 체험케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니,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운동을 잘하는 친구, 음악과 미술에 소질 있는 옆 짝꿍, 남을 잘 웃기는 재주가 있는 급우, 친구를 괴롭히는 ‘주먹’ 등 가지각색의 동창생들을 접할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한마디로 학교는 다양성이 확보된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학교 동기·선후배들과 섞여 살다보면 사회적응도 쉽다는 논리였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 선생님의 논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사회에서 부딪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학생때 못살게 굴어던 동창생이 어느새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경우를 보면서 말이다.

(국영수)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일부 학교에 몰아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생활하다가 유명대학에 진학해 사회에 진출한다면 ‘그들의 리그’에 참여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 예로, 수년전 큰 선거에 출마했던 유명정치인 A씨가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몰랐다는 이유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연히 이를 질타하는 비난여론도 뒤따랐다.

서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다수’의 삶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A씨가 그런 낭패를 겪었던 것은 그가 부유층 자제로 ‘명문 학교’만을 골라서 다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진 집 자식이나 공부 잘하는 집 아이들만 모여 있는 집단에서 배우고 자란 학생들이 생활환경이 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부나 명예를 얻는데는 ‘그들만의 리그’출신이 잘할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타인과 서민도’ 생각하는 인물을 키워내긴 어려울 것 같다.

이 같은 관점을 고교평준화 논란에 대입해도 괜찮은 답이 나온다.

무작위로 섞일 수밖에 없는 평준화 고교 학생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비평준화 고교의 그것보다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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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혁 2015-10-12 16:20:38
평준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천차만별인 학생들의 수준차는 어떻게 하지요? 미국과 같이 같은 반 내에서 여러 그룹의 수준별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방과 후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그런 환경은 어떤지요? 그러자면 교사 수가 늘어나야 하고 이러한 교육에 대한 장기간의 로드맵이 국가적 차원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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