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자전거 타고 제주 한바퀴] ②차귀도·모슬포 거쳐 중문단지·서귀포까지
[임영호의 자전거 타고 제주 한바퀴] ②차귀도·모슬포 거쳐 중문단지·서귀포까지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5.10.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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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10. 10. 협재를 출발해 남원읍에 이르는 길

제주도 이틀 째 서귀포를 향하다. 아침 눈뜨니 5시였다. 아직 사방은 어둡다. 함께 온 코레일 이우현 처장도 깼다. 새벽에 한라산 꼭대기에서 일어나는 일출이 장관이라는 어제 저녁 민박 주인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몇 번이고 옥상에 올라가 보고 창을 통하여 밖의 동정을 살폈으나 아직 일출의 기미가 없었다. 밖은 바람 때문인지 생각보다 추웠다.

해뜨기 직전 어슴푸레 보이는 비양도는 진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보였다. 어둠에 보이는 굵은 윤곽이 ‘어린왕자’ 책에서 본 그 그림과 똑같았다. 말똥머리, 찢어진 눈의 주인 양반의 눈살미가 보통이 아니다. 집주인의 영감 덕분에 이 섬은 생명을 얻었다. 나도 이 섬을 보는 느낌이 달랐다. 이 동네 사람들도 이 느낌을 아느냐고 물었다.

“아니오, 저만 알아요.”

7시쯤 돼서 옥상에 올라갔다. 한라산 꼭대기 바로 밑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듯 빛이 부딪혀서 바로 쭉 뻗쳤다. 모든 사물이 그러듯 완전한 모습으로 이루어 지기전이 더 신비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원도 이 때 왕창 빈다.

드디어 해가 나왔다. 뜸을 길게 드리더니 막상 나올 때는 바로 수직으로 치솟았다. 눈이 부셔서 형체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실망했다. 감동에 비해서 별 것 아니었다.

이 집의 아침은 셀프다. 주인이 놓아둔 식빵을 굽고 샐러드 재료그릇에서 먹을 만큼 덜어서 드레싱을 하고 계란 후라이와 감귤쥬스 한잔이 전부다. 힘쓰는 우리에게 아무래도 부족했다.

두 번째 날 장정은 8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출발하면서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니 여기는 하나의 포구였다. 제주시 한경면의 협재포구이다. 차는 드물었다. 한가한 곳 이었다. 뜨문뜨문 해안가 중심으로 집들은 있었다. 멀리 풍차가 보인다 한결 낭만적으로 보였다. 여기저기 돌담 사이에는 키 작은 야생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었다.

나는 30분 이상 자전거 타기가 어렵다. 초보 때는 엉덩이가 아프더니 지금은 팔이 아프다. 마침 이때 이 처장 핸드폰이 울렸다. 오늘 저녁 잘 자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펜션 주인들하고 연락하고 있었다. 전화 받는 사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싱갯물이라는 노천탕이 보였다. 한자로는 신포수(新浦水)라고 한다.

그 것도 남탕, 여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라산의 지하수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분출한 것이다. 인근 동네사람들은 여기서 샤워를 했다. 아마 70년대 집집마다 목욕시설이 구비되지 않았을 때 이것을 이용한 것 같다. 물은 생각보다 차다.

수월봉 근처 차귀도까지의 자전거 길은 좋았다. 해안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가한 길로써 라이딩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귀도에 가까울수록 채소를 심은 넓은 들판이 나왔다. 감자, 양배추, 무가 심어져 있었다. 여기 채소 값은 육지보다 싸다고 한다.

멀리 아름답게 보이는 차귀도를 보면서 가다가 용당포구에 이르니 신창성당이 보였다. 흰 색깔로 칠해진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이 성당에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관이 있었다. 김대건 신부께서 마카오 신학교에서 신부 서품을 받고 국내로 들어오다가 풍랑으로 표류하여 제주도에 일시적으로 기착한 곳이다.

제주도는 천주교성지가 여러 군데 있다. 그중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제주에 유배되어서 여기서 삶을 마친 정난주 마리아가 있다. 그녀는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종의 딸로서 백서사건으로 사형당한 황사영의 부인이다.

아침에 먹은 것이 시원찮아서인지 우리는 샛밥을 먹기로 했다. 보리로 만든 칼국수를 시켰다. 여기가 올래길에 접해있는지 걷는 일행들이 한 뭉텅이씩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수녀님들도 띄엄띄엄 보였다. 도우미 차량을 보니 인근 이싯돌 목장에서 피정하는 사람들이다.

어제 제주시보다 이곳이 한적한 시골농촌이라 걸으면서 조용히 묵상하기가 좋다.

이 식당 꽃밭에 유독 제주도 길가에 많이 피어있는 외국산 민들레가 보였다. 길가에 밟히는 우리 민들레보다 생명력이 훨씬 강하다. 한겨울에도 끄떡없이 핀단다. 잎도 두껍고 노란 꽃 자체도 윤곽이 뚜렷하여 새까만 제주도 땅과 조화를 잘 이룬다. 꽃 하나를 만져서 자세히 보니 두껍고 파란 잎은 10개이고 노란 꽃술은 13개였다. 우리나라 하천에 퍼져있는 베스나 황소개구리를 보는 것 같았다. 봄에만 피는 자생 우리 민들레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을 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이다. 푸른 바다가 넘실되면서 끝도 없이 펼쳐졌다. 이 처장은 지난 번 라이딩 할 때 고래를 보았다고 자랑했다. 은근히 나도 기대되었다. 오랜만에 사치를 했다. '그림이 있는 풍경'이란 찻집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 마시면서 바다를 응시했다. 고래가 자기 식구들을 데리고 내 눈 앞에서 물보라를 만들면서 다가오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고래식구들은 오지 않았다

최남단 항구 모슬포는 마라도로 가는 손님들로 붐볐다. 여기서 배 타고 30분 정도면 마라도에 갈 수 있다. 여기 저기 고기배가 들어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었다. 20명 정도 되는 부녀자들이 둥글게 그물 주위에 서서 그물에 걸린 작고 누런 조기를 건지고 있었다. 조기하면 연평도만 떠 올렸는데 여기서도 많이 잡히는 것 같았다. 10분 정도 더 라이딩 하면서 멀리 희미하게 마라도, 가파도를 보았다.

송악산에 도착하기 전 오랜만에 들판에 제주도에 그 흔하다는 말이 보였다. 송악산은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아직도 대장금 촬영지였다고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여기서 보는 형제섬이 멋있다. 한 섬이 쪼개져서 두 섬이 된 것 같았다.

송악산은 고갯마루다. 멀리 크게 보이는 산방산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산방산 아래 오후 1시쯤 도착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으로 해물전골을 시켰다. 관광차로 단체로 오신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막걸리로 먼저 허기를 달랬다. 순한 맛으로 마실만하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온 거리는 45km이다. 숙소까지 가려면 중문단지까지를 거쳐 서귀포시 바로 위쪽인 남원읍까지 가야한다. 여기서 거의 60km에 이른다. 오후의 여정치고는 빡세다. 서둘렀다. 앞으로 갈 길은 제주 일주 서로이다.

도중에 약천사를 들렀다. 우리나라 조계종 절 치고는 정말 컸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일설에는 중국 사람들이 많이 시주하는 곳이란다. 부처님 상도 다른 절에 비하여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이제 서귀포시까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한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가장 지루한 구간이다. 자전거를 탈 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속담이 100% 들어맞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똑같은 크기의 내리막길이 있다. 그래서 오르기 힘들어도 다시 신나게 내려갈 것을 생각하고 페달을 힘을 다하여 밟는다.

자전거의 또 하나의 장점은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 아무 생각이 없는 무심의 경지에 있다. 오직 타는 데만 신경 쓰고 달려야 안전 라이딩이 된다. 더군다나 차들이 지나가는 차도에서 탔을 때는 정말 그렇다.

또 한 가지 자전거는 생명체는 아니나 대화할 수 있어야한다. 운전할 때 상호간에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말은 없지만 감정은 있는 것이다. 도로상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어변속을 하여야만 자전거가 힘들어 하지 않고 고장도 나지 않는다.

일반 관광객들이 찾는 주요 관광지가 제주일주 서로에 집중되어있다. 천지연 폭포, 정방 폭포 외 주상절리, 중문단지와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동차 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전에 가족과 함께 왔던 곳은 여기다.

힘들어도 방문할 곳이 있다. 강정마을이다. 해군기지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갈등의 기운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구호가 여기저기 붙어있었고 이 공사를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활동과 경비하는 경찰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갈등 속에는 이념이 둥지를 틀고 있다. 무엇이 우리에게 더 소중한 가치일까 생각해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국가안보가 튼튼해야 평화도 번영도 이룰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해군기지가 있는 하와이도 세계최고의 휴양지가 아니던가?

오후 6시쯤 남원읍 숙소인 유미리에 왔다. 피곤했다. 오르막 내리막길도 있었고 또 해안도로가 막혀 차도로 가다보니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도 피로 가중의 원인이다

해안도로가 끊긴 것이 정말 아쉬웠다. 해안가 절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이 지역에 관광시설이 들어섰다.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었던 파라다이스 호텔이나 중문단지는 경관이 볼만한 곳이다. 참 아쉽다

제주도는 작은 섬이지만 지역 별로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오전에는 들판과 밭농사가, 오후에는 야산과 구릉지대, 귤 밭만이 시야에 가득했다.

우리는 ‘달파란’ 펜션에서 묵었다. 달파란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다. 달이 바다 위에 떠 있을 때 파란 바다가 더 아름답다는 뜻일까? 이 처장은 오늘 100km 달렸다고 결산했다. 평지로 치면 120km에 상당하다고 친절하게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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