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손잡는 순간 미술은 타락한다
권력과 손잡는 순간 미술은 타락한다
변상형 교수의 까칠한 미술이야기│정치와 미술과의 거리
  • 변상형
  • 승인 2012.07.1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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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상형 교수
최근 들어 정치와 미술을 하나로 묶어 표현하는 팝아트 계열의 작품들을 일컬어 ‘폴리팝’이라 한다. 폴리팝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팝아트로 정치적 문제를 풀어내는 작업인데, 미디어 아티스트 천민정 작가는 최근 전시에서 버락 오바마를 하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인종차별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흑인 대통령을 유쾌하게 풍자했다.

이렇게 미술과 정치가 만나 새로운 장르까지 만들어내는 이유는 미술이 미술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권력의 통치와 지배를 위한 도구였고, 기성정치권에 저항하는 혁명적 수단이었다.

최초의 미술작품인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는 종교와 인간생존의 방법이 결합한 일체형이었다. 미술은 이처럼 태초부터 종교적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행해져 왔고, 문명이 발달하면서부터는 정치에 이용당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정치화된 미술로 권력자의 편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보여주어야만 했다.

▲ 아우구스투스 입상, AD. 14, 204cm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수많은 문명의 기념비적 유적들은 신과 지배자들을 위한 예술가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그 대표적 예가 프리마포르타의 ‘아우구스투스’ 입상이다. AD. 14년경에 세워진 높이 204cm에 이르는 이 입상은 존엄한 자, 아우구스투스 그 자체였다. 완벽한 인체 비례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극대화하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지배자로서의 정치적 권위를 최대한 드러내고 있는 조각상이다. 아우구스투스 발치에 있는 큐피트를 통해서도 그가 신의 가문에 속하는 신성한 존재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정치가를 위한 미술작품의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스탈린 동상이나 이승만 동상 또한 마찬가지다. 이상적 이미지를 관념화시키고 지배적 상황을 정당화하는 정치와 미술의 관계는 결국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철거와 파괴의 수모를 초래하기도 한다.

근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대부분의 예술작품들은 권력자와의 밀월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정치를 대놓고 풍자하고 비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야, 도미에, 피카소 등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쉽게 정치현실과 맞닥뜨린다.

미술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다양하게 자신의 정치색을 보여주고 있다. 극히 자본주의적이라 오히려 정치적인 코드를 다양하게 읽어낼 수 있는 팝아트와 제3세계의 벽화운동, 그리고 폴리티컬 팝아트(폴리팝)로 흘러오고 있는 현대미술은 이제 무한한 변수에 의해 맞춰지는 퍼즐처럼 감상자에게는 난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러하듯 정치를 통해 입신양명과 권력을 꿈꾸는 정치미술가들도 여전히 들끓고 있다. 정치와 미술과의 관계가 늘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복무할 때, 예술은 타락하고 예술인은 추한 몰골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정치가 민의를 반영치 않으면 대의민주주의 조차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 천민정作 ‘Yes We Can! Obama & Me’, 디지털 회화

대다수의 미술인의 뜻이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미술인이 미술계의 향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상황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한스하케의 작업으로 미술관은 정치적 행위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미술과 정치와의 관계에 있어 진정한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정치와 미술과의 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미술과 정치와의 거리는 과연 얼마가 적당한 것일까?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실패할 때 미술은 타락한다’라는 사실만은 우리가 분명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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